[분석+] '현대차 40% 감축' 시작에 불과…'100% 감원' 고통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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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수소차 시대…감원 경고음 요란
▽ 전기차, 기존 부품 40% 사라진다
▽ "엔진·변속기 100% 감소" 노조도 안다
▽ 시장 축소·자동화 시스템, 성장통 더 온다
▽ 전기차, 기존 부품 40% 사라진다
▽ "엔진·변속기 100% 감소" 노조도 안다
▽ 시장 축소·자동화 시스템, 성장통 더 온다
국내 최대 자동차 완성차 업체, 현대자동차는 최근 생산직 인력을 최대 40% 줄여야 한다는 암울한 경고를 받았다. 고용안정위원회 외부 자문위원들의 판단이다. 2025년까지 생산직 인력을 최대 40% 줄여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화학에너지에 100% 의존하던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전기·수소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품 생산 및 완성차 제조 과정 전반에 대대적인 체질개선이 필수적이란 뜻이기도 하다.
체질개선엔 고통스런 구조조정이 따른다. 전기차 및 수소차 등 미래향 모빌리티 생산비중을 확대하려면 기존 기술 인력을 감축해야만 생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탓이다. 성장통이자 패러다임 변화 시기, 냉정한 현실인식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관련 인원 감축이 내연기관 자동차 특정 부품 관련 인력에 한정될 수 있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 축소·자동화 시스템 도입 확대 등의 영향이 겹쳐 더 혹독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내연기관의 대명사인 엔진·변속기 생산 관련 고용인력은 100%, 프레스·차체·도장 고용은 7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인정하고 있다. 2025년 '현대차 생산직 40% 감축' 시나리오는 전기차 시대 성장통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전기차, 기존 부품 40% 사라진다
일본자동차부품공업협회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약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각각 1만9000개, 2만4000개를 사용한다. 전기차를 기준으로 약 40%의 부품이 사라지는 셈이다. 전기차에서 쓰이지 않는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은 엔진과 변속기다. 전기차는 바닥 전체에 배터리를 깔고 그 위에 모터를 두기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는 16일 공개를 앞둔 볼보의 순수 전기차 XC40 EV는 엔진룸 위치에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엔진룸 공간이 비어버린 탓이다.
전기차는 6단, 7단, 8단 등의 변속기도 사용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이를 대신한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기에 연료통도 들어가지 않으며, 흡기구와 배기구도 사라진다.
현대모비스는 주행과 제동, 조향 기능을 통합해 바퀴에 내장하는 'e-코너 모듈'도 개발하고 있다. 이 장치를 사용하면 드라이브 샤프트 등 기존 구동 장치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들에서 관련 공정과 기업이 소멸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 "엔진·변속기 100% 감소" 노조도 안다
현대차 노조도 이미 이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 5월 울산에서 열린 ‘미래자동차 고용 토론회’에서 윤선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4차산업 대응 연구위원회 팀장은 "엔진·변속기 고용은 100%, 프레스·차체·도장 고용도 7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비중이 2025년이면 57.1%까지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관련 인력 고용도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발표에서는 엔진·변속기 부문의 인력이 6341명에서 3618명으로 2723명 줄어들고 생산공장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바꿀 때 4000명당 최대 800명 고용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하부영 현대차 지부장도 “전기차는 노동자에게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며 “(고용 감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은 1, 2년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있다. 1955년~1963년생 베이비부머 세대의 정년퇴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025년까지 조합원 1만7500명이 정년퇴직을 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현대차 정규직 6만5000여명의 25%가 자연 감소하는 셈이다.
◇ 30명 업무, 자동화시스템 1개 대체
자동차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생산직 감원 경고음은 이미 요란하다. 업계와 시장 충격파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자동차 시장이 지속 축소되고 있는데다 전기차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2년 456만1766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402만8705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400만대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연간 400만대 생산은 한국 자동차 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가뜩이나 전체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데 전기차 시장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네덜란드 등에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2025년부터 중단된다. 아일랜드도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한다.
이에 발맞춰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그룹인 독일 폭스바겐은 100년 역사를 지닌 츠비카우 공장을 2022년까지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한다.
이미 츠비카우 공장 파사트 바리안트 생산라인은 전기차 ID.3 EV 전용으로 전환해 가동 중이다. 현재는 시험 가동 중이지만, 내달부터 일 800대 수준으로 전기차 ID.3 EV를 생산할 예정이다. 볼보도 2025년까지 판매 대수의 50% 이상을 전기차가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동화 시스템 도입도 일자리가 줄어드는 원인이 된다. 자동차 시장이 성장한다면 동일한 일자리를 유지하며 더 많은 차량을 생산할 수 있지만, 차량 판매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일자리 감소를 가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일례로 폭스바겐은 츠비카우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며 스마트 공장도 도입했다. 그 결과 골프 1대 제작에 25명이 필요하던 것이 ID.3 EV 생산에는 9명이면 충분할 정도가 됐다. 현대자동차도 의왕연구소를 통해 30명의 업무를 자동화 시스템 1개가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2021년 전기차 전용라인을 설치하고 2025년까지 16종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차량 판매가 감소하고 자동화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전기차로의 전환까지 이뤄지게 됐다. 현장에서 느낄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기존 인력에 대한 재교육을 강화해 전환 배치가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휘발유 경유 등 석유화학에너지에 100% 의존하던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전기·수소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품 생산 및 완성차 제조 과정 전반에 대대적인 체질개선이 필수적이란 뜻이기도 하다.
체질개선엔 고통스런 구조조정이 따른다. 전기차 및 수소차 등 미래향 모빌리티 생산비중을 확대하려면 기존 기술 인력을 감축해야만 생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탓이다. 성장통이자 패러다임 변화 시기, 냉정한 현실인식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관련 인원 감축이 내연기관 자동차 특정 부품 관련 인력에 한정될 수 있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 축소·자동화 시스템 도입 확대 등의 영향이 겹쳐 더 혹독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내연기관의 대명사인 엔진·변속기 생산 관련 고용인력은 100%, 프레스·차체·도장 고용은 7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인정하고 있다. 2025년 '현대차 생산직 40% 감축' 시나리오는 전기차 시대 성장통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전기차, 기존 부품 40% 사라진다
일본자동차부품공업협회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약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각각 1만9000개, 2만4000개를 사용한다. 전기차를 기준으로 약 40%의 부품이 사라지는 셈이다. 전기차에서 쓰이지 않는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은 엔진과 변속기다. 전기차는 바닥 전체에 배터리를 깔고 그 위에 모터를 두기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는 16일 공개를 앞둔 볼보의 순수 전기차 XC40 EV는 엔진룸 위치에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엔진룸 공간이 비어버린 탓이다.
전기차는 6단, 7단, 8단 등의 변속기도 사용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이를 대신한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기에 연료통도 들어가지 않으며, 흡기구와 배기구도 사라진다.
현대모비스는 주행과 제동, 조향 기능을 통합해 바퀴에 내장하는 'e-코너 모듈'도 개발하고 있다. 이 장치를 사용하면 드라이브 샤프트 등 기존 구동 장치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들에서 관련 공정과 기업이 소멸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 "엔진·변속기 100% 감소" 노조도 안다
현대차 노조도 이미 이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 5월 울산에서 열린 ‘미래자동차 고용 토론회’에서 윤선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4차산업 대응 연구위원회 팀장은 "엔진·변속기 고용은 100%, 프레스·차체·도장 고용도 7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비중이 2025년이면 57.1%까지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관련 인력 고용도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발표에서는 엔진·변속기 부문의 인력이 6341명에서 3618명으로 2723명 줄어들고 생산공장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바꿀 때 4000명당 최대 800명 고용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하부영 현대차 지부장도 “전기차는 노동자에게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며 “(고용 감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은 1, 2년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있다. 1955년~1963년생 베이비부머 세대의 정년퇴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025년까지 조합원 1만7500명이 정년퇴직을 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현대차 정규직 6만5000여명의 25%가 자연 감소하는 셈이다.
◇ 30명 업무, 자동화시스템 1개 대체
자동차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생산직 감원 경고음은 이미 요란하다. 업계와 시장 충격파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자동차 시장이 지속 축소되고 있는데다 전기차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2년 456만1766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402만8705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400만대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연간 400만대 생산은 한국 자동차 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가뜩이나 전체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데 전기차 시장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네덜란드 등에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2025년부터 중단된다. 아일랜드도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한다.
이에 발맞춰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그룹인 독일 폭스바겐은 100년 역사를 지닌 츠비카우 공장을 2022년까지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한다.
이미 츠비카우 공장 파사트 바리안트 생산라인은 전기차 ID.3 EV 전용으로 전환해 가동 중이다. 현재는 시험 가동 중이지만, 내달부터 일 800대 수준으로 전기차 ID.3 EV를 생산할 예정이다. 볼보도 2025년까지 판매 대수의 50% 이상을 전기차가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동화 시스템 도입도 일자리가 줄어드는 원인이 된다. 자동차 시장이 성장한다면 동일한 일자리를 유지하며 더 많은 차량을 생산할 수 있지만, 차량 판매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일자리 감소를 가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일례로 폭스바겐은 츠비카우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며 스마트 공장도 도입했다. 그 결과 골프 1대 제작에 25명이 필요하던 것이 ID.3 EV 생산에는 9명이면 충분할 정도가 됐다. 현대자동차도 의왕연구소를 통해 30명의 업무를 자동화 시스템 1개가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2021년 전기차 전용라인을 설치하고 2025년까지 16종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차량 판매가 감소하고 자동화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전기차로의 전환까지 이뤄지게 됐다. 현장에서 느낄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기존 인력에 대한 재교육을 강화해 전환 배치가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