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위기 장기화…노사 손잡지 않으면 공멸"
“차 판매량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습니다. 노동조합과 경영진이 손잡고 회사를 살려내야 합니다.”

10일 경기 평택공장에서 만난 정일권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위원장(사진)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차 판매량이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쌍용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7275대를 팔아 월별 판매 순위 4위로 내려앉았다. 올 들어 처음 르노삼성자동차(7817대)에 3위 자리를 내줬고, 수입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7707대)에도 밀렸다. 그는 “노사가 힘을 합쳐 좋은 차를 만들어 많이 파는 게 우리의 살길”이라며 “내가 직접 영업을 뛰며 차를 팔 정도로 절실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는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에 지난달 25개 사원 복지를 축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회사의 비상경영안을 받아들였다. 복지 축소 등 자구 노력으로 마련되는 2100억여원은 신차 개발과 운영비로 쓰일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10분기 연속 회사가 적자를 내고 있는데 자동차산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노조원 사이에서도 더 이상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이어 “회사가 살아야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는 호소에 노조원들이 복지 축소를 받아들여줬다”고 덧붙였다.

노사는 차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노사 공동 제조 품질 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한다. 영업에서 접수한 불량 사항을 TFT에 전달해 빠르게 불량률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 위원장은 “품질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시대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며 “최근 회사와 함께 전기차 생산을 위한 준비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회사와의 상생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노조원들의 고용 안정만큼은 꼭 지켜내겠다”며 “조만간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을 만나 고용 안정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쌍용차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쌍용차는 이날 사우디 내셔널 오토모빌스(SNAM)와 현지 조립생산을 위한 제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SNAM은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을 2021년부터 현지 조립 생산해 앞으로 3만 대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평택=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