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스토리로 브랜드를 만드는 스타트업 '브로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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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비건 화장품 'owndo'
구절초를 들어봤는가? 구절초는 국화과 산국속에 속하는 식물로 일본, 중국, 한국의 산과 들에 널리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예로부터 구절초는 우리나라에서 약초로 쓰였다. 꽃이 달린 풀 전체를 치풍, 부인병, 위장병에 처방하기도 하고 특히 피부 건강에 좋아서 민간요법으로 많이 쓰였다고 전해진다. 화장품이나 피부과 약이 없던 시절, 우리 선조들은 구절초 달인 물을 수건에 적셔 염증, 습진이 있는 부위에 바르면서 피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수확한 구절초를 약용으로 쓰면 효과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고, 이 꽃이 구절초라는 이름이 붙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구절초는 전국 방방곡곡 많이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그중에서도 들국화 마을이 유명하다. 전라남도 화순 수만리에 위치한 들국화 마을은 해발 450m의 개발제한구역에 위치해 있다. 대한민국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이곳은 공장 굴뚝도, 오염된 곳도 하나 없는 청정지역이다. 들국화 마을 사람들은 한국판 캐모마일인 구절초를 농약 한 방울 쓰지 않고 전통방식으로 재배한 뒤 판매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동화 속에 나올법한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현실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대도시 집중화가 맞물려 소멸 위기에 몰린 농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들국화 마을 역시 마찬가지인데,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 현재 20여 가구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 마을의 주 수익원인 구절초의 판매경로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농가 수익 감소로 인해 구절초 재배에 필요한 돈이 부족하여 전체 경작지의 1/4 도 채우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음력 9월 9일에 구절초는 여김 없이 활짝 폈지만, 들국화 마을을 이끄는 청년 회장의 얼굴은 피지 못한다.
점점 가속화되는 농촌 슬럼화를 막을 순 없을까? 여기 구절초의 효능, 들국화 마을의 안타까운 스토리를 듣고 들국화 마을에 꽃이 피게 하려 노력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피부에 좋은 구절초를 고부가가치인 화장품으로 만들어 판매 수익금 일부를 들국화 마을과 나눈다면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의 자생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바탕으로 구절초로 화장품을 만든 회사, 로컬 브랜딩 기업 브로컬리의 스토리를 들어보자. 브로컬리와 대표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역 브랜딩 스타트업 브로컬리(Blocally)입니다. 브로컬리는 Brand와 Locally의 합성어로, 로컬 브랜드의 현대적인 리브랜딩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전통과 현대, 지역과 도시, 로컬과 세계를 연결하고 모두가 상생하는 기회를 만드는 브랜드 플랫폼 컴퍼니입니다.
저는 원래 광고 회사의 캠페인 플래너로 근무했었어요. 상업광고를 만들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광고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한 ‘마음약방’이라는 캠페인이 큰 계기를 만들어 주었어요.
Q. 마음약방 캠페인은 어떤 것이었나요?
한국의 가장 큰 도시인 서울의 시민들은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했죠. 현대인들은 일상에 많이 지쳐있고, 스트레스가 많잖아요.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시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캠페인에 대해 고민했어요.
자살률의 가장 큰 원인인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같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인데, 이런 무거운 소재를 자판기라는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재미있게 치유해주고자 했어요.
예를 들어 자판기에 500원을 넣고 ‘월요병 말기’를 선택하면, 회사를 떠나라는 문구와 함께 티켓이 담겨 있는 위트 있는 처방전이 나오는 것이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더해져, 2016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은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저에게 있어서는 도시 브랜딩, 나아가 지역 브랜딩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Q. 그렇다면 지역 브랜딩 사업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무엇인가요?
퇴사를 하고 런던 쇼디치나 교토로 여행을 다녀보니, 그 지역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고 재생하는 사업을 굉장히 잘 하고 있더라고요. 업무적인 경험과 이런 개인적 배경이 더해져서, 광고 기술을 바탕으로 지역을 다시 바라보게끔 하는 지역 리브랜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지역 브랜딩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무래도 잦은 지역 출장으로 8시간 운전 등의 체력적인 한계에 어려움이 있고요. (웃음)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일반적인 프로세스와 다르다 보니, 기간도 더 많이 소요되고 고려 사항이 많아요. 제품 하나를 만들더라도 지역의 스토리를 녹이고, 지역 원재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니까요. 첫 번째 브랜드 비건 화장품 owndo°의 경우 원료 조사 720시간, 농가 탐방 1,440시간, 원료 검증 2,160시간, 총 4,320시간에 걸쳐 만들어졌어요.
Q.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셨나요?
현재 찾는 이가 없어서 사라지고 있거나,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로 H&B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제품을 만들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자주 발생되더라고요. 실패를 통해 계속 업그레이드하면서 우리만의 프로세스를 정립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소수지만 가치에 공감해주시는 파트너사들 덕분에 새로운 브랜드가 세상에 탄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힘든 일인데도 보람을 느끼셔서 하시는 것 같은데, 어떨 때 보람이 있으신가요?
최근 전남 화순 들국화마을의 구절초로 만든 비건 화장품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소개하여 2,000% 목표를 달성하였고, 만족도 4.9/5점을 받았어요. 제품에 대한 칭찬이나 재구매 의사에 대한 좋은 의견이 많았지만 가장 좋았던 후기는 "화순에 가보고 싶어요"라는 후기였어요.
우리의 브랜드로 지역의 가치를 알리고, 많은 지역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Q. 요즘 이런 로컬 기반 브랜드,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는데 브로컬리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스토리를 만드는 힘"입니다. 브랜드 하나를 만들더라도 그 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 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소비자들과 어떻게 소통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스토리와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지역과 환경, 소비자와 브랜드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로컬 브랜드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고 싶어요.
Q. 브로컬리의 첫 번째 브랜드인 온도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나의 것을 뜻하는 소유격 ‘OWN’과 온도의 발음 표기 ‘ONDO’를 합쳐 나만의, 내 피부에 맞는 온도를 의미하는 비건 스킨케어이에요. owndo°는 사람들의 피부가 청정한 우리 지역의 식물을 통해 본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탄생했습니다.
그 첫 번째 라인은 전남 화순 들국화마을의 "구절초"입니다. 대한민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이곳은 공장 굴뚝도, 오염된 곳도 하나 없는 청정한 지역이에요. 농약 한 방울 쓰지 않는 전통방식으로 스무 가구 남짓의 어르신들이 "구절초"를 재배하고 있지만 지금은 찾는 이가 없어 꽃이 사라져가고 있었어요.
아토피가 있는 아이가 가려움증을 개선하고 피부 진정에 도움이 되었다는 어르신의 이야기에 착안해서, 약 1년간의 발효 추출물 연구 끝에, 항염, 진정, 재생에 효과가 뛰어난 비건 화장품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Q. 비건 화장품이 유행인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동물유래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 시장이 커지고 있어요. 같은 제품이라면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가치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동물유래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식물성 원료들로 피토테라피에 대한 효능이 증명이 되기도 했습니다.
Q. 그렇다면 비건 화장품과 비교했을 때 온도의 차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지역과 상생하는 가치소비 화장품이지만 제품의 퀄리티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일반적인 지역 특산품 브랜드로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수십 회의 FGI를 통해 고가의 명품 코스메틱 브랜드에도 뒤지지 않는 사용감과 효능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글로벌 소비자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했습니다.
Q. 퀄리티를 신경 쓰다 보면 단가 맞추는 것이 까다로울 것 같은데요?
제조사에서도 이렇게 비싼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셨을 정도로 좋은 성분을 고집했습니다. 무엇보다 원료를 직접 지역에서 수매하고, 전통적인 방식을 적용한 추출물 생산이 필요했기 때문에 공정의 단계가 많았습니다. 파트너사에서도 원망을 많이 들었어요. (웃음) 하지만 이렇게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지역의 가치가 많은 소비자에게 전달이 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판매 물량이 늘어나면 계약재배를 통해 지역의 근본적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Q. 판매 수익금 일부를 쉐어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
많은 원재료를 수매해서 농가에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향후 매출의 일부분을 지역에 투자할 방법을 개발 중입니다. 지역 스토리 발굴을 통한 캠페인 등 정성적인 브랜딩 활동도 계획하고 있어요.
Q.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정부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지역자원의 개발이 뒷받침된다면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1차적인 농산물 대신 가공품 개발을 병행하면서 부가가치를 더 높이는 활동으로요. 대부분의 지역 농가는 어르신들이 많아 인력활용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역 대학 등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지역 경제 부흥에 시너지가 날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owndo°를 통해서 전남 화순을 알리는 활동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강원도, 충청도 등 사라져가는 식물 시리즈를 개발할 예정이고요. 경북 상주와 전북 무주의 못난이 과일을 활용한 UGLY CHIC라는 예상하지 못하실 만한 제품을 준비 중에 있어요. 보다 젊은 소비자들과 재밌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
구절초를 들어봤는가? 구절초는 국화과 산국속에 속하는 식물로 일본, 중국, 한국의 산과 들에 널리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예로부터 구절초는 우리나라에서 약초로 쓰였다. 꽃이 달린 풀 전체를 치풍, 부인병, 위장병에 처방하기도 하고 특히 피부 건강에 좋아서 민간요법으로 많이 쓰였다고 전해진다. 화장품이나 피부과 약이 없던 시절, 우리 선조들은 구절초 달인 물을 수건에 적셔 염증, 습진이 있는 부위에 바르면서 피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수확한 구절초를 약용으로 쓰면 효과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고, 이 꽃이 구절초라는 이름이 붙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구절초는 전국 방방곡곡 많이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그중에서도 들국화 마을이 유명하다. 전라남도 화순 수만리에 위치한 들국화 마을은 해발 450m의 개발제한구역에 위치해 있다. 대한민국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이곳은 공장 굴뚝도, 오염된 곳도 하나 없는 청정지역이다. 들국화 마을 사람들은 한국판 캐모마일인 구절초를 농약 한 방울 쓰지 않고 전통방식으로 재배한 뒤 판매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동화 속에 나올법한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현실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대도시 집중화가 맞물려 소멸 위기에 몰린 농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들국화 마을 역시 마찬가지인데,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 현재 20여 가구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 마을의 주 수익원인 구절초의 판매경로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농가 수익 감소로 인해 구절초 재배에 필요한 돈이 부족하여 전체 경작지의 1/4 도 채우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음력 9월 9일에 구절초는 여김 없이 활짝 폈지만, 들국화 마을을 이끄는 청년 회장의 얼굴은 피지 못한다.
점점 가속화되는 농촌 슬럼화를 막을 순 없을까? 여기 구절초의 효능, 들국화 마을의 안타까운 스토리를 듣고 들국화 마을에 꽃이 피게 하려 노력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피부에 좋은 구절초를 고부가가치인 화장품으로 만들어 판매 수익금 일부를 들국화 마을과 나눈다면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의 자생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바탕으로 구절초로 화장품을 만든 회사, 로컬 브랜딩 기업 브로컬리의 스토리를 들어보자. 브로컬리와 대표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역 브랜딩 스타트업 브로컬리(Blocally)입니다. 브로컬리는 Brand와 Locally의 합성어로, 로컬 브랜드의 현대적인 리브랜딩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전통과 현대, 지역과 도시, 로컬과 세계를 연결하고 모두가 상생하는 기회를 만드는 브랜드 플랫폼 컴퍼니입니다.
저는 원래 광고 회사의 캠페인 플래너로 근무했었어요. 상업광고를 만들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광고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한 ‘마음약방’이라는 캠페인이 큰 계기를 만들어 주었어요.
Q. 마음약방 캠페인은 어떤 것이었나요?
한국의 가장 큰 도시인 서울의 시민들은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했죠. 현대인들은 일상에 많이 지쳐있고, 스트레스가 많잖아요.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시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캠페인에 대해 고민했어요.
자살률의 가장 큰 원인인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같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인데, 이런 무거운 소재를 자판기라는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재미있게 치유해주고자 했어요.
예를 들어 자판기에 500원을 넣고 ‘월요병 말기’를 선택하면, 회사를 떠나라는 문구와 함께 티켓이 담겨 있는 위트 있는 처방전이 나오는 것이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더해져, 2016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은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저에게 있어서는 도시 브랜딩, 나아가 지역 브랜딩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Q. 그렇다면 지역 브랜딩 사업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무엇인가요?
퇴사를 하고 런던 쇼디치나 교토로 여행을 다녀보니, 그 지역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고 재생하는 사업을 굉장히 잘 하고 있더라고요. 업무적인 경험과 이런 개인적 배경이 더해져서, 광고 기술을 바탕으로 지역을 다시 바라보게끔 하는 지역 리브랜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지역 브랜딩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무래도 잦은 지역 출장으로 8시간 운전 등의 체력적인 한계에 어려움이 있고요. (웃음)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일반적인 프로세스와 다르다 보니, 기간도 더 많이 소요되고 고려 사항이 많아요. 제품 하나를 만들더라도 지역의 스토리를 녹이고, 지역 원재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니까요. 첫 번째 브랜드 비건 화장품 owndo°의 경우 원료 조사 720시간, 농가 탐방 1,440시간, 원료 검증 2,160시간, 총 4,320시간에 걸쳐 만들어졌어요.
Q.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셨나요?
현재 찾는 이가 없어서 사라지고 있거나,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로 H&B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제품을 만들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자주 발생되더라고요. 실패를 통해 계속 업그레이드하면서 우리만의 프로세스를 정립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소수지만 가치에 공감해주시는 파트너사들 덕분에 새로운 브랜드가 세상에 탄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힘든 일인데도 보람을 느끼셔서 하시는 것 같은데, 어떨 때 보람이 있으신가요?
최근 전남 화순 들국화마을의 구절초로 만든 비건 화장품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소개하여 2,000% 목표를 달성하였고, 만족도 4.9/5점을 받았어요. 제품에 대한 칭찬이나 재구매 의사에 대한 좋은 의견이 많았지만 가장 좋았던 후기는 "화순에 가보고 싶어요"라는 후기였어요.
우리의 브랜드로 지역의 가치를 알리고, 많은 지역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Q. 요즘 이런 로컬 기반 브랜드,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는데 브로컬리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스토리를 만드는 힘"입니다. 브랜드 하나를 만들더라도 그 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 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소비자들과 어떻게 소통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스토리와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지역과 환경, 소비자와 브랜드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로컬 브랜드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고 싶어요.
Q. 브로컬리의 첫 번째 브랜드인 온도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나의 것을 뜻하는 소유격 ‘OWN’과 온도의 발음 표기 ‘ONDO’를 합쳐 나만의, 내 피부에 맞는 온도를 의미하는 비건 스킨케어이에요. owndo°는 사람들의 피부가 청정한 우리 지역의 식물을 통해 본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탄생했습니다.
그 첫 번째 라인은 전남 화순 들국화마을의 "구절초"입니다. 대한민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이곳은 공장 굴뚝도, 오염된 곳도 하나 없는 청정한 지역이에요. 농약 한 방울 쓰지 않는 전통방식으로 스무 가구 남짓의 어르신들이 "구절초"를 재배하고 있지만 지금은 찾는 이가 없어 꽃이 사라져가고 있었어요.
아토피가 있는 아이가 가려움증을 개선하고 피부 진정에 도움이 되었다는 어르신의 이야기에 착안해서, 약 1년간의 발효 추출물 연구 끝에, 항염, 진정, 재생에 효과가 뛰어난 비건 화장품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Q. 비건 화장품이 유행인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동물유래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 시장이 커지고 있어요. 같은 제품이라면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가치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동물유래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식물성 원료들로 피토테라피에 대한 효능이 증명이 되기도 했습니다.
Q. 그렇다면 비건 화장품과 비교했을 때 온도의 차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지역과 상생하는 가치소비 화장품이지만 제품의 퀄리티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일반적인 지역 특산품 브랜드로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수십 회의 FGI를 통해 고가의 명품 코스메틱 브랜드에도 뒤지지 않는 사용감과 효능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글로벌 소비자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했습니다.
Q. 퀄리티를 신경 쓰다 보면 단가 맞추는 것이 까다로울 것 같은데요?
제조사에서도 이렇게 비싼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셨을 정도로 좋은 성분을 고집했습니다. 무엇보다 원료를 직접 지역에서 수매하고, 전통적인 방식을 적용한 추출물 생산이 필요했기 때문에 공정의 단계가 많았습니다. 파트너사에서도 원망을 많이 들었어요. (웃음) 하지만 이렇게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지역의 가치가 많은 소비자에게 전달이 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판매 물량이 늘어나면 계약재배를 통해 지역의 근본적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Q. 판매 수익금 일부를 쉐어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
많은 원재료를 수매해서 농가에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향후 매출의 일부분을 지역에 투자할 방법을 개발 중입니다. 지역 스토리 발굴을 통한 캠페인 등 정성적인 브랜딩 활동도 계획하고 있어요.
Q.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정부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지역자원의 개발이 뒷받침된다면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1차적인 농산물 대신 가공품 개발을 병행하면서 부가가치를 더 높이는 활동으로요. 대부분의 지역 농가는 어르신들이 많아 인력활용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역 대학 등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지역 경제 부흥에 시너지가 날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owndo°를 통해서 전남 화순을 알리는 활동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강원도, 충청도 등 사라져가는 식물 시리즈를 개발할 예정이고요. 경북 상주와 전북 무주의 못난이 과일을 활용한 UGLY CHIC라는 예상하지 못하실 만한 제품을 준비 중에 있어요. 보다 젊은 소비자들과 재밌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