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사장님'이 온다…프랜차이즈업계 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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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아이디어로 뛴다
취업 대신 창업 택하다
취업 대신 창업 택하다
“‘안녕. 난 치킨이야. 너에게로 달려가고 있어…. 빨리 갈게.’-깐부 닭올림.”
깐부치킨 서울역한라비발디점에서 배달 주문 고객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다. 1년 전 이 가게 운영을 시작한 점주는 25세의 은효승 씨. 그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포장 박스마다 손편지를 써서 보낸다. 인스타그램에 ‘치킨 튀기는 영상 ASMR’ 등도 올린다. 그는 “은퇴 후 결국 창업할 거라면 더 젊고 건강할 때 부딪쳐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며 “평소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은퇴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던 가맹점 창업에 20대와 30대가 뛰어들고 있다. 2030세대가 전체 점주의 50%에 육박한 브랜드도 등장했다.
취업 대신 창업…교촌 점주 50%가 청년
국내 1위(매출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의 2030 점주는 이미 50%를 넘어섰다. 지난 3년간 신규 점주 중 20대와 30대 비중은 18% 늘고, 50대 이상은 15% 줄었다. bbq와 굽네치킨의 2030 점주 비중도 각각 33%, 45%나 된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본도시락과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는 40%를 넘어섰다. 샐러드 프랜차이즈 ‘샐러디’는 전체 점주의 70%가 39세 이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업을 하는 젊은이가 많아진 것은 전체 젊은 층 창업이 늘어난 것과 맞닿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39세 이하 청년층의 신설법인 등록 건수는 처음으로 2만 개를 넘어섰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7개 늘었고, 50대보다도 많다. 청년실업이 심화되면서 취업보다 창업에 관심을 갖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업계는 이들 덕에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창업 전선에 뛰어든 20대와 30대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리스크가 적다. 짧게는 4~5년, 길게는 30년씩 장수한 브랜드는 경쟁력이 검증돼 장사에 실패할 확률이 낮다.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등 모바일 플랫폼의 영향도 크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의 앱을 통해 각 점주가 지역 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됐다. 굽네치킨 서울 서대문연희점을 운영하는 김동욱 씨(30)는 “1년 넘게 분식집을 혼자 해봤지만 신경쓸 게 너무 많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프랜차이즈로 바꾼 뒤 레시피와 재료 구매에 신경쓰지 않고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어 수익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2030의 발랄한 소통·진심 마케팅
2030세대는 창업할 때 자신 또는 친구들이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또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배달 서비스가 쉬운지 등을 따진다. 좋아하는 브랜드인 만큼 청년 점주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 및 마케팅에 나선다. 홍보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거나 인스타에 이벤트 공지를 하는 것은 이들에겐 일상이다. 배달 앱도 적극 활용한다. 리뷰를 쓰는 소비자에게 사이드 메뉴를 제공하거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리뷰 이벤트’, 주문할 때마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매칭 기부 이벤트’도 활발하다.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앱을 통해 다른 가게들이 어떤 이벤트를 하는지 알게 돼 자연스럽게 경쟁하게 된다”고 말했다.
청년 점주 중엔 부모님이 프랜차이즈 점주였거나 현재 운영하고 있는 2세도 많다. 부모님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고 본도시락을 창업한 김혜민 본도시락 경기 남양진접점 점주는 “단체 도시락 주문이 많고 배달 시장에 최적화돼 있다”며 “회사를 운영하며 5000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어와 직접 소통하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본사도 깜짝 놀랄 아이디어 봇물
새로운 세대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bbq 서울 이대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첫 점포가 큰 수익을 내자 별도 법인을 세운 뒤 점포를 확장했다. 현재 법인 명의로 5개의 bbq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본사에 다양한 요구도 한다. 원룸과 학생이 많이 사는 지역의 점주들은 “야식배달을 위해 새벽 4시까지 운영하게 해달라”거나 “저칼로리 야식을 개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청년 점주가 40% 이상인 커피전문점 더벤티는 대표 메뉴를 가맹점 레시피 공모전을 통해 내놓기도 했다. CU의 청년 점주들도 대학생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무료 와이파이와 휴대폰 충전 구역을 점포 내에 설치했다.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
깐부치킨 서울역한라비발디점에서 배달 주문 고객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다. 1년 전 이 가게 운영을 시작한 점주는 25세의 은효승 씨. 그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포장 박스마다 손편지를 써서 보낸다. 인스타그램에 ‘치킨 튀기는 영상 ASMR’ 등도 올린다. 그는 “은퇴 후 결국 창업할 거라면 더 젊고 건강할 때 부딪쳐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며 “평소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은퇴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던 가맹점 창업에 20대와 30대가 뛰어들고 있다. 2030세대가 전체 점주의 50%에 육박한 브랜드도 등장했다.
취업 대신 창업…교촌 점주 50%가 청년
국내 1위(매출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의 2030 점주는 이미 50%를 넘어섰다. 지난 3년간 신규 점주 중 20대와 30대 비중은 18% 늘고, 50대 이상은 15% 줄었다. bbq와 굽네치킨의 2030 점주 비중도 각각 33%, 45%나 된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본도시락과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는 40%를 넘어섰다. 샐러드 프랜차이즈 ‘샐러디’는 전체 점주의 70%가 39세 이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업을 하는 젊은이가 많아진 것은 전체 젊은 층 창업이 늘어난 것과 맞닿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39세 이하 청년층의 신설법인 등록 건수는 처음으로 2만 개를 넘어섰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7개 늘었고, 50대보다도 많다. 청년실업이 심화되면서 취업보다 창업에 관심을 갖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업계는 이들 덕에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창업 전선에 뛰어든 20대와 30대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리스크가 적다. 짧게는 4~5년, 길게는 30년씩 장수한 브랜드는 경쟁력이 검증돼 장사에 실패할 확률이 낮다.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등 모바일 플랫폼의 영향도 크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의 앱을 통해 각 점주가 지역 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됐다. 굽네치킨 서울 서대문연희점을 운영하는 김동욱 씨(30)는 “1년 넘게 분식집을 혼자 해봤지만 신경쓸 게 너무 많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프랜차이즈로 바꾼 뒤 레시피와 재료 구매에 신경쓰지 않고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어 수익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2030의 발랄한 소통·진심 마케팅
2030세대는 창업할 때 자신 또는 친구들이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또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배달 서비스가 쉬운지 등을 따진다. 좋아하는 브랜드인 만큼 청년 점주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 및 마케팅에 나선다. 홍보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거나 인스타에 이벤트 공지를 하는 것은 이들에겐 일상이다. 배달 앱도 적극 활용한다. 리뷰를 쓰는 소비자에게 사이드 메뉴를 제공하거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리뷰 이벤트’, 주문할 때마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매칭 기부 이벤트’도 활발하다.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앱을 통해 다른 가게들이 어떤 이벤트를 하는지 알게 돼 자연스럽게 경쟁하게 된다”고 말했다.
청년 점주 중엔 부모님이 프랜차이즈 점주였거나 현재 운영하고 있는 2세도 많다. 부모님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고 본도시락을 창업한 김혜민 본도시락 경기 남양진접점 점주는 “단체 도시락 주문이 많고 배달 시장에 최적화돼 있다”며 “회사를 운영하며 5000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어와 직접 소통하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본사도 깜짝 놀랄 아이디어 봇물
새로운 세대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bbq 서울 이대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첫 점포가 큰 수익을 내자 별도 법인을 세운 뒤 점포를 확장했다. 현재 법인 명의로 5개의 bbq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본사에 다양한 요구도 한다. 원룸과 학생이 많이 사는 지역의 점주들은 “야식배달을 위해 새벽 4시까지 운영하게 해달라”거나 “저칼로리 야식을 개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청년 점주가 40% 이상인 커피전문점 더벤티는 대표 메뉴를 가맹점 레시피 공모전을 통해 내놓기도 했다. CU의 청년 점주들도 대학생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무료 와이파이와 휴대폰 충전 구역을 점포 내에 설치했다.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