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의'와 '오해'에서 비롯된 유니클로 광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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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플리스 제품 TV 광고를 중단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직도 80년 전 일을 들춰내고 있다’는 뉘앙스를 광고에 담았다는 ‘오해’를 샀기 때문이다. ‘실수’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사정은 이렇다. 얼마 전 유니클로는 광고를 하나 내보냈다. 13세 패션 디자이너 여자아이와 98세의 옷 잘 입는 할머니가 함께 등장해 대화하는 내용이었다. 둘은 영어로 대화한다. 소녀는 할머니의 패션 감각에 감탄하며 “스타일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어요?”라고 질문한다. 할머니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겠니?(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답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방영하는 광고에 유니클로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는 자막을 달았다. 80년 전인 1939년은 일제강점기로 한국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많이 끌려갔던 시기다.
네티즌들은 “원문에는 없던 80년이라는 숫자를 굳이 넣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해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오해를 살 만했다. 일본에서 방영된 광고 속 자막은 “옛날 일은 잊어버렸어”라고 돼 있다. 한국에서만 숫자를 넣은 것이다.
패스트리테일링코리아 관계자는 “각 광고 속 자막은 해당 국가 마케팅팀이 자연스럽게 해석해 넣었다”며 “둘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85세 차이’를 실제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80년도 더 된 일’이라고 의역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혀 위안부 할머니를 떠올리지도 못했고 이렇게 해석할 줄은 생각조차 못 했다”고 덧붙였다.
비판이 확산되자 패스트리테일링코리아는 “많은 분이 불편함을 느낀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해당 광고를 중단했다. 많은 사람은 유니클로가 부주의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앞서 한국의 불매운동을 비하하는 발언이 문제가 돼 매출 타격을 받은 유니클로였기 때문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직접 위안부 할머니와 연결시키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다.
이 광고는 사실 호평받았다. 할머니의 패션 스타일을 칭찬하는 당돌한 소녀의 말투와 할머니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꽤 멋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유니클로의 신중하지 못한 태도가 오해와 만나 상황을 악화시켰다.
‘패스트리테일링코리아의 마케팅팀 직원도 한국인인데, 설마 위안부 할머니를 생각하며 그런 자막을 넣었을까’라는 일부 소비자의 얘기는 묻히고 말았다.
spop@hankyung.com
사정은 이렇다. 얼마 전 유니클로는 광고를 하나 내보냈다. 13세 패션 디자이너 여자아이와 98세의 옷 잘 입는 할머니가 함께 등장해 대화하는 내용이었다. 둘은 영어로 대화한다. 소녀는 할머니의 패션 감각에 감탄하며 “스타일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어요?”라고 질문한다. 할머니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겠니?(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답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방영하는 광고에 유니클로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는 자막을 달았다. 80년 전인 1939년은 일제강점기로 한국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많이 끌려갔던 시기다.
네티즌들은 “원문에는 없던 80년이라는 숫자를 굳이 넣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해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오해를 살 만했다. 일본에서 방영된 광고 속 자막은 “옛날 일은 잊어버렸어”라고 돼 있다. 한국에서만 숫자를 넣은 것이다.
패스트리테일링코리아 관계자는 “각 광고 속 자막은 해당 국가 마케팅팀이 자연스럽게 해석해 넣었다”며 “둘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85세 차이’를 실제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80년도 더 된 일’이라고 의역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혀 위안부 할머니를 떠올리지도 못했고 이렇게 해석할 줄은 생각조차 못 했다”고 덧붙였다.
비판이 확산되자 패스트리테일링코리아는 “많은 분이 불편함을 느낀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해당 광고를 중단했다. 많은 사람은 유니클로가 부주의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앞서 한국의 불매운동을 비하하는 발언이 문제가 돼 매출 타격을 받은 유니클로였기 때문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직접 위안부 할머니와 연결시키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다.
이 광고는 사실 호평받았다. 할머니의 패션 스타일을 칭찬하는 당돌한 소녀의 말투와 할머니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꽤 멋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유니클로의 신중하지 못한 태도가 오해와 만나 상황을 악화시켰다.
‘패스트리테일링코리아의 마케팅팀 직원도 한국인인데, 설마 위안부 할머니를 생각하며 그런 자막을 넣었을까’라는 일부 소비자의 얘기는 묻히고 말았다.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