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후’ 721억원, ‘닥터자르트’ 177억원, ‘애경 팩트’ 92억원.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지난 11일 중국 광군제(독신자의 날) 하루에 올린 매출이다. 중국 최대 쇼핑행사인 광군제는 큰 폭의 할인으로 중국인들의 소비가 집중되는 ‘대목’이다.

국내 화장품업체와 패션업체, 식품업체 등은 올해도 좋은 실적을 올렸다.

K뷰티 “역대 최대 매출”

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 브랜드 후는 올해 광군제 티몰 판매액이 작년보다 3배 많은 4억3400만위안(약 7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쇼핑몰인 티몰에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 순위도 네 계단 올랐다. 에스티로더, 랑콤, SK-Ⅱ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특히 인기 상품인 ‘천기단 화현’ 세트는 1540위안(약 26만원)의 비싼 가격에도 작년보다 3.9배 늘어난 25만2000세트가 팔려나갔다. 천기단 화현 세트 매출만 3억8800만위안(약 632억원)을 기록했다.

LG생건 관계자는 “티몰의 기초 스킨케어 카테고리에서 후 천기단 화현세트는 판매 1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숨은 작년보다 2.2배 매출이 늘며 ‘광군제 1억위안 매출 브랜드’에 이름을 처음 올렸다. 인기 상품인 ‘워터풀 세트’가 작년보다 2.9배 많은 8만5000세트가 팔린 덕이다. 이밖에 오휘(9.3배), CNP(5.9배), 빌리프(1.7배), VDL(1.6배) 등도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더마코스메틱(약국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도 광군제 기간 중국 내 인기를 증명했다. 작년보다 3.9배 많은 177억원어치가 팔렸다. 광군제를 앞두고 사전 온라인 예약주문을 받은 사흘 동안 이미 작년 매출을 넘어섰다. 인기 상품인 마스크팩은 티몰 마스크팩 부문 1위에 올랐고, ‘시카페어 세럼’ (사진) 판매도 작년보다 7배 늘었다. 광군제를 앞두고 상하이에서 시카페어 팝업스토어(임시매장) 행사를 대대적으로 여는 등 마케팅을 강화한 것도 판매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에이지투웨니스’의 쿠션 등을 티몰에서 판매하는 애경산업도 광군제 하루 동안 92억원의 매출로 작년보다 4.7배 높은 실적을 거뒀다. ‘에이지투웨니스 에센스 커버팩트’가 ‘애경 팩트’로 불리며 35만9000개 이상 팔렸다. 이 팩트는 티몰의 비비크림 부문에서 2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광군제 매출도 작년보다 62% 늘었다. 설화수의 ‘자음라인 세트’가 24만 개, 라네즈의 ‘에센셜 스킨로션’이 20만 개, 려의 ‘자양윤모’가 22만 개 이상 팔렸다.

식품업계·중소기업도 ‘대박’

패션업체 이랜드도 광군제 매출이 작년보다 20% 많은 500억원을 기록했다. 포인포의 다운이 5만 장, 스파오의 해리포터 협업제품이 4만 장 이상 판매된 영향이다.

식품업체도 ‘광군제 특수’를 누렸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짜짜로니, 김치라면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하루 동안 4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심은 신라면과 너구리, 안성탕면, 김치라면 등 인기제품 8종으로 구성한 ‘농심라면 패키지’를 앞세워 작년보다 40% 늘어난 11억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도 작년보다 네 배 늘어난 23억원의 매출을 냈다고 발표했다. 비비고 왕교자 등 냉동만두와 고메 함박스테이크, 햇반 등이 고루 팔렸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선전했다. 락앤락은 광군제 3주 전부터 다양한 마케팅을 한 덕에 작년보다 매출이 11.9% 늘었다. 4325만위안(약 7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텀블러, 보온병 등이 가장 많이 팔렸고 밀폐용기, 도시락용기, 조리용품 등이 뒤를 이었다. 휴롬은 ‘휴롬디바S’ 등 원액기 1만3000대를 판매했다.

민지혜/김정은/박종필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