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이 15일부터 올해 마지막 정기 세일에 들어간다. 그런데 백화점들의 세일 광고만 봐서는 어떤 브랜드가 얼마나 싸게 판매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세일’이라는 단어 대신 ‘시즌 오프’라는 말을 쓰는 곳도 있다. 작년과 크게 달라진 백화점 세일 광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초부터 시행할 예정인 이른바 ‘세일지침’의 영향이다.

공정위의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 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 개정안’(특약매입 지침)에 따르면 내년부터 백화점들은 입점 브랜드에 정기 세일 참여를 요청할 경우 할인 금액의 50%를 부담해야 한다. 백화점들이 반발하자 공정위는 참여를 강요하지 않는다면 백화점과 입점 브랜드가 자율적으로 부담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백화점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이번 세일은 지침이 시행되기 전 마지막 세일이다. 그렇다 보니 백화점들은 입점 브랜드에 할인 행사 참여를 독려하지 않았다. 브랜드별로 알아서 세일하도록 했다.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입점 브랜드에 세일 공문을 돌리거나 전화하는 것도 극도로 자제했다. 자칫 세일 참여를 독려했다가 공정위가 시행할 예정인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백화점 세일 광고도 바꿔 놓았다. 할인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전부 빠졌다. 단순히 세일을 알리는 문구만 적혀 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세일 대신 ‘시즌 오프’로 썼다. 백화점들은 특약매입 지침의 적용 대상이 아닌 자체상표(PB)와 직매입 상품 위주로 세일 행사를 마련했다. 롯데백화점은 PB인 ‘롯데 캐시미어 니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협회가 공정위와 합의한 만큼 개별 백화점이 지침을 어길 수는 없는 일”이라며 “세일 구성은 달라졌지만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 등은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