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망해도 브랜드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대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룹이 해체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대우’ 브랜드는 대우건설, 미래에셋대우 등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상표권을 보유한 기업은 적지 않은 수익을 얻는다. ‘DAEWOO’ ‘大宇’ 등의 해외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옛 포스코대우)은 지난해 약 71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았다.

5대 그룹, 105억~2684억…'대우' 해외 상표권 가진 포스코인터, 71억 받아
국내 주요 그룹도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다. 계열사 등이 그룹 브랜드를 상호, 기업이미지, 로고 등에 사용하는 대가다. 사용료는 가치 평가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한다. 브랜드를 쓰는 기업 매출의 0.5% 안팎에서 결정된다.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13개 계열사가 상표권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 삼성 브랜드를 활용해 이익을 거둔 계열사 매출의 0.5%를 나눠 갖는다. 지난해 브랜드 사용료는 105억6000만원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자동차 등 3사가 브랜드 소유권을 갖고 있다. 3개사가 지난해 계열사에서 받은 사용료는 438억2600만원이다.

지주회사 체제 그룹은 통상 지주사가 사용료를 가져간다. LG그룹에선 (주)LG가 그룹 브랜드의 소유권을 갖고 있다. LG는 지난해 5대 그룹 중 가장 큰 규모인 2684억원의 사용료를 받았다. SK그룹 사용료는 대부분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 몫이다. SK는 작년에만 2332억원을 가져갔다. 롯데지주는 1032억9400만원을 받았다.

브랜드 사용료가 사익편취에 악용된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실태조사를 거쳐 2018년 대기업이 계열사 브랜드 사용료 내역을 매년 공시하도록 했다.

안 받아도 문제다. 2015년 국세청은 ‘동부’ 브랜드를 보유한 동부건설이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아 회사 이익을 축소했다며 추징금을 부과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