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가운데)이 전통시장을 찾아 ‘가격표시제’를 독려하는 팸플릿을 배포하고 있다.  소진공 제공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가운데)이 전통시장을 찾아 ‘가격표시제’를 독려하는 팸플릿을 배포하고 있다. 소진공 제공
“물건 하나 사려면 얼만지 물어봐야 하고, 물어보고 안 사면 눈치 주고…. 가격표를 붙이니 시장을 자주 찾게 돼요.”

경기 부천중동시장을 자주 찾는 회사원 박정원 씨(32)의 말이다.

올 들어 전통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가격표시제다. 2017년도 전통시장·상점가 점포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격을 표시하는 점포는 66.9% 수준이었다. 가격표시가 양호하다고 응답한 전통시장도 55.2%에 불과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의 변신을 위해 제1 목표로 삼은 것이 가격표시제다. 지난 7월부터 산본시장(경기 부천) 괴정골목시장(부산) 등 특성화시장 100곳을 대상으로 가격 표시 도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추석 명절에는 ‘가격표시 집중 시행기간’을 운영하기도 했다. 상인들도 자체적으로 가격표시 활성화 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적극 동참했다. ‘가격표시는 고객에 대한 기본 서비스’라는 인식이 확산돼서다.

가격표시제가 전통시장 매출 증가에 긍정적 유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진공이 지난 7~9월 석 달간 가격을 표시하는 점포 60곳을 대상으로 카드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전체 카드매출이 평균 11.5% 증가했다. 가격표시 제품 비율을 새롭게 70% 이상으로 높인 점포의 매출(카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이 같은 매출 증대 효과를 바탕으로 소진공은 전통시장 가격표시제를 더욱 확산시켜 나갈 방침이다. 매년 200곳씩 2021년까지 총 500곳의 전통시장에 가격표시제를 정착시키는 게 목표다. 단순히 가격표시에 그치지 않고 고객 신뢰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은 “가격표시제는 표준화된 유통 서비스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에게 전통시장 이용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효과가 크다”며 “가격을 표시하면서 한 번 더 고객을 생각하고 이것이 매출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