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아예 온라인으로만 팔아
현대·기아차는 '자체 브레이크'
노조 반발에 해외서만 인터넷 판매
지난 1일 오후 10시께 CJ오쇼핑의 방송 채널. 쇼호스트는 쌍용자동차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를 소개하며 ‘자동차 판매 방송’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홈쇼핑 방송에서 렌터카나 수입차를 판매한 사례는 있었지만, 국산차를 판 것은 처음이었다.
자동차 유통 구조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소비자가 매장에 찾아가 차량을 살펴보고 계약서를 쓰는 구매 방식은 ‘구식’이 되고 있다. 홈쇼핑과 인터넷으로 구매 상담부터 시승 예약, 결제까지 하고 집으로 차를 배송받는 시대가 왔다.
자동차 유통구조 ‘지각변동’
쌍용차는 이날 방송을 통해 상당한 홍보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1시간 동안 1200여 건의 구매 상담 신청이 접수됐다. 10초당 3건 꼴이다. 접수된 상담 신청은 소비자 인근 대리점으로 배분됐다. 각 대리점 영업사원이 구매 상담을 하고 계약 절차를 밟는다. 소비자가 원하면 집에서 계약서를 쓰고 차도 받을 수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홈쇼핑 방송을 통한 판매를 결정했다”며 “예상보다 상담 신청이 많이 들어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9월 티구안 2020년형 모델의 사전예약을 온라인 쇼핑몰인 11번가를 통해 받았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같은 달 수입 모델인 상용차 마스터 밴을 홈쇼핑을 통해 판매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트위지를 홈쇼핑 상품으로 내놨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온라인 판매가 더욱 활발하다. 중고차 판매 업체인 케이카의 ‘내 차 사기 홈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클릭 몇 번으로 중고차를 구매하고 차량을 집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 3차원(3D) 라이브 뷰를 통해 차량 내·외부와 보닛 안을 샅샅이 살펴볼 수도 있다. 오전에 차를 주문하면 오후에 차를 받을 수 있다.
노조 반대에 부딪힌 온라인 판매
온라인 판매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해외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2025년에는 전 세계 판매의 25%를 온라인에서 이뤄낸다는 목표다. 브리타 제에거 다임러 AG 이사회 멤버 및 벤츠 승용부문 마케팅앤드세일즈 총괄은 “벤츠를 구입하는 일은 책 한 권을 주문하는 것만큼 쉬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볼보자동차와 폭스바겐도 딜러와 함께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만 차를 파는 업체도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 얘기다. 웹페이지에서 차량을 골라 주문하면 2~4주 내에 배송해 준다.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25년 유럽에서 팔리는 차의 3분의 1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세계 판매량은 6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내 시장은 ‘딴판’이다.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가 홈쇼핑 방송에서 국산차를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지만, 영업사원으로 구성된 판매 노동조합 반대에 부딪혔다. 홈쇼핑에서 차를 팔면 자신들의 판매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하는 게 판매노조 논리다. 현대차는 홈쇼핑 방송 판매를 검토했다가 노조 반발로 계획을 접기도 했다. 대신 현대차는 싱가포르, 호주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인도·홍콩·유럽·중국 등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7월부터 인도에서 온라인 판매에 들어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