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이 돈 된다…1·2위 업체 잇따라 M&A
렌털기업 세 곳이 최근 잇달아 경영권을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렌털업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렌털기업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기 높은 매물이 된 결과다.

○대부업체·경쟁사도 눈독 들인 렌털기업

생활가전 등 일반 대상 제품 렌털(B2C) 사업을 해온 비에스렌탈의 전용우 대표 등 주요 주주들은 지난 10일 대신캑터스바이아웃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비에스렌탈의 기업가치는 978억원으로 책정됐고, 지분 80%를 809억원에 넘겼다. 비에스렌탈은 B2C 소비용품 렌털 시장에서 1위(지난해 매출 기준) 기업이다.

대신프라이빗에쿼티(PE)와 캑터스PE는 비에스렌탈을 인수하기 위해 특수목적회사(SPC)인 대신캑터스바이아웃을 세웠다. 대부업체 리드코프가 전략적 투자자(SI)로 300억원을, 대신PE와 캑터스PE가 509억원을 댔다. 리드코프는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떨어지는 등 대부업 사업 환경이 나빠지자 금융업 성격이 강한 렌털업 진출을 적극 검토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에스렌탈 매각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11일에는 비에스렌탈과 비슷한 B2C 렌털업체인 모두렌탈이 SV인베스트먼트-AJ캐피탈파트너스 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컨소시엄이 모두렌탈 구주를 약 500억원에 인수하고 유상증자로 500억을 투입해, 약 1000억원을 투자하는 계약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고소작업대 등 특수건설장비를 빌려주는 B2B(기업 간 거래) 렌털업체인 한국렌탈도 보안업체 드림시큐리티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피에스(PS)얼라이언스 컨소시엄에 1150억원(지분율 99.83%)에 매각됐다. 드림시큐리티 컨소시엄은 지난달 잔금 납입을 마쳤다.

○B2C 중심으로 렌털사업 급성장

비에스렌탈, 모두렌탈의 B2C 사업은 홈쇼핑이나 종합상사와 비슷한 체계라는 평가다. 소비자에게 렌털 플랫폼을 제공한다. 주력 렌털 상품은 유행에 따라 안마의자 러닝머신 승마기기 등 운동기구, 흙침대,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등 미용기기, 요실금치료기, 반신욕기, 탈모치료기 등으로 끝없이 달라진다. 한 번쯤 써보고 싶지만 목돈을 들여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제품을 소비하게 하는 데도 렌털 방식이 주효했다. 과거 렌털기업이 렌털 제품의 제작부터 관여했던 형태와는 다른 방식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유행에는 민감한 요즘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지는 사업 구조이기도 하다. 모두렌탈은 연계 신용카드를 활용해 무료 또는 월 2000원 미만 금액으로 물건을 빌려 쓸 수 있는 ‘천원렌탈’ 코너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렌털에 익숙한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렌털기업의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비에스렌탈 매출(상품매출 기준)은 2011년 69억원에서 작년 828억원으로 불어났다. 2005년 설립된 모두렌탈 매출((상품매출 기준)도 2016년 480억원 선에서 지난해 710억원까지 증가했다.

○금융업 성격 강해 자본시장서 관심
렌털이 돈 된다…1·2위 업체 잇따라 M&A
리드코프·캑터스PE·대신PE(비에스렌탈), SV인베스트먼트(모두렌탈), PS얼라이언스(한국렌탈) 등 PEF와 벤처캐피털(VC)이 줄지어 렌털기업 인수전에 참여한 배경에는 렌털업과 금융업의 유사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렌털업은 소액금융업(마이크로 파이낸스)에 가깝다”고 정의했다. 그는 “이용자 중에는 소득이 적어서 끝까지 돈을 내기 어려운 저신용자도 적지 않기 때문에 부실이 발생했을 때 채권을 잘 회수하고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채권은 적기에 잘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B2C 부문 렌털업이 급격히 성장하자 B2B 기업이 B2C로 영역 확장을 노리는 경우도 나타났다. 모두렌탈 인수 컨소시엄의 SI로 참여한 AJ그룹이 대표적이다. AJ그룹은 자회사 AJ렌탈을 통해 고소장비, 지게차 등 B2B 부문 렌털 사업을 해왔으나 이번 인수를 계기로 B2C로 확장하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유보다 공유를 지향하는 분위기에 렌털 사업이 잘 맞아떨어진다”며 “끝없이 바뀌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적절한 상품을 적기에 잘 공급하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