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사기로' 내몰린 쌍용차, 정부·마힌드라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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産銀 등에 자금지원 요청
정부 "대주주 증자가 먼저"
정부 "대주주 증자가 먼저"
쌍용자동차가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기존 대출 상환 연장과 신규 자금 지원 등을 긴급 요청했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11분기째 적자가 누적돼 유동성 위기에 빠진 쌍용차가 정부와 산은에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추가 증자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지원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쌍용차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향후 사업계획 및 자구노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쌍용차 노사도 자구안 마련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쌍용차가 자금 지원 등을 요청한 것은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1000억원을 상환하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17년 1분기부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285.5%로 1년 전(204.6%)보다 80.9%포인트 높아졌다.
올 들어 코란도 완전 변경 모델과 티볼리 부분 변경 모델 등을 내놨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내년에는 신차 출시 계획이 없어 판매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2009년 ‘옥쇄파업’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고 말했다.11분기 연속 적자에 빚독촉까지
3년 누적적자 3000억 넘어…내년 상반기까지 갚을 빚 1000억
쌍용자동차가 다시 생사의 기로에 섰다. 11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진 데다 은행 빚 상환 압박까지 거세지면서다. 2009년 공장 문을 걸어잠근 ‘옥쇄파업’ 사태 이후 1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급기야 쌍용차는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기존 대출 상환 연장과 추가 자금 지원 등을 요청했다. 산은은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먼저 ‘대주주의 책임’을 이행하고, 쌍용차 스스로도 추가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쌍용차 노사는 자구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대하드라마’ 쌍용차의 눈물
쌍용차가 걸어온 길은 한 편의 ‘대하드라마’와 같다. 우여곡절과 부침이 많았다.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 시작한 쌍용차는 1986년 쌍용그룹에 인수되면서 새출발했다. 당시 ‘대표 선수’는 코란도훼미리였다.
승승장구하던 쌍용차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흔들렸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1998년 대우그룹에 넘어갔다. 1999년 대우그룹마저 해체돼 쌍용차는 2000년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됐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다시 팔렸지만, 내리막길을 피하진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이듬해인 2009년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기술만 빼먹고 회사를 버렸다’는 ‘먹튀’ 논란이 불거지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대가는 컸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겪었다. 1900여 명이 희망퇴직했고, 450여 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이때 77일간 ‘옥쇄파업’ 사태가 벌어져 회사 문을 닫기 직전 상황까지 갔다. 2010년 주인이 인도 마힌드라그룹으로 바뀌면서 ‘반전 드라마’는 시작됐다. 안정적 재무구조와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정상화 기반을 다졌다. 일등 공신은 2015년 초 나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였다. 2016년엔 9년 만에 흑자전환(영업이익 280억원)하는 데 성공했다.
자축을 위한 시간은 짧았다. 2017년부터 차 판매량이 확 쪼그라들면서 쌍용차는 다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올 들어선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쌍용차는 올 1~11월 11만9876대의 차량을 팔았다. 최악의 판매 위기를 겪은 지난해 같은 기간(12만7818대)보다 6.2% 줄었다. 신차(티볼리 부분변경 모델, 코란도 완전변경 모델)를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영실적은 사상 최악이다. 쌍용차는 올 3분기(7~9월) 10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1분기 연속 적자를 봤다. 3년 가까이 누적 적자만 3000억원을 넘어섰다.
노사, 2차 자구안 협상 돌입
업계에선 쌍용차가 ‘경쟁력 있는 신차 부재→판매 부진→자금난’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쌍용차가 올해 야심차게 선보인 신차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경영난 여파로 내년 신차 개발 및 양산 계획도 줄줄이 연기했다. 내년 눈에 띄는 신차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쌍용차 노사는 지난 9월 1차 자구안에 합의했다.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을 시행하고, 임직원 복지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129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도 무기한 연기했다.
그럼에도 비상벨 소리는 더 요란해지는 모양새다. 은행 빚 상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다. 쌍용차가 금융권에서 기존에 빌린 차입금 만기 상환액은 이달 말 300억원, 내년 상반기 700억원 등 1000억원에 달한다.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은 3000억원(올해 3분기 말 기준)이다. 산은을 비롯해 우리·국민·한국씨티은행 등에서 시설 및 운영자금 용도로 빌린 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쌍용차가 차입금 상환 유예를 위해 은행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정부와 산은 등에 추가 자금 지원도 요청했다. 산은은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이 먼저 추가 증자를 하고, 쌍용차도 추가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못 박았다. 마힌드라 측은 난색이다. 올 들어 인도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마힌드라 사정도 나빠진 탓이다.
사정이 다급해지자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지난 9일부터 나흘간 인도 마힌드라그룹 본사를 방문했다.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은 정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쌍용차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 다만 쌍용차의 누적 적자와 수출 감소 등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노사는 2차 자구안 마련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업계에선 순환휴직 확대, 희망퇴직 시행, 임금 반납 등의 추가 자구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속적 미래 투자를 위해 자구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장창민/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11분기째 적자가 누적돼 유동성 위기에 빠진 쌍용차가 정부와 산은에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추가 증자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지원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쌍용차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향후 사업계획 및 자구노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쌍용차 노사도 자구안 마련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쌍용차가 자금 지원 등을 요청한 것은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1000억원을 상환하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17년 1분기부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285.5%로 1년 전(204.6%)보다 80.9%포인트 높아졌다.
올 들어 코란도 완전 변경 모델과 티볼리 부분 변경 모델 등을 내놨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내년에는 신차 출시 계획이 없어 판매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2009년 ‘옥쇄파업’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고 말했다.11분기 연속 적자에 빚독촉까지
3년 누적적자 3000억 넘어…내년 상반기까지 갚을 빚 1000억
쌍용자동차가 다시 생사의 기로에 섰다. 11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진 데다 은행 빚 상환 압박까지 거세지면서다. 2009년 공장 문을 걸어잠근 ‘옥쇄파업’ 사태 이후 1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급기야 쌍용차는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기존 대출 상환 연장과 추가 자금 지원 등을 요청했다. 산은은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먼저 ‘대주주의 책임’을 이행하고, 쌍용차 스스로도 추가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쌍용차 노사는 자구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대하드라마’ 쌍용차의 눈물
쌍용차가 걸어온 길은 한 편의 ‘대하드라마’와 같다. 우여곡절과 부침이 많았다.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 시작한 쌍용차는 1986년 쌍용그룹에 인수되면서 새출발했다. 당시 ‘대표 선수’는 코란도훼미리였다.
승승장구하던 쌍용차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흔들렸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1998년 대우그룹에 넘어갔다. 1999년 대우그룹마저 해체돼 쌍용차는 2000년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됐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다시 팔렸지만, 내리막길을 피하진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이듬해인 2009년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기술만 빼먹고 회사를 버렸다’는 ‘먹튀’ 논란이 불거지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대가는 컸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겪었다. 1900여 명이 희망퇴직했고, 450여 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이때 77일간 ‘옥쇄파업’ 사태가 벌어져 회사 문을 닫기 직전 상황까지 갔다. 2010년 주인이 인도 마힌드라그룹으로 바뀌면서 ‘반전 드라마’는 시작됐다. 안정적 재무구조와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정상화 기반을 다졌다. 일등 공신은 2015년 초 나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였다. 2016년엔 9년 만에 흑자전환(영업이익 280억원)하는 데 성공했다.
자축을 위한 시간은 짧았다. 2017년부터 차 판매량이 확 쪼그라들면서 쌍용차는 다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올 들어선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쌍용차는 올 1~11월 11만9876대의 차량을 팔았다. 최악의 판매 위기를 겪은 지난해 같은 기간(12만7818대)보다 6.2% 줄었다. 신차(티볼리 부분변경 모델, 코란도 완전변경 모델)를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영실적은 사상 최악이다. 쌍용차는 올 3분기(7~9월) 10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1분기 연속 적자를 봤다. 3년 가까이 누적 적자만 3000억원을 넘어섰다.
노사, 2차 자구안 협상 돌입
업계에선 쌍용차가 ‘경쟁력 있는 신차 부재→판매 부진→자금난’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쌍용차가 올해 야심차게 선보인 신차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경영난 여파로 내년 신차 개발 및 양산 계획도 줄줄이 연기했다. 내년 눈에 띄는 신차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쌍용차 노사는 지난 9월 1차 자구안에 합의했다.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을 시행하고, 임직원 복지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129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도 무기한 연기했다.
그럼에도 비상벨 소리는 더 요란해지는 모양새다. 은행 빚 상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다. 쌍용차가 금융권에서 기존에 빌린 차입금 만기 상환액은 이달 말 300억원, 내년 상반기 700억원 등 1000억원에 달한다.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은 3000억원(올해 3분기 말 기준)이다. 산은을 비롯해 우리·국민·한국씨티은행 등에서 시설 및 운영자금 용도로 빌린 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쌍용차가 차입금 상환 유예를 위해 은행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정부와 산은 등에 추가 자금 지원도 요청했다. 산은은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이 먼저 추가 증자를 하고, 쌍용차도 추가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못 박았다. 마힌드라 측은 난색이다. 올 들어 인도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마힌드라 사정도 나빠진 탓이다.
사정이 다급해지자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지난 9일부터 나흘간 인도 마힌드라그룹 본사를 방문했다.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은 정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쌍용차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 다만 쌍용차의 누적 적자와 수출 감소 등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노사는 2차 자구안 마련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업계에선 순환휴직 확대, 희망퇴직 시행, 임금 반납 등의 추가 자구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속적 미래 투자를 위해 자구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장창민/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