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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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다우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16일(현지시간) 나란히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주가는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5%로 1969년 이후 5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으며,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4%로 예상되고 있다. 한마디로 호황이다.

미국 경제학계는 지금의 호황을 가능하게 한 요인 중 하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를 꼽고 있다. 2018년 초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춘 덕분이란 얘기다.

'11% vs 20%' 법인세가 미국 호황·한국 불황 갈랐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조세경제정책연구원(ITEP)은 미국 500대 기업(포천 500대 기업) 중 지난해 이익을 낸 379곳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조사한 결과 11.3%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84년 이후 34년 만에 최저로 나타났다고 이날 발표했다. 법인세 실효세율이란 각종 감면 등을 제하고 난 뒤 기업이 부담한 실제 세율을 가리킨다. 미국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2015년의 21.2%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국은 미국과는 반대다. 성장률은 2017년 3.2%에서 지난해 2.7%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2.0% 달성도 장담하기 힘들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도 있지만 2009년 22%이던 법인세 최고 세율을 지난해 25%로 올린 충격파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 대기업(3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1332곳)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9.9%로 미국의 두 배에 육박한다.
미국, 법인세 내려 성장·고용 '축포'
한국, 기업 세금 올려 '투자 절벽'


미국 경제가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증시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타결이 기폭제가 됐지만 그 바탕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대규모 감세가 기업 이익 증가와 일자리 확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감세’의 효과는 미 싱크탱크 조세경제정책연구원(ITEP)이 16일(현지시간) 발표한 포천 500대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에서도 확인됐다. ITEP에 따르면 이들 500대 기업 중 지난해 이익을 낸 379개사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1.3%로 34년 이내 최저였다. 2008~20015년 법인세 실효세율(21.2%)의 절반 수준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들 대기업뿐 아니라 미국 기업이 연방정부에 낸 법인세 부담도 2017년 약 3000억달러에서 지난해 2040억달러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11% vs 20%' 법인세가 미국 호황·한국 불황 갈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각종 감면에서 반드시 내야 하는 최저한세율(20%)을 폐지한 게 핵심이다. 해외 송금세도 35%→12~14.5%로 낮췄다. 법인세를 낮춰 기업 투자를 늘리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확대하려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에 따른 것이다. 특히 ‘트럼프 감세’로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7%, 2018년)보다도 낮아졌다.

감세정책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2.9% 성장했다. 다른 선진국 대비 최고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도 2.4%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7~1.8%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속 성장’이다.

일자리 시장도 호황이다. 지난달 일자리(비농업부문 고용)는 전월보다 26만6000명 늘어 시장 예상치(18만 명 증가)를 큰 폭으로 뛰어넘었다. 실업률은 3.5%로, 1969년 후 50년 만에 최저였다.

일각에선 법인세 인하가 정부 재정적자를 키운다는 비판도 있다. 감세 효과가 대기업 경영진과 주주 위주로 돌아가면서 불평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일자리 증가가 이어지면서 감세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가 우세한 편이다. 감세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내년 대선을 겨냥해 중산층 감세 카드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12배나 큰 미국이 법인세를 대폭 인하한 것과 달리 한국은 ‘역주행’하고 있다. 한국은 2005년 25%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009년 22%로 낮춰 한동안 이 수준을 유지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이를 25%로 높였다.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복지 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그 결과 지난해 대기업(3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1332개사)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9.9%에 달했다. 전체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도 17.6%나 됐다.

그런데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한술 더 떠 법인세율을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12일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2045’ 발표회에서 “법인세율 상향·단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등 반(反)기업 정책 때문에 기업 투자 의욕이 꺾여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각종 규제로 신산업을 키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미 간 법인세 격차가 ‘한국 투자 감소, 미국 투자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에 역사상 최장기 호황,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이 맞물리면서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롯데는 지난해 3조6000억원, 현대차는 2조4000억원을 미국에 투자했고 삼성, SK, LG도 계속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값싼 일자리가 국내에서 빠져나갔는데 이제는 제조업뿐 아니라 네이버 같은 인터넷 기업도 좋은 기업환경을 찾아 선진국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태훈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