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새벽배송·초저가 전쟁·세포마켓…유통시장 뒤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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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소비시장 결산 (1) 유통
마트 신선식품 매출 넘어선 '새벽배송'
오프라인 - e커머스 '초저가 격전'
SNS로 물건 파는 '세포마켓' 확산
마트 신선식품 매출 넘어선 '새벽배송'
오프라인 - e커머스 '초저가 격전'
SNS로 물건 파는 '세포마켓' 확산
‘온라인의 대공습.’ 2019년 소비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다. 쿠팡과 마켓컬리로 대표되는 온라인은 올해도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적자에도 아랑곳없이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했다. 롯데 신세계 등 시장의 기존 강자들에게 이들은 ‘공포’였다. 생존의 길을 찾아야 했다. 식품과 패션 시장에선 ‘뉴트로’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옛것을 새롭게 해석한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3회에 걸쳐 2019년 유통·식품·패션 시장을 결산한다.
과거 유통업계 사람들은 롯데나 신세계가 뭘 하는지 궁금해했다. 그들이 트렌드 세터였다. 요즘은 아니다. 쿠팡, 마켓컬리, 무신사가 뭘 하는지 궁금해한다. 이마트 적자, 백화점 매장 폐쇄, 초저가 및 새벽배송 전쟁 등 올해 유통업계 이슈는 모두 이들이 성장한 결과였다. 소비자로 보면 20대 초·중반~30대 후반 나이대의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시장 큰손으로 부상하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새벽배송 대중화
온라인 쇼핑의 급격한 확산은 배송 서비스가 있어 가능했다. 새벽배송은 그 최신 버전이다.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상품을 가져다 주는 서비스다.
유통사들은 올해 새벽배송 인프라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2014년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이 처음 시작한 뒤 ‘맛’을 본 소비자들이 더 많은 상품을 새벽에 받아보길 원했다. 유통사들은 앉아서 시장을 내줄 수 없어 대응에 나섰다. 쿠팡이 작년 말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자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들도 모두 사업을 시작했다.
새벽배송은 국내 온라인 쇼핑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과거 온라인으로 사지 않던 신선식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마켓컬리가 개척한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된 신선식품은 약 13조5000억원. 올해는 17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신선식품 규모(16조4000억원)를 넘어선 수치다.
초저가 전쟁
쿠팡을 비롯한 e커머스의 질주에 전통의 유통사들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본격적인 반격을 꾀했다. 무기는 ‘최저가’였다.
이마트는 ‘국민가격’ 캠페인을 들고나왔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중간은 없다”며 향후 유통산업은 프리미엄과 초저가 시장으로 양분될 것이라는 지침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이마트를 통해 온라인보다 더 싸게 팔겠다는 ‘가격 선전포고’였다. 성과도 있었다. 지난 8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통해 혁신적으로 가격을 낮췄다. 비누, 물티슈, 생수 등 생필품을 초저가로 팔았다. 행사 시작 한 달 만에 점포 방문객 수가 이전 달보다 8% 늘었다. 이때 내놓은 4900원짜리 칠레산 와인은 100만 병이 다 팔려나갔다.
e커머스 기업들은 새로운 무기를 들고나왔다. 하루를 시간대별로 세분화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타임 커머스’ 마케팅을 쏟아냈다.
세포마켓 확산
올해 성장한 새로운 시장은 또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1인 판매자의 부상으로 형성된 ‘세포마켓’이다.
세포마켓은 온라인 유명인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한다. 래퍼 염따, 뷰티 유튜버 이사배 등이 주인공이었다. 염따는 지난 9월 SNS를 통해 티셔츠를 판매했다. 티셔츠는 그의 노래만큼이나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염따는 “제발 그만 사라. 이틀 만에 12억원을 벌었다”고 SNS에 올렸다.
국내 최대 세포마켓이 형성된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 입점 판매자 중 16.3%에 불과했던 1인 마켓은 작년 59%까지 뛰었다. 유통업계에선 국내 세포마켓 시장을 올해 약 20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소비 주도층 된 밀레니얼
2019년 유통업계를 관통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밀레니얼이다. 1981~1996년 태어난 이들로, 경제력을 갖추고 소비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에 변화를 일으켰다. 온·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한 ‘옴니채널’이 급격히 확산된 것은 밀레니얼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그들은 스마트폰이 본격 확산된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상품 구매 정보를 확인한다. 모바일에 친숙한 밀레니얼을 잡기 위해 유통사들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을 대대적으로 도입했다. 로레알, 세포라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은 AR을 활용한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선보였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이용한 마케팅도 확산됐다.
친환경 소비의 부상
환경을 고려한 소비도 메가트렌드가 되고 있다. 유기농 소재,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이용한 친환경 제품을 사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미세먼지에 이어 지난해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금지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유통업계는 포장재 줄이기에 나섰다. 쓱닷컴,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은 택배 포장을 대부분 친환경 소재로 바꿨다.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도 쉽게 썩는 종이 상자나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박스 등으로 택배 포장을 바꾸고 있다. “친환경에서 필환경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안효주/오현우 기자 joo@hankyung.com
과거 유통업계 사람들은 롯데나 신세계가 뭘 하는지 궁금해했다. 그들이 트렌드 세터였다. 요즘은 아니다. 쿠팡, 마켓컬리, 무신사가 뭘 하는지 궁금해한다. 이마트 적자, 백화점 매장 폐쇄, 초저가 및 새벽배송 전쟁 등 올해 유통업계 이슈는 모두 이들이 성장한 결과였다. 소비자로 보면 20대 초·중반~30대 후반 나이대의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시장 큰손으로 부상하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새벽배송 대중화
온라인 쇼핑의 급격한 확산은 배송 서비스가 있어 가능했다. 새벽배송은 그 최신 버전이다.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상품을 가져다 주는 서비스다.
유통사들은 올해 새벽배송 인프라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2014년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이 처음 시작한 뒤 ‘맛’을 본 소비자들이 더 많은 상품을 새벽에 받아보길 원했다. 유통사들은 앉아서 시장을 내줄 수 없어 대응에 나섰다. 쿠팡이 작년 말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자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들도 모두 사업을 시작했다.
새벽배송은 국내 온라인 쇼핑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과거 온라인으로 사지 않던 신선식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마켓컬리가 개척한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된 신선식품은 약 13조5000억원. 올해는 17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신선식품 규모(16조4000억원)를 넘어선 수치다.
초저가 전쟁
쿠팡을 비롯한 e커머스의 질주에 전통의 유통사들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본격적인 반격을 꾀했다. 무기는 ‘최저가’였다.
이마트는 ‘국민가격’ 캠페인을 들고나왔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중간은 없다”며 향후 유통산업은 프리미엄과 초저가 시장으로 양분될 것이라는 지침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이마트를 통해 온라인보다 더 싸게 팔겠다는 ‘가격 선전포고’였다. 성과도 있었다. 지난 8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통해 혁신적으로 가격을 낮췄다. 비누, 물티슈, 생수 등 생필품을 초저가로 팔았다. 행사 시작 한 달 만에 점포 방문객 수가 이전 달보다 8% 늘었다. 이때 내놓은 4900원짜리 칠레산 와인은 100만 병이 다 팔려나갔다.
e커머스 기업들은 새로운 무기를 들고나왔다. 하루를 시간대별로 세분화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타임 커머스’ 마케팅을 쏟아냈다.
세포마켓 확산
올해 성장한 새로운 시장은 또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1인 판매자의 부상으로 형성된 ‘세포마켓’이다.
세포마켓은 온라인 유명인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한다. 래퍼 염따, 뷰티 유튜버 이사배 등이 주인공이었다. 염따는 지난 9월 SNS를 통해 티셔츠를 판매했다. 티셔츠는 그의 노래만큼이나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염따는 “제발 그만 사라. 이틀 만에 12억원을 벌었다”고 SNS에 올렸다.
국내 최대 세포마켓이 형성된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 입점 판매자 중 16.3%에 불과했던 1인 마켓은 작년 59%까지 뛰었다. 유통업계에선 국내 세포마켓 시장을 올해 약 20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소비 주도층 된 밀레니얼
2019년 유통업계를 관통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밀레니얼이다. 1981~1996년 태어난 이들로, 경제력을 갖추고 소비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에 변화를 일으켰다. 온·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한 ‘옴니채널’이 급격히 확산된 것은 밀레니얼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그들은 스마트폰이 본격 확산된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상품 구매 정보를 확인한다. 모바일에 친숙한 밀레니얼을 잡기 위해 유통사들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을 대대적으로 도입했다. 로레알, 세포라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은 AR을 활용한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선보였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이용한 마케팅도 확산됐다.
친환경 소비의 부상
환경을 고려한 소비도 메가트렌드가 되고 있다. 유기농 소재,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이용한 친환경 제품을 사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미세먼지에 이어 지난해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금지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유통업계는 포장재 줄이기에 나섰다. 쓱닷컴,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은 택배 포장을 대부분 친환경 소재로 바꿨다.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도 쉽게 썩는 종이 상자나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박스 등으로 택배 포장을 바꾸고 있다. “친환경에서 필환경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안효주/오현우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