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지갑 닫고 기업은 실적악화 악순환…전문가 "디플레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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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 지난해 내내 0%대 '충격'
"低물가는 수요부진 탓"
근원물가도 20년來 최저 수준
외부충격 없었는데 소비 부진
정부 "디플레는 아니다"
석유류가격 하락 등 공급 요인 커
새해 물가 年 1%대 상승할 것
"低물가는 수요부진 탓"
근원물가도 20년來 최저 수준
외부충격 없었는데 소비 부진
정부 "디플레는 아니다"
석유류가격 하락 등 공급 요인 커
새해 물가 年 1%대 상승할 것

4년 만에 0%대 물가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5.7%)와 농·축·수산물(-1.7%)이 전체 물가를 각각 0.26%포인트, 0.13%포인트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서비스(1.9%)는 전체 물가를 0.59%포인트 끌어올렸다. 집세와 공공서비스는 각각 0.1%, 0.5% 떨어졌다. 지출 목적별로는 식료품·비주류 음료가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보합을 나타냈다. 의류 및 신발(0.1%)은 1985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통신(-2.3%)과 교통(-1.8%)은 각각 2012년(-2.6%), 2009년(-3.5%)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수요를 끌어올리는 힘이 크지 않은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역대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저물가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2020년 소비자물가는 연간 1.0%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19년을 포함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였던 적은 총 세 번이다. 메르스 사태(2015년)나 외환위기 직후(1999년) 등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충격’이 가해졌을 때 예외적으로 0%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2019년엔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이 없었음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그만큼 소비 부진이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낮은 데는 정부 설명대로 공급 측 요인이 아주 없지는 않다”면서도 “최근 들어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요부진 요인이 저물가에 더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물가가 지속하는 가운데 집값 거품이 터지는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자산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경제가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의 저물가는 수요 위축 때문으로 보는 게 맞다”며 “디플레이션 초입에 다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2019년 물가가 워낙 낮아 2020년엔 그보다는 올라갈 것”이라며 “그럼에도 정상적인 물가상승률 정도에서 상당히 이탈했기 때문에 정부는 수요 부진에 따른 저물가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짜야 한다”고 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