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빚 합계가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자영업자의 차입금 증가폭이 특히 두드러졌다.

가계·자영업자 빚 급증…사상 첫 2000兆 넘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가계신용(가계 대출 및 판매신용 등)과 자영업자 대출을 합한 금액이 201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석 달 전보다 1.5%(28조8000억원) 늘어났다.

가계신용은 은행, 대부업체의 가계 대출과 신용카드 할부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으로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작년 9월 말 가계신용은 1572조7000억원으로 석 달 전보다 1.0%(16조원) 늘었다. 여기에는 자영업자인 차주에게 내준 가계 대출 231조9000억원도 포함돼 있다.

기업대출 부문에 들어가는 자영업자 대출은 438조7000억원으로 3.0%(12조8000억원) 증가했다. 가계신용·기업대출 부문의 자영업자 대출 총액은 670조6000억원으로 2.5%(16조3000억원)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 총액 증가율이 가계신용 증가액(1.0%)을 크게 웃돈 것이다. 소득이 지지부진해진 자영업자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빚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의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018년 자영업자의 소득은 전년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의 사업소득(임대소득 포함)은 5.3% 줄었다. 자영업자 소득 부진은 최저임금 급등 영향과 맞물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1~2년간 최저임금 급등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출이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간 소득이 3000만원을 밑도는 저소득 자영업자 가운데 은행 차입금을 90일 이상 갚지 못한 장기연체자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2.2%를 기록해 2015년 2분기 말(2.0%) 이후 4년 만에 2%대를 넘어섰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