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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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운용 자금이 1년 사이에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저하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은행에 예치해두거나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규모가 급감한 것이다.

수익성 악화에 팍팍해진 기업…운용자금 1년새 76% 줄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19년 3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비금융법인(일반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8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14.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 2분기(26조7000억원) 후 최대치다. 순자금조달은 빌린 돈(조달자금)에서 예금, 주식, 펀드 등을 통해 운용하는 돈(운용자금)을 뺀 금액을 말한다. 이 금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체 자금 여력이 줄어들면서 빚이 늘었다는 얘기다. 반대로 조달자금에서 운용자금을 뺀 값이 마이너스(-)면 순자금운용이라고 한다.

지난해 3분기 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가 증가한 것은 대출이 늘기보다는 운용자금이 대폭 줄어든 영향이 크다. 3분기 운용자금은 9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76.4% 줄었다. 2018년 2분기(9조1600억원) 후 최저치다. 운용 자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금융회사 예치금이 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67.1% 줄었다. 주식·펀드 투자금은 3조8000억원으로 37.7% 감소했다.

운용 자금 감소는 기업의 현금 창출력이 약화된 영향이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8%로 전년 동기에 비해 2.8%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체 영업이익률은 4.5%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분야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이 고꾸라진 데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들도 정부 에너지 정책 등의 여파로 부진 대열에 가세했다. 작년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7조7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7%,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4726억원으로 92.7% 감소했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1조2392억원으로 8년 만의 최저 수준에 그쳤다.

작년 3분기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7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6.6% 늘었다. 지분증권, 펀드 자금 운용이 7000억원 줄었지만 금융회사 예치금이 전년 동기 대비 8조7000억원 늘었다. 경제 여건 악화로 주식 및 펀드 투자가 줄고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다 보니 자금이 예금으로 몰린 것이다.

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6조6000억원으로 7.2%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