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파장 '눈덩이'…'희대의 금융사기'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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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규모 '2조원대' 전망…금융권 신뢰도에 타격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
펀드 운용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회사 측의 방만한 운용과 의도적인 수익률 부풀리기, 투자자 기만 등 의혹이 짙어지면서 '희대의 금융사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또 펀드 판매 과정의 불완전판매 주장이 제기되는 한편, 사태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부각되면서 금융권 전반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 사모운용업계 1위 라임의 추락…피해금액 2조원대?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은 최근 수년간 덩치를 키우며 한국형 헤지펀드 1위 운용사로 성장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금융위원회에 등록해 영업을 시작한 라임은 국내 다른 펀드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수탁고를 늘리며 급속히 성장했다.
자기자본금 338억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의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7월 말 5조9천억원까지 불었다.
그러나 작년 10월 9일 라임이 처음으로 6천200억원 규모의 펀드 자금을 환매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처음 문제가 된 펀드는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들이었다.
라임은 같은 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는 2천436억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 환매도 추가로 중단했으며 총 환매 중단 금액이 1조3천363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며칠 뒤 금융감독원이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라임의 환매중단 규모 추정치가 1조5천587억원으로 더 커졌다.
다만, 당시만 해도 라임 사태는 주로 코스닥시장의 침체에 따라 CB와 BW 등의 가치가 급락해 발생한 유동성 문제로 파악됐다.
CB나 BW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제값을 받기 위해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10월 국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라임 사태에 관해 "유동성 리스크와 관련된 부분에서 라임자산운용이 실수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역시 "일단 기다려보자"는 관망세가 컸다.
그러나 작년 11월 15일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서 벌어진 800억원대 횡령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던 라임 부사장 이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응한 채 잠적하면서 라임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기 시작했다.
또 연말에는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의 투자처인 미국 헤지펀드의 운용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헤지펀드 손실을 숨기고 최소 6천만달러 규모의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증권사기 혐의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라임은 6천억원대 무역금융펀드의 40%가량을 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감원은 라임이 IIG의 문제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삼일회계법인의 펀드 회계 실사 초안에서는 채권 등 상당수 자산이 낮은 등급으로 분류돼 손실 규모가 40∼70%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최근 라임이 '크레디트인슈어런스 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도 판매사들에 환매 중단을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 규모가 2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 짙어지는 사기 의혹…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있었나
애초 라임의 가장 큰 문제로는 단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코스닥 좀비기업의 메자닌 등 부실 자산을 대량 매입한 것이 꼽혔다.
이 과정에서 채권의 보유 한도 규정 등을 피하기 위해 다른 회사 명의로 매입하는 '파킹 거래'를 일삼거나 한 펀드에 손실이 날 경우 다른 펀드 자금으로 메우는 식의 '돌려막기'로 수익률을 조작해 여러 펀드를 운용해왔다는 의심도 받는다.
특히 무역금융펀드처럼 투자 손실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판매사나 투자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숨기고 펀드를 팔았다면 명백한 사기가 된다.
또 라임의 펀드 운용 방식이 이렇게 불투명한데도 주요 은행과 증권사의 넓은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의심의 눈길이 쏠린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라임이 기업사냥꾼들과 결탁해 코스닥기업의 무자본 인수합병(M&A)에 자금을 대 부당이득을 챙기고 임직원용 펀드를 따로 굴렸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이런 의혹들의 중심에는 최고운영책임자(CIO)로 펀드 운용을 주도한 이모 부사장이 있지만, 그가 도주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CB 편법거래 등 의혹이 제기되자 작년 8∼10월 첫 검사를 벌였지만, 검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지난 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임자산운용 사건은 우리나라 금융 역사의 희대의 사건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금융펀드가 미국 운용사의 자산 동결로 인해 전액 손실이 났음에도 손실을 숨기고 운용했다는 점 등을 들어 "라임자산운용이 명백히 사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피해자들, 불완전판매 주장…"금융·수사당국은 뭐 했나"
이번 사태는 펀드 운용사 라임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펀드를 판매한 은행, 증권사와 금융당국 등으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특히 라임 펀드는 코스닥시장 CB 등 유동성이 낮은 장기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이나 만기가 짧은 단기 폐쇄형 펀드로 개인들에게 집중적으로 팔았다는 점이 문제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형식은 사모펀드지만, 실질적으로는 공모펀드처럼 금융 지식이 적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상당수를 팔아 피해 범위가 커진 것이다.
특히 라임의 전체 펀드 판매잔액은 작년 7월 말 기준 우리은행이 1조648억원을 차지하는 등 은행권에 34.5%가 집중됐다.
투자자들 가운데는 은행에서 해당 펀드가 손실 위험이 전혀 없는 안정적인 상품이라는 말에 속아 가입했다거나, 펀드 상품이라는 것조차 안내받지 않은 채 은행 예·적금 상품인 줄 알고 돈을 맡겼다는 식으로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은행을 주축으로 라임 펀드를 판매한 16개 은행·증권사는 공동대응단을 꾸려 라임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길은 싸늘하다.
투자자들을 직접 대면해 현혹한 판매사들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특히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완화해주면서 불법 행위 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는 점이 큰 문제로 꼽힌다.
또 이런 사태가 나기까지 운용사, 판매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태 발생 이후에도 당국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볼 뿐 이렇다 할 대응이 없다는 원성도 크다.
실제로 금감원은 작년 10월 라임 사태가 터진 이후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태의 원인이나 배경, 대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당국의 이런 태도에 투자자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피해자 모임 인터넷 카페에는 "금융당국은 사태가 벌어진 이후 수개월째 팔짱만 끼고 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피가 거꾸로 솟는다", "금융당국은 무책임 그 자체이다"라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또 수사당국은 라임 이모 부사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을 청구해 도주하도록 놔뒀다는 비판도 받는다.
/연합뉴스
펀드 운용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회사 측의 방만한 운용과 의도적인 수익률 부풀리기, 투자자 기만 등 의혹이 짙어지면서 '희대의 금융사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또 펀드 판매 과정의 불완전판매 주장이 제기되는 한편, 사태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부각되면서 금융권 전반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 사모운용업계 1위 라임의 추락…피해금액 2조원대?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은 최근 수년간 덩치를 키우며 한국형 헤지펀드 1위 운용사로 성장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금융위원회에 등록해 영업을 시작한 라임은 국내 다른 펀드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수탁고를 늘리며 급속히 성장했다.
자기자본금 338억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의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7월 말 5조9천억원까지 불었다.
그러나 작년 10월 9일 라임이 처음으로 6천200억원 규모의 펀드 자금을 환매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처음 문제가 된 펀드는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들이었다.
라임은 같은 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는 2천436억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 환매도 추가로 중단했으며 총 환매 중단 금액이 1조3천363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며칠 뒤 금융감독원이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라임의 환매중단 규모 추정치가 1조5천587억원으로 더 커졌다.
다만, 당시만 해도 라임 사태는 주로 코스닥시장의 침체에 따라 CB와 BW 등의 가치가 급락해 발생한 유동성 문제로 파악됐다.
CB나 BW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제값을 받기 위해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10월 국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라임 사태에 관해 "유동성 리스크와 관련된 부분에서 라임자산운용이 실수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역시 "일단 기다려보자"는 관망세가 컸다.
그러나 작년 11월 15일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서 벌어진 800억원대 횡령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던 라임 부사장 이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응한 채 잠적하면서 라임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기 시작했다.
또 연말에는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의 투자처인 미국 헤지펀드의 운용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헤지펀드 손실을 숨기고 최소 6천만달러 규모의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증권사기 혐의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라임은 6천억원대 무역금융펀드의 40%가량을 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감원은 라임이 IIG의 문제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삼일회계법인의 펀드 회계 실사 초안에서는 채권 등 상당수 자산이 낮은 등급으로 분류돼 손실 규모가 40∼70%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최근 라임이 '크레디트인슈어런스 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도 판매사들에 환매 중단을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 규모가 2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 짙어지는 사기 의혹…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있었나
애초 라임의 가장 큰 문제로는 단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코스닥 좀비기업의 메자닌 등 부실 자산을 대량 매입한 것이 꼽혔다.
이 과정에서 채권의 보유 한도 규정 등을 피하기 위해 다른 회사 명의로 매입하는 '파킹 거래'를 일삼거나 한 펀드에 손실이 날 경우 다른 펀드 자금으로 메우는 식의 '돌려막기'로 수익률을 조작해 여러 펀드를 운용해왔다는 의심도 받는다.
특히 무역금융펀드처럼 투자 손실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판매사나 투자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숨기고 펀드를 팔았다면 명백한 사기가 된다.
또 라임의 펀드 운용 방식이 이렇게 불투명한데도 주요 은행과 증권사의 넓은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의심의 눈길이 쏠린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라임이 기업사냥꾼들과 결탁해 코스닥기업의 무자본 인수합병(M&A)에 자금을 대 부당이득을 챙기고 임직원용 펀드를 따로 굴렸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이런 의혹들의 중심에는 최고운영책임자(CIO)로 펀드 운용을 주도한 이모 부사장이 있지만, 그가 도주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CB 편법거래 등 의혹이 제기되자 작년 8∼10월 첫 검사를 벌였지만, 검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지난 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임자산운용 사건은 우리나라 금융 역사의 희대의 사건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금융펀드가 미국 운용사의 자산 동결로 인해 전액 손실이 났음에도 손실을 숨기고 운용했다는 점 등을 들어 "라임자산운용이 명백히 사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피해자들, 불완전판매 주장…"금융·수사당국은 뭐 했나"
이번 사태는 펀드 운용사 라임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펀드를 판매한 은행, 증권사와 금융당국 등으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특히 라임 펀드는 코스닥시장 CB 등 유동성이 낮은 장기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이나 만기가 짧은 단기 폐쇄형 펀드로 개인들에게 집중적으로 팔았다는 점이 문제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형식은 사모펀드지만, 실질적으로는 공모펀드처럼 금융 지식이 적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상당수를 팔아 피해 범위가 커진 것이다.
특히 라임의 전체 펀드 판매잔액은 작년 7월 말 기준 우리은행이 1조648억원을 차지하는 등 은행권에 34.5%가 집중됐다.
투자자들 가운데는 은행에서 해당 펀드가 손실 위험이 전혀 없는 안정적인 상품이라는 말에 속아 가입했다거나, 펀드 상품이라는 것조차 안내받지 않은 채 은행 예·적금 상품인 줄 알고 돈을 맡겼다는 식으로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은행을 주축으로 라임 펀드를 판매한 16개 은행·증권사는 공동대응단을 꾸려 라임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길은 싸늘하다.
투자자들을 직접 대면해 현혹한 판매사들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특히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완화해주면서 불법 행위 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는 점이 큰 문제로 꼽힌다.
또 이런 사태가 나기까지 운용사, 판매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태 발생 이후에도 당국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볼 뿐 이렇다 할 대응이 없다는 원성도 크다.
실제로 금감원은 작년 10월 라임 사태가 터진 이후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태의 원인이나 배경, 대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당국의 이런 태도에 투자자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피해자 모임 인터넷 카페에는 "금융당국은 사태가 벌어진 이후 수개월째 팔짱만 끼고 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피가 거꾸로 솟는다", "금융당국은 무책임 그 자체이다"라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또 수사당국은 라임 이모 부사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을 청구해 도주하도록 놔뒀다는 비판도 받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