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전자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이 조명용 LED(발광다이오드)와 소형 열전모듈 사업을 정리한다. 중국산 저가 제품 탓에 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시장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카메라 모듈 사업 호조로 지난해 창사(1970년)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LG이노텍이 사업 구조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돈 안 되는 사업 과감히 정리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조명용으로 쓰이는 LED칩과 패키지 생산 주문을 30일까지만 받는다. 오는 4월 29일부터는 해당 제품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조명용 LED를 포함한 LG이노텍의 LED 사업부문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1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적자가 90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LED 조명은 시장 형성기였던 2011년 말부터 3년간 중기적합업종으로 묶인 탓에 LG이노텍과 삼성전자 등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필립스와 오스람 등 국내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2015년 1월 중기적합업종 규제에서 풀렸지만 이번엔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어려움을 겪었다.

LG이노텍은 조명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신 차량용 LED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LG그룹의 신수종 사업인 자동차 전장(전기·전자장치) 부품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차량용 LED 생산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18년 1조400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업체 ZKW를 인수하는 등 자동차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LG이노텍은 저소음·저진동 냉장고 등에 들어가는 열전모듈 사업도 중단할 방침이다. 열전모듈은 기존 컴프레서(압축기) 모터 냉각방식과 달리 소음과 진동이 없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주요 가전업체에 소형 냉장고와 와인셀러(저장고)용 열전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확대 속도가 더디다는 판단을 내리고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지난해부터 정 사장 주도로 강도 높은 사업구조 개편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무선충전 사업과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을 정리한 데 이어 중국산에 밀리는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사업에서도 철수했다.

카메라 모듈·기판소재 ‘쌍끌이’

과감한 사업재편 효과에 힘입어 LG이노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이 8조원, 영업이익은 35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추정했다.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2018년(7조9821억원)과 최대 영업이익을 낸 2014년(3140억원) 실적을 동시에 뛰어넘는 수준이다.

실적 개선은 주력사업인 카메라 모듈과 기판소재가 이끌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1’ 시리즈에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매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한다.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사업부문은 지난해 3분기에만 1조68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3분기 누적 매출(3조1700억원)의 53%를 차지한다.

디스플레이 패널과 반도체 패키지를 생산할 때 사용되는 부품을 만드는 기판소재사업부문은 영업이익 개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기판소재사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117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14%에 달한다. 올해 전망은 더 밝다. 증권업계에선 LG이노텍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추정치 기준)보다 6%와 25% 증가한 8조6000억원, 45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보형/고재연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