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모터시티’ 디트로이트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햄트래믹 공장을 회사 최초의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기차로 판도가 바뀐 자동차 시장에서 과거 세계 1위 업체의 영광을 되살려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등을 대량 비축하기로 했다. 전기차 시장의 포문을 연 테슬라의 급부상에 발맞춰 기존 자동차업계의 전기차 전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뉴스 등에 따르면 마크 로이스 GM 사장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생산에 30억달러(약 3조504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로이스 사장은 “우리는 진정 미래를 건설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는 미시간주가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진원지로 남아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엔 한때 12개의 자동차 생산 공장이 있었지만, 현재는 GM과 피아트크라이슬러 공장 등 두 곳밖에 없다. 1985년 문을 연 GM 햄트래믹 공장은 그동안 4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한 곳이다.

2017년 10월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까지 20여 종의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전기차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GM은 내연기관차 구조조정을 위해 햄트래믹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하지만 작년 10월 미국자동차노조(UAW)가 6주 동안 파업을 벌인 뒤 이 공장을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햄트래믹 공장은 쉐보레 임팔라와 캐딜락 CT6의 생산을 2월 말 중단한다. 이후 12~18개월간 생산라인 전환을 거쳐 내년 말부터 GM의 첫 전기차 픽업트럭인 ‘허머’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 GM의 자율주행차 부문 ‘크루즈’가 최근 공개한 자율주행 셔틀 ‘크루즈 오리진’도 뒤이어 생산할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대가 없는 박스형 차량이다.

GM은 지난해 12월 LG화학과 50 대 50으로 투자해 인근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공장을 배터리셀 공장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은 햄트래믹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장착된다.

GM은 글로벌 차량 판매가 감소하는 추세 속에 전기차 전환이 늦어져 타격을 받고 있다. 작년 이익이 8억8300만달러로 전년(17억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로이스 사장은 “다양한 브랜드와 가격대로 여러 종의 전기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할 것”이라며 “전기차 수요가 언제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할지 불분명하지만 GM은 반드시 적기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석/도쿄=김동욱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