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9174㎡ 규모인 SK매직의 경기 화성 공장은 공기청정기 7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췄다. 근로자가 공기청정기 제품을 만들고 있다. /SK매직 제공
9만9174㎡ 규모인 SK매직의 경기 화성 공장은 공기청정기 7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췄다. 근로자가 공기청정기 제품을 만들고 있다. /SK매직 제공
“SK그룹의 모태 기업으로서 자부심을 되찾겠습니다.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혁신하겠습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2016년 4월 SK매직(옛 동양매직)을 인수한 뒤 서울 을지로 본사로 첫 출근하던 날 부친인 최종건 SK 창업주 동상에 큰절을 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렌털업계 1위로 도약할 비전을 제시했다. 2년여에 걸친 재정비 및 혁신 작업이 시작됐다.

SK매직이 주인이 바뀐 지 4년 만에 국내 렌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입자는 매년 30% 늘고 있고, 1위를 하는 제품이 여섯 개나 된다. 단숨에 웅진코웨이의 뒤를 이어 국내 렌털업계 2위로 올라섰다. 올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기업공개(IPO)를 위한 청사진도 내놨다.
직수형 정수기 시장 개척

SK매직은 올해 예상 매출을 1조원, 렌털 계정 목표를 220만 개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매출은 8500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6438억원)보다 32% 증가했다. 4년 전 인수 때 렌털 계정은 97만 개였으나 지난해 180만 개로 1.8배 늘었다. 시장을 공격적으로 파고들면서 렌털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매직이 배출한 1위 제품은 여럿이다. 2015년 세계 처음으로 물탱크가 없는 직수형 냉온 정수기를 출시하며 국내 직수 정수기 시장을 개척했다. 저수조가 없어 기존 정수기보다 렌털료도 저렴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가 뛰어나다’ ‘믿고 산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도 수주 금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 주방가전에서 점유율 1위 상품이 적지 않다. 한국형 식기세척기를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적용으로 외부에서도 앱으로 가스불을 끌 수 있는 가스레인지, 국내 처음으로 고온 스팀 기능이 있는 스팀광파오븐, 가성비가 뛰어난 전자레인지와 전기레인지 등이 1위를 유지하는 제품들이다. 주력 제품에 IoT 및 인공지능(AI)을 적용해 고장나면 즉각 사후서비스(AS) 센터로 정보를 전송해 신속하게 대처한다. 소비자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유있는’ 돌풍…해외 공략

SK매직이 급성장하는 배경으로 제품 경쟁력 강화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꼽는다.

류권주 대표는 “일시적인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선보이는 게 우리만의 원칙”이라며 “소비자의 사소한 불편까지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 집중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간 협업 마케팅도 실적 향상에 한몫했다. SK텔레콤 멤버십 고객에게 렌털료를 할인해주고 SK브로드밴드 인터넷TV(IPTV)와 결합상품을 내놔 렌털 소비자의 ‘갈아타기’를 유도했다.

올해는 기존 제품군에 프리미엄 제품을 추가로 선보이고, 다양한 가격대의 라인업을 갖추는 등 전방위로 렌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SK매직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파고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고수하되, 성장성이 큰 품목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둘 예정이다. SK그룹의 역량을 결합한 라이프케어 사업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기점으로 시작한 해외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 있는 SK네트웍스의 지사망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도 추진 중이다. 최근 기업공개를 맡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 JP모간을 선정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