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다른 소주병 전쟁, 진로이즈백 '연하늘색병' 등장…업계 '10년 녹색병 동맹'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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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환경부-10개 소주업체
녹색병 사용·회수·재활용 협약
병 색깔 바꾼 진로이즈백
뉴트로 열풍 타고 작년 출시
7개월 만에 1억 병 팔려
녹색병 사용·회수·재활용 협약
병 색깔 바꾼 진로이즈백
뉴트로 열풍 타고 작년 출시
7개월 만에 1억 병 팔려
‘소주병’ 하면 떠오르는 색깔은 뭘까. 대부분이 녹색을 떠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재활용 활성화와 원가 절감을 위해 소주제조업체들이 2009년 360mL짜리 녹색 유리병으로 용기를 통일해 함께 사용하기로 약속해서다. 소주업계가 10년간 지켜온 ‘녹색병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판을 뒤흔든 건 하이트진로가 작년 4월 출시한 ‘진로이즈백’이다. 이 소주는 1970년대 옛 진로 소주를 재현한 ‘뉴트로(new+retro·새로운 복고)’ 콘셉트로, 녹색이 아니라 연하늘색 병에 담긴 게 특징이다. 하이트진로는 “제품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쟁사인 롯데주류는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한국의 소주병 재활용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소주병이 대부분 녹색인 까닭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7개사와 환경부는 2009년 ‘소주 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똑같은 모양의 360mL 녹색병을 사용하고 회수·세척한 뒤 다시 소주를 담아 팔기로 했다. 재사용률을 높이고 빈 병 수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당시 가장 많이 유통되던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병 모양을 표준으로 삼았다. 이듬해 금복주, 무학, 보해양조도 참여해 총 10개 소주업체가 동참했다. 7일 환경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에서 출고된 소주 약 30억 병 중 93%(28억 병)가 똑같은 모양의 표준용기에 담겨 판매됐다.
업계 1·2위 ‘빈병 전쟁’까지 벌여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진로이즈백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녹색병 동맹’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로이즈백은 작년 4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했다. 편의점 등에서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쟁사들은 “재활용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율협약 이후 소주병 재활용 시스템이 녹색 공용병 회수, 재사용을 전제로 짜였는데 여기에 다른 모양의 병이 섞여들어 오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매사가 음식점 등에서 소주 빈 병을 수거해 소주 제조업체 공장에 되돌려주는 방식”이라며 “대부분 공용병을 사용하다 보니 음식점이나 도매사에서 브랜드에 상관없이 병을 한꺼번에 수거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작년 말 롯데주류는 수거한 진로이즈백 빈 병 약 400만 개를 돌려주지 않고 공장 앞마당에 쌓아둬 하이트진로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롯데주류 측은 “쏟아져 들어오는 진로이즈백 병을 선별하기 위해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롯데주류의 ‘청하’ 역시 병 모양이 다르지만 병당 10.5원을 받고 돌려주고 있는데, 진로이즈백이 인기를 끌자 의도적으로 빈 병을 돌려주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업체는 환경부의 중재로 일단 병당 10.5원에 빈 병을 돌려준 뒤, 이 단가가 적정한지를 두고 용역연구를 하기로 했다.
자율협약에 대한 입장도 갈린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병 디자인을 바꾸는 건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지만 다른 업체들은 자율협약을 지켜왔다”며 “업계 1위 업체가 자율협약에서 벗어난 제품을 내놓음에 따라 이 같은 시스템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3년의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진로이즈백을 개발했고, 애초에 자율협약인 만큼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참이슬은 여전히 녹색병을 지키고 있고, 진로이즈백 출시 전에 다른 지방업체들도 비표준 병에 담긴 소주를 판매해왔다”고 반박했다.
“비표준 병은 회수비용 올릴 것”
환경부는 뒤늦게 진로이즈백과 같은 비표준 소주병에 대해 회수비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비표준 병이 늘어나는 현상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진로이즈백이 인기를 끌자 무학도 작년 10월 1970~1980년대 하늘색 병에 담긴 ‘청춘소주’를 출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표준 병 회수 절차, 비용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비표준 병이 계속 늘어나면 소주병 재활용 시스템이 뒤흔들릴 우려가 있는 만큼 현재 10.5원 수준보다는 회수비용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이달 중 인상 수준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는 권고사항으로, 회수비용이 새롭게 산정되면 업계와 논의해 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용역 결과가 나와도 갈등의 불씨는 남는다. 기존에 수거한 병들도 새로운 비용 기준에 따라 추가 정산할지가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만약 회수비용이 현행보다 인상되면 작년 11월 이후 회수한 빈 병에 대해서는 추가 정산하기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급 정산 여부는 용역 결과가 나온 뒤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7개사와 환경부는 2009년 ‘소주 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똑같은 모양의 360mL 녹색병을 사용하고 회수·세척한 뒤 다시 소주를 담아 팔기로 했다. 재사용률을 높이고 빈 병 수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당시 가장 많이 유통되던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병 모양을 표준으로 삼았다. 이듬해 금복주, 무학, 보해양조도 참여해 총 10개 소주업체가 동참했다. 7일 환경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에서 출고된 소주 약 30억 병 중 93%(28억 병)가 똑같은 모양의 표준용기에 담겨 판매됐다.
업계 1·2위 ‘빈병 전쟁’까지 벌여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진로이즈백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녹색병 동맹’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로이즈백은 작년 4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했다. 편의점 등에서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쟁사들은 “재활용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율협약 이후 소주병 재활용 시스템이 녹색 공용병 회수, 재사용을 전제로 짜였는데 여기에 다른 모양의 병이 섞여들어 오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매사가 음식점 등에서 소주 빈 병을 수거해 소주 제조업체 공장에 되돌려주는 방식”이라며 “대부분 공용병을 사용하다 보니 음식점이나 도매사에서 브랜드에 상관없이 병을 한꺼번에 수거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작년 말 롯데주류는 수거한 진로이즈백 빈 병 약 400만 개를 돌려주지 않고 공장 앞마당에 쌓아둬 하이트진로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롯데주류 측은 “쏟아져 들어오는 진로이즈백 병을 선별하기 위해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롯데주류의 ‘청하’ 역시 병 모양이 다르지만 병당 10.5원을 받고 돌려주고 있는데, 진로이즈백이 인기를 끌자 의도적으로 빈 병을 돌려주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업체는 환경부의 중재로 일단 병당 10.5원에 빈 병을 돌려준 뒤, 이 단가가 적정한지를 두고 용역연구를 하기로 했다.
자율협약에 대한 입장도 갈린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병 디자인을 바꾸는 건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지만 다른 업체들은 자율협약을 지켜왔다”며 “업계 1위 업체가 자율협약에서 벗어난 제품을 내놓음에 따라 이 같은 시스템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3년의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진로이즈백을 개발했고, 애초에 자율협약인 만큼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참이슬은 여전히 녹색병을 지키고 있고, 진로이즈백 출시 전에 다른 지방업체들도 비표준 병에 담긴 소주를 판매해왔다”고 반박했다.
“비표준 병은 회수비용 올릴 것”
환경부는 뒤늦게 진로이즈백과 같은 비표준 소주병에 대해 회수비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비표준 병이 늘어나는 현상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진로이즈백이 인기를 끌자 무학도 작년 10월 1970~1980년대 하늘색 병에 담긴 ‘청춘소주’를 출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표준 병 회수 절차, 비용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비표준 병이 계속 늘어나면 소주병 재활용 시스템이 뒤흔들릴 우려가 있는 만큼 현재 10.5원 수준보다는 회수비용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이달 중 인상 수준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는 권고사항으로, 회수비용이 새롭게 산정되면 업계와 논의해 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용역 결과가 나와도 갈등의 불씨는 남는다. 기존에 수거한 병들도 새로운 비용 기준에 따라 추가 정산할지가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만약 회수비용이 현행보다 인상되면 작년 11월 이후 회수한 빈 병에 대해서는 추가 정산하기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급 정산 여부는 용역 결과가 나온 뒤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