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부회장, LG화학 이사회 의장도 맡을 듯
권영수 (주)LG 부회장(63·사진)이 그룹 모태 기업인 LG화학의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와 균형을 이뤄 주요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권 부회장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 부회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어 열리는 이사회에서 의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의 사내이사진은 이사회 의장인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과 CEO인 신학철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LG화학 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 CEO로 자리를 옮긴 정 사장의 LG화학 사내이사 임기는 다음달 끝난다. 권 부회장은 정 사장의 후임으로 사내이사에 선임될 것으로 전해졌다.

권 부회장이 LG화학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 전자(LG전자·LG디스플레이)와 통신(LG유플러스)에 이어 화학까지 LG의 3대 핵심사업 경영에 모두 참여하게 된다. 그룹 지주회사인 (주)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보좌하는 권 부회장의 경영 보폭도 한층 넓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79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그는 전략, 재경 부문을 두루 거친 기획·재무통이다. LG디스플레이 사장과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그룹 주요 계열사 CEO를 지내 사업 분야 전문성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과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이상훈 의장)와 삼성물산(최치훈 의장)은 전직 임원을 이사회 의장에 선임했다. (주)SK도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겼다. 경영계 관계자는 “이사회는 장기적 관점에서 신사업 발굴을 맡고, CEO는 경영 현안에 집중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LG화학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박 전 부회장은 LG그룹 전직 고위 임원들과 시작한 스타트업 컨설팅 사업(엔젤6+)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주변에 “LG화학 CEO로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창업자들에게 전해주는 데 주력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박 전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네 차례에 걸쳐 LG화학 보통주 5350주, 우선주 1527주 등 21억1781만원 규모의 자사주도 매각했다.

김보형/고재연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