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출 이후 10년간 '수주 0'
설계 안전 문제로 계약 못따내"
UAE 원전 가동 앞두고 견제
외신들이 ‘한국형 원전’에 잇달아 안전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2009년 UAE 수주 이후 10여 년간 추가 수출 실적이 없다는 점도 걸고넘어졌다. 이달 말로 예상되는 바라카 원전의 연료장전을 앞두고 세계 최고 원전 기술력과 경제성을 확보한 한국형 원전에 대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엔 이중 격납설계 없어”
미국 경제주간지인 포브스는 최근 ‘UAE 원전은 얼마나 안전한가’란 기사에서 “한국형 원전이 다른 국가에서 한 개의 계약도 따내지 못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한국형 원전 설계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원인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역시 비슷한 내용을 내보냈다. 앞서 원전 컨설팅 전문가인 폴 도프만은 지난달 영국 환경전문지 이콜로지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이 UAE에 짓고 있는 저가형 바라카 원전의 설계도엔 이중 격납건물이 빠져 있다”며 “유럽에선 필수인 이 장치가 없는 건 에어백과 안전벨트 없이 차량을 운전하는 꼴”이라고 했다. 도프만은 또 “UAE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핵무기를 만들려고 시도하거나 사고 또는 외부 공격 등으로 방사능이 광범위하게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알자지라뉴스 에미리트통신 미들이스트모니터 등 중동권 매체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알자지라는 “향상된 안전설계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한국형 원전이 논란을 키웠다”며 “(한국형 원전은) 가짜 원전부품 비리 논란을 불러왔고 UAE 외엔 한 곳에도 수출하지 못했다”고 했다.
국내 원전업계는 안전 문제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작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미국 외 원전으론 최초로 설계인증(DC)을 받는 등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으로 공인받고 있다”며 “UAE 원전 역시 국제기구에서 실시한 40여 차례의 안전성 평가를 100% 통과했다”고 말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유럽에선 원전을 지을 때 이중 격납건물을 의무화하는 게 사실이지만 더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한국과 유럽형 모두 내부 압력과 외부 충돌을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모든 원전엔 IAEA(국제원자력기구)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UAE 측이 사용후 핵연료를 임의로 재처리해 무기화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달 말 연료장전…하반기 가동
탈원전을 국정 과제로 추진해 온 우리나라가 UAE 외엔 원전을 추가 수출하지 못하면서 안전성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경쟁력을 갖췄지만 안전성 때문에 수출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키웠다는 얘기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체코 폴란드 등에 한국형 원전 수출을 추진해 왔으나 아직 성과가 없다.
아랍권 최초로 준공된 바라카 원전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중동 내 기싸움이 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1.4기가와트(GW)짜리 가압경수로형(APR1400)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이르면 이달 말 연료장전을 시작한다. 2018년 3월 준공한 지 약 2년 만이다. 하반기 상업 운영에 들어가면 UAE 전체 전력의 25%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게 된다.
UAE 측은 막바지 원전 가동 준비에 한창이다. UAE 연방원자력규제기구(FANR)는 최근 현지 인력 22명에게 ‘국가 원자로 운영자’ 자격을 부여했다. 바라카 원전 운영업체인 나와에너지는 “바라카 제1원전의 운전 준비는 이미 끝났다”고 확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