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양극재·리튬 개발 등 2차전지 소재 관련 사업을 자회사인 포스코케미칼로 이전·통합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이와 함께 반도체 소재 사업에도 진출한다. 포스코케미칼이 그룹 내 종합화학 소재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관련 소재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역량을 일원화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에너지 소재 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20%와 매출 17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이 아르헨티나 리튬 탐사현장에서 지하 염수를 뽑아올리고 있다.   /한경DB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이 아르헨티나 리튬 탐사현장에서 지하 염수를 뽑아올리고 있다. /한경DB
양극재·리튬 사업 포스코케미칼로

포스코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근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이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장기적으로 포스코케미칼로 넘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조만간 그룹 차원의 로드맵 작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에선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로 쓰이는 양극재와 리튬 정제 등의 사업을 각각 하고 있다. 양극재는 포스코케미칼이 경북 구미, 전남 광양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고, 포스코는 해외(중국 저장성)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포스코의 중국 양극재 생산법인은 2018년 중국 화유코발트와 6 대 4로 출자해 설립했다. 지난해 8월에는 연간 5000t 규모의 공장을 준공했다.

양극재를 생산할 때 필요한 전구체 생산 공장도 포스코(중국)와 포스코케미칼(구미·광양)로 쪼개져 있다. 음극재는 포스코케미칼만 생산하고 있다.

이런 사업 구조는 포스코케미칼이 양극재 등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하면서 자사는 국내 수요만 담당하고, 해외는 포스코가 직접 나서면서 비롯됐다. 하지만 포스코케미칼이 광양과 세종에 각각 연 2만4000t 규모의 양극재 공장과 연 3만2000t 규모의 음극재 공장을 짓는 상황에 이르자 그룹 내에 사업을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음달 완공 예정인 광양 양극재 공장의 규모는 기존 구미와 광양 공장 생산규모(연 1만5000t)보다 9000t이 크다.

포스코는 광양과 아르헨티나에서 사업 중인 리튬정제 부문도 장기적으로는 포스코케미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포스코가 관련 사업들을 장기적으로 현물출자나 매각 등의 방식으로 넘길 계획”이라며 “포스코케미칼이 독자적으로 사업하는 음극재와 합쳐 포스코의 2차전지 사업을 받으면 포스코케미칼은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 반도체 소재 사업도 진출

포스코케미칼은 23일 OCI와 함께 고순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고순도 과산화수소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식각과 세척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합작법인은 포스코케미칼이 51%, OCI가 49%를 출자키로 했다. 시장에선 초기 자본금을 15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김택중 OCI 사장은 합작법인의 매출 규모를 연 500억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양사의 합작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포스코케미칼은 OCI가 이미 진출한 시장에서 OCI의 도움을 받아 관련 사업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OCI는 고순도 과산화수소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고순도 과산화수소를 제조하는 원료는 철강 공정 부산물인 코크스로 가스에서 추출한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포스코케미칼이 반도체 소재 사업에 진출하는 건 처음”이라며 “고부가가치 화학과 소재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종합화학 소재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