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심한' 박능후 장관의 입…내부서도 "불안"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의 말실수와 거짓말을 둘러싼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나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란 발언과 “대한감염학회가 중국발 입국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는 거짓말 논란으로 야당의 사퇴 요구를 받는 등 정치 이슈로 점화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잇따른 구설수에도 박 장관이 당장 사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박 장관을 향한 청와대의 신임이 두텁다는 이유에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박 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있는데 청와대에서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거취 얘기는 나온 적도 없고 그럴 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관가에서는 박 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함께한 ‘최장수 장관’이 될 수 있던 배경으로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간적 유대를 꼽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경기대 등에 30년 넘게 몸담은 그는 학계의 대표적인 ‘친노(친노무현) 인사’로 분류된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복지부 규제심사위원장, 고령화사회위원회 위원,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위원 등 공직을 줄줄이 맡았다. 박 장관의 부친이 노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 은사였던 인연으로 청와대에서 따로 식사 자리를 함께하기도 했다.

시중에 판매된 적이 있는 박 장관의 주요 저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년 뒤 나온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공저)이다.

'코로나보다 심한' 박능후 장관의 입…내부서도 "불안"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을 위해서도 발벗고 뛰었다. 2012년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담쟁이 포럼’ 발기인으로 참여해 복지공약을 다듬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듬해 생긴 문 대통령의 정책자문그룹 ‘심천회’에 참여해 2017년 대선까지 함께했다. “학자 출신이지만 문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보면 웬만한 친문 정치인보다 끈끈하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그가 장관을 맡은 뒤 복지부 정책에도 힘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박 장관의 존재감이 과거 복지부를 거쳐간 정치인 출신 장관보다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만큼 청와대의 신뢰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총선 이후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살아남으면 문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게 오히려 독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요즘 박 장관이 평정심을 잃고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굳이 해 문제를 일으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며 “정부 안팎에서 ‘박 장관이 단상이 올라가면 조마조마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황급하게 전날 발언과 관련해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날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확산 원인이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한 건 처음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될 때 그랬다는 의미”라며 “우리 국민이 감염의 주된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