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유통마진 月 1400억 국민이 부담…이게 무슨 공적 판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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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조업체 쥐어짜면서 유통마진은 대폭 키워 논란
일률적 납품가 강요
마진 남기는 '공적' 마스크
유통사만 이익 보는 구조
일률적 납품가 강요
마진 남기는 '공적' 마스크
유통사만 이익 보는 구조
“힘든 정도가 아닙니다. 직원들이 다 쓰러지게 생겼습니다.”
8일 마스크 제조업체 A사의 김모 이사는 “요즘 많이 힘드시겠다”는 말에 할 말이 오래 쌓여 있었던 듯 응어리를 쏟아냈다. 그는 “이달 들어 직원들이 주말 없이 아침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한다”며 “하루만이라도 쉬게 해주고 싶은데 정부가 쉬지 말라고 하니 어제(토요일), 오늘(일요일) 예외 없이 다 출근했다”고 말했다. 격무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정부의 강압적인 태도와 비상식적인 마스크 대책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6일 공급 계약 때 조달청이 납품가를 장당 1000원에서 900원으로 깎았다”며 “이렇게 제조업체를 쥐어짜면서 유통업체엔 600원이나 마진을 보장해주니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납품가 되레 깎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대란’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마스크 공급을 책임지는 제조업체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의 업무 강도와 생산 비용은 확 커졌는데 보상은 충분하지 않고, 유통업체엔 넉넉한 마진(이윤)을 보장해줘 형평성마저 무너졌다는 게 대다수 기업의 호소다. 계속 이런 식이면 마스크 생산량이 확대될 수 없고, 소비자의 고통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0여 개 마스크 제조업체는 6일 장당 900원에 조달청과 보건용 마스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 따르면 보건용 마스크 한 장의 생산 원가는 평균 500~600원 정도다. 얼핏 보면 불합리한 납품가는 아니다.
마스크 제조업체 B사의 한 관계자는 “500~600원이란 원가는 규모가 큰 업체까지 합친 숫자”라며 “영세업체들은 원가가 700~800원, 그 이상 하는 회사도 있는데 일률적인 납품가를 강요하니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6일 조달청으로 납품 계약이 일원화되면서 개악(改惡)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농협·우체국·공영홈쇼핑 등과 계약할 때만 해도 납품가 결정 과정에 융통성이 있었다. 그때도 납품 기준가격은 800~900원이었지만 생산 비용이 높은 사정이 인정되는 곳은 1000~1100원까지 가격을 쳐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달청은 900원이란 가격에 토를 못 달게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A사처럼 납품가가 도리어 깎인 회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날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보완 방안을 통해 “전주(前週) 평균 생산량 초과분과 주말 생산량은 장당 납품가를 50원 올려주겠다”고 했다. 마스크 제조업체 C사 관계자는 “충분한 지원은 아니다”며 “지금 마스크 생산가격 보상에는 예산을 한푼도 안 쓰고 있는데, 아동수당에 1조원의 현금쿠폰을 더 얹어주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유통 마진은 넉넉하게 보장하면서”
정부는 마스크를 장당 900원에 매입해 의약품 유통업체인 지오영(75%)과 백제약품(25%)에 넘기고 약국은 1500원에 소비자에게 팔고 있다. 유통 마진 600원은 도매상과 약국이 나눠 가지는 셈이다. 이 부분도 업계의 불만을 키우는 요소다. C사 관계자는 “마스크 배송 비용도 납품가 900원에 포함돼 제조업체가 부담하고 있다”며 “제조업체는 쥐어짜면서 유통업체엔 600원이나 마진을 보장해주는 이유가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6일부터 중복구매 확인이 쉬운 약국으로 공적 판매 채널을 사실상 일원화했다”며 “약국은 유통 단계가 복잡해 유통 비용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농협이나 우체국은 유통 마진을 장당 100원 정도로 운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마진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유통 마진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된다. 공적 판매량이 한 달 2억4000만 장임을 감안하면 유통 마진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은 월 1440억원에 이른다.
마스크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스크 공적 판매제를 일찌감치 도입한 대만은 정부가 매입가 그대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며 “한국의 공적 판매제는 정부가 생색은 내면서 부담은 소비자가 떠안는 방식이라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통 마진이 적정한 수준인지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8일 마스크 제조업체 A사의 김모 이사는 “요즘 많이 힘드시겠다”는 말에 할 말이 오래 쌓여 있었던 듯 응어리를 쏟아냈다. 그는 “이달 들어 직원들이 주말 없이 아침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한다”며 “하루만이라도 쉬게 해주고 싶은데 정부가 쉬지 말라고 하니 어제(토요일), 오늘(일요일) 예외 없이 다 출근했다”고 말했다. 격무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정부의 강압적인 태도와 비상식적인 마스크 대책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6일 공급 계약 때 조달청이 납품가를 장당 1000원에서 900원으로 깎았다”며 “이렇게 제조업체를 쥐어짜면서 유통업체엔 600원이나 마진을 보장해주니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납품가 되레 깎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대란’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마스크 공급을 책임지는 제조업체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의 업무 강도와 생산 비용은 확 커졌는데 보상은 충분하지 않고, 유통업체엔 넉넉한 마진(이윤)을 보장해줘 형평성마저 무너졌다는 게 대다수 기업의 호소다. 계속 이런 식이면 마스크 생산량이 확대될 수 없고, 소비자의 고통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0여 개 마스크 제조업체는 6일 장당 900원에 조달청과 보건용 마스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 따르면 보건용 마스크 한 장의 생산 원가는 평균 500~600원 정도다. 얼핏 보면 불합리한 납품가는 아니다.
마스크 제조업체 B사의 한 관계자는 “500~600원이란 원가는 규모가 큰 업체까지 합친 숫자”라며 “영세업체들은 원가가 700~800원, 그 이상 하는 회사도 있는데 일률적인 납품가를 강요하니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6일 조달청으로 납품 계약이 일원화되면서 개악(改惡)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농협·우체국·공영홈쇼핑 등과 계약할 때만 해도 납품가 결정 과정에 융통성이 있었다. 그때도 납품 기준가격은 800~900원이었지만 생산 비용이 높은 사정이 인정되는 곳은 1000~1100원까지 가격을 쳐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달청은 900원이란 가격에 토를 못 달게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A사처럼 납품가가 도리어 깎인 회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날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보완 방안을 통해 “전주(前週) 평균 생산량 초과분과 주말 생산량은 장당 납품가를 50원 올려주겠다”고 했다. 마스크 제조업체 C사 관계자는 “충분한 지원은 아니다”며 “지금 마스크 생산가격 보상에는 예산을 한푼도 안 쓰고 있는데, 아동수당에 1조원의 현금쿠폰을 더 얹어주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유통 마진은 넉넉하게 보장하면서”
정부는 마스크를 장당 900원에 매입해 의약품 유통업체인 지오영(75%)과 백제약품(25%)에 넘기고 약국은 1500원에 소비자에게 팔고 있다. 유통 마진 600원은 도매상과 약국이 나눠 가지는 셈이다. 이 부분도 업계의 불만을 키우는 요소다. C사 관계자는 “마스크 배송 비용도 납품가 900원에 포함돼 제조업체가 부담하고 있다”며 “제조업체는 쥐어짜면서 유통업체엔 600원이나 마진을 보장해주는 이유가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6일부터 중복구매 확인이 쉬운 약국으로 공적 판매 채널을 사실상 일원화했다”며 “약국은 유통 단계가 복잡해 유통 비용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농협이나 우체국은 유통 마진을 장당 100원 정도로 운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마진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유통 마진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된다. 공적 판매량이 한 달 2억4000만 장임을 감안하면 유통 마진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은 월 1440억원에 이른다.
마스크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스크 공적 판매제를 일찌감치 도입한 대만은 정부가 매입가 그대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며 “한국의 공적 판매제는 정부가 생색은 내면서 부담은 소비자가 떠안는 방식이라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통 마진이 적정한 수준인지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