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이 군민 22만2256명 전체에 1인당 10만원씩 ‘국민 긴급지원금’을 지급하기로 23일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역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는 명분이다. 소득 기준 없이 전체 거주자를 대상으로 ‘재난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울주군이 처음이다. 지방자치단체 간 이른바 ‘재난기본소득’ 퍼주기 경쟁이 불붙었다는 분석이다.
이번엔 '재난소득'…지자체 돈풀기 경쟁 불붙었다
‘재난 지원금’ 도입 경쟁 열려

명칭과 지급 기준에 차이는 있지만 이전까지 코로나19에 따른 현금 지원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지난 13일 지자체 중 처음으로 재난지원금을 도입한 전북 전주시는 중위소득의 80% 이하인 취약계층 5만여 가구에 가구당 52만7158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19일 중위소득 100% 이하 117만7000가구에 30만~5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도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4000억원을 ‘긴급생존자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울주군이 전체를 대상으로 한 현금 지원을 내놓으면서 판이 바뀌었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대상자를 선별하지 않은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선별에 소요되는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높은 소득세를 부담하고 있는 고소득자들도 배려했다는 것이다.

지자체 간 경쟁이 확대되면서 정부는 난처해하고 있다.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차 추경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관련 안건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재난지원금은 취약계층에 한정된 것이다. 지난 21일 행정안전부가 3조8642억원 규모의 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을 재난지원금에 활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대상을 취약계층에 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해당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지자체마다 다른 기준으로 도입되고 있는 재난지원금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관건으로 떠올랐다.

순세계잉여금이 기반

재난지원금을 주려면 기초지자체는 수백억원, 광역지자체는 수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울주군 역시 222억2560만원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중앙정부에 손을 내미는 지자체들은 없다. 지난해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가 51.4%, 군단위 지자체가 18.3%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상한 일이다.

비밀은 지자체마다 쌓아놓은 순세계잉여금에 있다. 국비와 지방비를 통해 얻은 세수를 못 쓰고 남긴 것이다. 가장 먼저 도입한 전주시는 전체 263억5000만원의 예산 중 61%인 160억원을 잉여금에서 조달한다. 서울시도 3271억원 중 2000억원이 잉여금이다. 울주군도 222억원의 절반가량을 순세계잉여금에서 댈 예정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지자체들의 잉여금은 총 35조원에 이른다. 균형재정을 원칙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규정에 따라 매년 들어온 돈을 다 쓰지 못하고 쌓은 결과다. 인구가 빠르게 줄거나 행정력이 부족한 군 단위 지자체도 막대한 규모를 쌓아놓고 있다. 재정자립도 16%인 전남 무안은 2315억원(2018년 기준), 경남 거창은 2065억원의 순세계잉여금이 있다.

이 돈이 재원이 되면서 지자체에 따라 재난지원금의 차이가 벌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잉여금 자체가 없는 지자체도 많아 지자체별 지급 여력의 차이가 있다”며 “중앙정부가 잉여금을 환수해 지자체들에 나눠주는 것도 현재로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자체들의 재난기본소득은 누수효과에 비해 효과가 작아 재정학적으로는 옳지 않은 정책”이라면서도 “다만 국가 부채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꼭 도입해야 한다면 순세계잉여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노경목 기자/울산=하인식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