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家電 4월 매출 반토막…자동차 수출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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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잔인한 4월'
美·유럽 매장 줄줄이 폐쇄
온라인 영업 돌파구도 못 찾아
삼성전자, 비상경영체제 가동
"샘플 제작비용도 줄여라"
美·유럽 매장 줄줄이 폐쇄
온라인 영업 돌파구도 못 찾아
삼성전자, 비상경영체제 가동
"샘플 제작비용도 줄여라"
‘제조업 코리아’가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생태계가 무너지기 직전 상황이고, 지금까지 선방했던 가전산업마저 휘청이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시장이 마비된 탓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회복하기 힘든 수준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LG, 비상경영체제 가동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5일 삼성전자의 TV·생활가전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줄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시기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해외 판매가 ‘올스톱’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가전 매출은 반토막났고, TV 부문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LG전자 상황도 비슷하다. 일부 제품의 해외 시장 매출은 50% 넘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및 가전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은 미국과 유럽인데, 이들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말부터 멈춰섰다. 미국 전역에 1009개 매장을 둔 최대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지난달 23일부터 영업시간 단축 및 입장객 제한 등을 실시해 사실상 휴업에 들어갔다. 유럽 최대 가전 판매점 미디어막트도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도 쌓이는 재고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2분기 전자업계의 가전 및 TV 부문 예상 이익 규모를 내려 잡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가전 및 TV)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지난 1월 말 5620억원에서 최근 3120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익 전망치를 7100억원에서 1340억원으로 80% 넘게 깎았다.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샘플 제작비와 소모품 구입비까지 줄이는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LG전자는 연간 사업계획을 매월 재점검하며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4월부터 시작된 ‘매출절벽’이 적어도 오는 6월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될 때까지는 생존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2차 셧다운 들어간 자동차
자동차산업의 수출절벽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완성차 5사의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3.1%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각사가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제출한 전망치를 보면 르노삼성자동차가 72.9%, 쌍용자동차가 5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각각 39.1%, 48.7% 감소를 전망했다. 미국 및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이 마비된 탓이다.
공장은 지난 2월에 이어 다시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되고 있다. 기아차는 이달 말 국내 공장 세 곳을 셧다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현대차는 투싼을 생산하는 5공장 2라인을 1주일간 멈췄다.
수입 부품이 없어 공장을 멈추는 사례도 이어질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다음달 4~8일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에서 수입하는 부품 재고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고 판단해서다.
기아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셀토스 일반 모델의 생산을 중단했다. 인도에서 수입하는 3.5인치 계기판이 없기 때문이다. 7인치 계기판이 들어가는 최고급 모델만 만들고 있는 상태인데, 인도 부품공장이 재가동될 때까지 셀토스 생산량은 급감할 전망이다. 쌍용차는 이미 부품 재고 부족을 이유로 이달 초부터 1주일에 1~2일씩 라인 일부를 세우는 순환 휴업에 들어갔다.
국내 부품사는 생사기로에 섰다. 완성차업체가 가동을 멈추면 부품사들도 함께 라인을 세워야 한다. 가뜩이나 경영 상황이 나빠질 대로 나빠졌던 다수 부품사들은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맞아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 빠졌다. 연내 굵직한 부품사 한두 곳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현대차 등에 시트를 납품하는 A사는 이달 직원 임금 지급일을 3일 미뤘다. 당장 직원들에게 줄 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내외장재를 만드는 B사는 최근 생산직을 상대로 순환휴무를 시행하고, 관리직의 임금을 20%씩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품사의 대출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대출 만기 연장이나 세금 감면 등 정부 지원이 없으면 부품업체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국내 완성차 및 부품 업계에 필요한 유동성 규모가 32조8000억원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과 취득세 인하 등 내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도병욱/황정수 기자 dodo@hankyung.com
삼성·LG, 비상경영체제 가동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5일 삼성전자의 TV·생활가전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줄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시기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해외 판매가 ‘올스톱’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가전 매출은 반토막났고, TV 부문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LG전자 상황도 비슷하다. 일부 제품의 해외 시장 매출은 50% 넘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및 가전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은 미국과 유럽인데, 이들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말부터 멈춰섰다. 미국 전역에 1009개 매장을 둔 최대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지난달 23일부터 영업시간 단축 및 입장객 제한 등을 실시해 사실상 휴업에 들어갔다. 유럽 최대 가전 판매점 미디어막트도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도 쌓이는 재고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2분기 전자업계의 가전 및 TV 부문 예상 이익 규모를 내려 잡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가전 및 TV)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지난 1월 말 5620억원에서 최근 3120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익 전망치를 7100억원에서 1340억원으로 80% 넘게 깎았다.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샘플 제작비와 소모품 구입비까지 줄이는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LG전자는 연간 사업계획을 매월 재점검하며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4월부터 시작된 ‘매출절벽’이 적어도 오는 6월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될 때까지는 생존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2차 셧다운 들어간 자동차
자동차산업의 수출절벽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완성차 5사의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3.1%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각사가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제출한 전망치를 보면 르노삼성자동차가 72.9%, 쌍용자동차가 5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각각 39.1%, 48.7% 감소를 전망했다. 미국 및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이 마비된 탓이다.
공장은 지난 2월에 이어 다시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되고 있다. 기아차는 이달 말 국내 공장 세 곳을 셧다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현대차는 투싼을 생산하는 5공장 2라인을 1주일간 멈췄다.
수입 부품이 없어 공장을 멈추는 사례도 이어질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다음달 4~8일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에서 수입하는 부품 재고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고 판단해서다.
기아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셀토스 일반 모델의 생산을 중단했다. 인도에서 수입하는 3.5인치 계기판이 없기 때문이다. 7인치 계기판이 들어가는 최고급 모델만 만들고 있는 상태인데, 인도 부품공장이 재가동될 때까지 셀토스 생산량은 급감할 전망이다. 쌍용차는 이미 부품 재고 부족을 이유로 이달 초부터 1주일에 1~2일씩 라인 일부를 세우는 순환 휴업에 들어갔다.
국내 부품사는 생사기로에 섰다. 완성차업체가 가동을 멈추면 부품사들도 함께 라인을 세워야 한다. 가뜩이나 경영 상황이 나빠질 대로 나빠졌던 다수 부품사들은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맞아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 빠졌다. 연내 굵직한 부품사 한두 곳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현대차 등에 시트를 납품하는 A사는 이달 직원 임금 지급일을 3일 미뤘다. 당장 직원들에게 줄 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내외장재를 만드는 B사는 최근 생산직을 상대로 순환휴무를 시행하고, 관리직의 임금을 20%씩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품사의 대출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대출 만기 연장이나 세금 감면 등 정부 지원이 없으면 부품업체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국내 완성차 및 부품 업계에 필요한 유동성 규모가 32조8000억원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과 취득세 인하 등 내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도병욱/황정수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