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끝? 월가 투기세력의 다음 타깃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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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의 기록적 폭락세는 가닥을 잡아가는 듯합니다.
수요가 워낙 없어서 배럴당 40달러 수준까지 오르기는 어렵겠지만, 수급 관련된 약간의 뉴스만 있어도 배럴당 20~30달러까지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오늘 그런 뉴스가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동부시간 오전 8시8분에 날린 트윗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는 "바다에서 이란 무장 고속단정이 우리 배를 성가시게 굴면 모조리 쏴서 파괴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걸프해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 고속단정간의 신경전과 관련한 경고입니다.
이는 금세 걸프전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걸프전쟁이 발발한다면 유가도 오를 것이고 보잉, GE도 살릴 수 있다. 미 경기도 나아질 수 있고, 미 국민이 집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이란간 분쟁 가능성이 있는 호르무즈해협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등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전 세계 수요량의 20%, 하루 2000만 배럴에 가까운 원유를 실어내는 곳입니다.
이 곳이 막힌다면 2000만배럴의 통로가 막히고, 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불거진 공급초과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전면전을 치를 필요도 없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란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지도층까지 만신창이가 된 상태여서 그냥 미국이 미사일 몇 발 날리는 식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한 두달 틀어막으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미사일 값 몇 백만달러로 하루 2000만배럴의 감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사우디가 일부 생산량을 홍해쪽으로 뽑아낼 수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체면이고 뭐고 따질 때가 아닙니다. 이날 테즈 크루즈 미 상원의원(공화, 텍사스)은 사우디에서 미국으로 향해오고 있는 유조선단을 향해 "기수를 돌리라"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지난 4월1일 유가전쟁과 함께 사우디를 떠난 20척의 초대형 유조선에는 모두 4000만~5000만배럴이 실려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통상 사우디의 월간 대미 수출량의 7배에 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효과는 컸습니다.
배럴당 11달러대에서 헤메이고 있던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은 아침 8시8분 트윗이 나온 뒤 상승하기 시작해 한시간반 뒤인 9시47분에는 16달러대까지 치솟았습니다. 결국 배럴당 19.1%(2.21달러) 상승한 13.7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유가에만 영향을 준 게 아닙니다.
개장 직전 나온 트윗에 다우선물지수부터 상승 기어를 높였고, 에너지주들이 오름세(3.5%)를 주도하면서 뉴욕 증시는 이날 올랐습니다. 다우 지수는 전장보다 456.94포인트(1.99%) 오른 23,475.82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29%, 나스닥은 2.81% 상승했습니다.
어쨌든 유가는 한 고비를 넘는 듯 합니다.
수요나 공급쪽 어디서든 희망적 뉴스가 나와도 유가는 배럴당 20~30달러까지는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게 월가 관측입니다. 그래도 셰일업체들의 원가도 안되는 가격이지요. 이런 저유가는 원유회사들의 어쩔 수 없는 감산을 부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이 발표한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는 1502만배럴 증가해 전주 1935만배럴 증가보다 줄어들었습니다. 수요가 늘었을 리는 없습니다. 생산 측면에서 하루 90만배럴 가량 감산된 것입니다.
결국 어느 수준까지의 유가 회복은 시간의 문제입니다. 물론 수요 회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유동성이 너무 풍부하다보니 투기세력이 돌아가면서 각 시장을 털어먹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초 코로나바이러스가 미 금융시장을 덮친 뒤 가장 먼저 폭락한 시장은 증시였습니다. 37%까지 떨어졌던 뉴욕 증시는 미 중앙은행이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뒤 3월23일을 바닥으로 급등했습니다.
단기에 30% 수익률이 났습니다.
그 다음은 채권시장, 특히 크레딧시장이었습니다. 정크본드 가격이 계속 폭락하자 Fed는 지난 9일 정크본드까지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시장에서도 3월24일부터 4월14일까지 3주간 수익률이 최대 30%에 달했습니다. 정크본드 스프레드가 급락한 덕분입니다.1년으로 환산하면 1만%가 넘는 수익률입니다.
그 다음이 유가였습니다. WTI 6월물 가격은 어제 6.5달러까지 떨어졌었습니다. 오늘은 16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그 다음은 어느 시장이 타깃이 될까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금으로 몰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부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오늘 금이 향후 18개월내 온스당 300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워낙 각국이 돈을 풀어대고 있기 때문에 금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안전자산인 금은 통상 위험자산인 주식과 반대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진 뒤에는 거의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흔들릴때 다시 온스당 1400달러까지 갔던 금은 현재 1700달러까지 올라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과 주식이 같이 움직이는 건 오르는 원인이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승 원인은 바로 '유동성'입니다. 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풀어낸 유동성은 주식 등 금융시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금의 경우 각국이 쏟아낸 돈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오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저렇게 달러를 찍어내는 데, 가치가 떨어지지 않겠어? 결국은 금본위제가 올 거야"라는 류의 생각이 투자자들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겁니다.
Fed의 자산은 벌써 6조3000억달러가 넘었습니다. 3월초에 비해 2조1000억달러가 불어났습니다. 역사상 최고로 빠른 속도입니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9조~10조달러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재개되면 인프라딜에 나설 것입니다.
10% 후반까지 치솟을 실업률을 단기에 낮추는 방법은 대규모 인프라 공사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인프라 재건은 11월 재선을 앞두고 자신의 공약을 지키는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민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자신의 반이민, 반세계화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인프라딜을 하려면 다시 국채를 1~2조달러는 찍어내야할 것입니다. 그런 국채를 사줄 곳은 또 Fed입니다.
Fed가 매입하지 않으면 금리가 치솟고, 이는 시장 금리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금리가 높여 난리가 날 겁니다. 빚이 이렇게 많아진 상황에서 높은 금리라니요.
결국 Fed가 매입할 겁니다. 하지만 이는 달러의 신뢰성에 대한 의심을 키울 것입니다.
재무부가 채권을 찍어내면, Fed가 이를 매입하고 달러를 내줍니다. 그러면 재무부가 그 댓가로 이자를 Fed에 주고, Fed는 이를 다시 배당으로 재무부에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그러면서 달러의 양은 천정부지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달러는 매우 강하다. 그리고 강한 달러는 전반적으로 매우 좋다"고 말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약달러를 원한다"면서 Fed와 제롬 파월 의장을 압박해온 그가 입장을 완전히 바꾼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의 말을 들으니 '미국도 달러화 신뢰에 대해 우려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달러가 금세 맛이 갈 것이란 생각은 오산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역시 미국 만큼이나 돈을 퍼내고 있는 덕분입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진 뒤 정크본드로 강등된 채권을 대출 등에서 담보로 인정해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4월7일 기준 'BBB-' 이상의 투자등급이었으면, 계속 적격담보로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Fed가 지난 3월22일 이후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한 것과 유사한 조치입니다. 게다가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제 회복을 위한 2조 유로 (2조2000억달러) 규모의 경제 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유럽, 일본, 한국 등 세계 각국은 Fed와 미국이 부양 조치를 취하면 곧 바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국이 아무리 달러를 찍어내고 있어도, 다른 화폐와 비교한다면 여전히 달러의 가치가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달러 값은 올라가고 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이번 주 다시 100을 넘었습니다. 반면 원자재에 의존하는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환율은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는 이날 하루만 2.6% 떨어졌습니다. 지난 1년을 따지면 36% 추락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달러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세계화 정책, 그리고 셰일오일 자급은 세계에 유통되는 달러화의 양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해외 상품을 수입하지 않고, 원유마저 사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달러를 세계에 공급하겠습니까?
이는 중단기적으로는 수급측면에서 달러화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각국은 달러화의 대안을 찾을 겁니다. 물론 대안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수요가 워낙 없어서 배럴당 40달러 수준까지 오르기는 어렵겠지만, 수급 관련된 약간의 뉴스만 있어도 배럴당 20~30달러까지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오늘 그런 뉴스가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동부시간 오전 8시8분에 날린 트윗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는 "바다에서 이란 무장 고속단정이 우리 배를 성가시게 굴면 모조리 쏴서 파괴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걸프해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 고속단정간의 신경전과 관련한 경고입니다.
이는 금세 걸프전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걸프전쟁이 발발한다면 유가도 오를 것이고 보잉, GE도 살릴 수 있다. 미 경기도 나아질 수 있고, 미 국민이 집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이란간 분쟁 가능성이 있는 호르무즈해협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등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전 세계 수요량의 20%, 하루 2000만 배럴에 가까운 원유를 실어내는 곳입니다.
이 곳이 막힌다면 2000만배럴의 통로가 막히고, 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불거진 공급초과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전면전을 치를 필요도 없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란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지도층까지 만신창이가 된 상태여서 그냥 미국이 미사일 몇 발 날리는 식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한 두달 틀어막으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미사일 값 몇 백만달러로 하루 2000만배럴의 감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사우디가 일부 생산량을 홍해쪽으로 뽑아낼 수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체면이고 뭐고 따질 때가 아닙니다. 이날 테즈 크루즈 미 상원의원(공화, 텍사스)은 사우디에서 미국으로 향해오고 있는 유조선단을 향해 "기수를 돌리라"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지난 4월1일 유가전쟁과 함께 사우디를 떠난 20척의 초대형 유조선에는 모두 4000만~5000만배럴이 실려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통상 사우디의 월간 대미 수출량의 7배에 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효과는 컸습니다.
배럴당 11달러대에서 헤메이고 있던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은 아침 8시8분 트윗이 나온 뒤 상승하기 시작해 한시간반 뒤인 9시47분에는 16달러대까지 치솟았습니다. 결국 배럴당 19.1%(2.21달러) 상승한 13.7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유가에만 영향을 준 게 아닙니다.
개장 직전 나온 트윗에 다우선물지수부터 상승 기어를 높였고, 에너지주들이 오름세(3.5%)를 주도하면서 뉴욕 증시는 이날 올랐습니다. 다우 지수는 전장보다 456.94포인트(1.99%) 오른 23,475.82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29%, 나스닥은 2.81% 상승했습니다.
어쨌든 유가는 한 고비를 넘는 듯 합니다.
수요나 공급쪽 어디서든 희망적 뉴스가 나와도 유가는 배럴당 20~30달러까지는 쉽게 오를 수 있다는 게 월가 관측입니다. 그래도 셰일업체들의 원가도 안되는 가격이지요. 이런 저유가는 원유회사들의 어쩔 수 없는 감산을 부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이 발표한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는 1502만배럴 증가해 전주 1935만배럴 증가보다 줄어들었습니다. 수요가 늘었을 리는 없습니다. 생산 측면에서 하루 90만배럴 가량 감산된 것입니다.
결국 어느 수준까지의 유가 회복은 시간의 문제입니다. 물론 수요 회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유동성이 너무 풍부하다보니 투기세력이 돌아가면서 각 시장을 털어먹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초 코로나바이러스가 미 금융시장을 덮친 뒤 가장 먼저 폭락한 시장은 증시였습니다. 37%까지 떨어졌던 뉴욕 증시는 미 중앙은행이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뒤 3월23일을 바닥으로 급등했습니다.
단기에 30% 수익률이 났습니다.
그 다음은 채권시장, 특히 크레딧시장이었습니다. 정크본드 가격이 계속 폭락하자 Fed는 지난 9일 정크본드까지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시장에서도 3월24일부터 4월14일까지 3주간 수익률이 최대 30%에 달했습니다. 정크본드 스프레드가 급락한 덕분입니다.1년으로 환산하면 1만%가 넘는 수익률입니다.
그 다음이 유가였습니다. WTI 6월물 가격은 어제 6.5달러까지 떨어졌었습니다. 오늘은 16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그 다음은 어느 시장이 타깃이 될까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금으로 몰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부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오늘 금이 향후 18개월내 온스당 300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워낙 각국이 돈을 풀어대고 있기 때문에 금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안전자산인 금은 통상 위험자산인 주식과 반대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진 뒤에는 거의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흔들릴때 다시 온스당 1400달러까지 갔던 금은 현재 1700달러까지 올라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과 주식이 같이 움직이는 건 오르는 원인이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승 원인은 바로 '유동성'입니다. 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풀어낸 유동성은 주식 등 금융시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금의 경우 각국이 쏟아낸 돈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오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저렇게 달러를 찍어내는 데, 가치가 떨어지지 않겠어? 결국은 금본위제가 올 거야"라는 류의 생각이 투자자들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겁니다.
Fed의 자산은 벌써 6조3000억달러가 넘었습니다. 3월초에 비해 2조1000억달러가 불어났습니다. 역사상 최고로 빠른 속도입니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9조~10조달러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재개되면 인프라딜에 나설 것입니다.
10% 후반까지 치솟을 실업률을 단기에 낮추는 방법은 대규모 인프라 공사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인프라 재건은 11월 재선을 앞두고 자신의 공약을 지키는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민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자신의 반이민, 반세계화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인프라딜을 하려면 다시 국채를 1~2조달러는 찍어내야할 것입니다. 그런 국채를 사줄 곳은 또 Fed입니다.
Fed가 매입하지 않으면 금리가 치솟고, 이는 시장 금리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금리가 높여 난리가 날 겁니다. 빚이 이렇게 많아진 상황에서 높은 금리라니요.
결국 Fed가 매입할 겁니다. 하지만 이는 달러의 신뢰성에 대한 의심을 키울 것입니다.
재무부가 채권을 찍어내면, Fed가 이를 매입하고 달러를 내줍니다. 그러면 재무부가 그 댓가로 이자를 Fed에 주고, Fed는 이를 다시 배당으로 재무부에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그러면서 달러의 양은 천정부지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달러는 매우 강하다. 그리고 강한 달러는 전반적으로 매우 좋다"고 말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약달러를 원한다"면서 Fed와 제롬 파월 의장을 압박해온 그가 입장을 완전히 바꾼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의 말을 들으니 '미국도 달러화 신뢰에 대해 우려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달러가 금세 맛이 갈 것이란 생각은 오산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역시 미국 만큼이나 돈을 퍼내고 있는 덕분입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진 뒤 정크본드로 강등된 채권을 대출 등에서 담보로 인정해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4월7일 기준 'BBB-' 이상의 투자등급이었으면, 계속 적격담보로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Fed가 지난 3월22일 이후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한 것과 유사한 조치입니다. 게다가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제 회복을 위한 2조 유로 (2조2000억달러) 규모의 경제 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유럽, 일본, 한국 등 세계 각국은 Fed와 미국이 부양 조치를 취하면 곧 바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국이 아무리 달러를 찍어내고 있어도, 다른 화폐와 비교한다면 여전히 달러의 가치가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달러 값은 올라가고 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이번 주 다시 100을 넘었습니다. 반면 원자재에 의존하는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환율은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는 이날 하루만 2.6% 떨어졌습니다. 지난 1년을 따지면 36% 추락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달러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세계화 정책, 그리고 셰일오일 자급은 세계에 유통되는 달러화의 양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해외 상품을 수입하지 않고, 원유마저 사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달러를 세계에 공급하겠습니까?
이는 중단기적으로는 수급측면에서 달러화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각국은 달러화의 대안을 찾을 겁니다. 물론 대안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