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자 밀어내는 한국 만두…美 식당에서 줄서서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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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 대한민국 다시 뛰자
(4) K푸드 세계화, 기회 왔다
코로나 위기, K푸드에 새로운 기회
美집밥 메뉴로 뜬 비비고 만두
해외매출 비중 60% 넘어
(4) K푸드 세계화, 기회 왔다
코로나 위기, K푸드에 새로운 기회
美집밥 메뉴로 뜬 비비고 만두
해외매출 비중 60% 넘어
미국에선 요즘 집밥 메뉴로 ‘만두’가 뜨고 있다. 인기 셰프이자 엔터테이너 조지 듀란은 여러 방송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부활절 특별 메뉴’로 한국식 만두를 소개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유명 인플루언서들도 만두와 닭강정, 잡채 등 한국 음식을 시식하는 콘텐츠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 만두는 일본식 ‘교자’나 중국식 ‘덤플링’으로 불렸다. 만두를 한국 발음 그대로 불리게 한 주역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다. 비비고 만두의 작년 해외 매출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한국 식품업계에 글로벌화를 위한 도약대가 되고 있다. 영화 ‘기생충’ 인기에 힘입은 짜파구리(농심)의 선전, 식을 줄 모르는 불닭볶음면(삼양식품) 열풍 등과 맞물려 세계 시장에서 ‘K푸드’가 유례없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 주도로 추진됐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던 한식 세계화가 드디어 민간의 힘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주도는 실패…첨병은 기업
한식 세계화는 2000년대부터 정부의 중점 사업이었다. 떡볶이 막걸리 비빔밥 등 한식 3대 수출 품목을 지정하기도 했고, 한식 재단을 설립해 예산을 쏟아붓기도 했다. 그러나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단일 품목, 장인 육성 등에서 해법을 찾다 보니 전파 속도에 한계가 있었다. 음식을 ‘산업’이자 ‘문화’로 보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한식을 전파한 첨병은 기업이다. 식품 기업들은 일찌감치 가공식품으로 승부했다. 더 빨리, 더 많이 한국의 맛을 전파하기 위해 오래 보존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에서 답을 찾았다. 농심과 풀무원은 30여 년 전부터, CJ제일제당도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렸다. 농심은 중국 미국 등 해외 4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연간 약 15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4년간 12개 해외 식품·바이오 기업을 인수했다.
기업들은 세계의 밥상을 점령하기 위해 유통망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여왔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내 최대 물류망과 냉동식품 공장을 보유한 1위 기업 슈완스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농심은 월마트 전 점포와 미 의회, 국방부 등에 신라면을 입점시켰다. ‘불닭볶음면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는 삼양식품은 중국 온오프라인 채널은 물론 이슬람 문화권과 미국, 유럽 등의 글로벌 판매 채널을 확보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크로거의 스콧 엘리스 구매담당 임원은 “한국 라면은 간식에서 식사 메뉴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며 “일반 가정에서 치즈 신라면을 끓여먹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세계 식품시장은 ‘무국적’ 전쟁터
전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연간 6조7342억달러에 달한다. 자동차, 철강, 정보기술(IT)산업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 성장 가능성도 연평균 3.6%로 여느 산업군보다 높다. 한국 식품기업은 그동안 내수 위주였다. 지난해 국내 매출 상위 15개 식품 회사의 실적(51조6433억원)을 다 합해도 세계 1위인 네슬레 매출(116조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K푸드 세계화’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한다. ‘한식’이 중요한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는 시점에 미국, 일본, 중국 등의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베트남 음식을 파는 ‘포호아’, 멕시칸 음식이 주메뉴인 ‘치폴레’와 ‘타코벨’ 등은 미국 브랜드다. 원조는 따로 있지만 모두 미국인들이 산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남성호 CJ제일제당 트렌드전략연구소장은 “한국 식문화는 이제 10년 이상 가는 메가 트렌드가 될 길목에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30년 이상 지속될 때 ‘문화’의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선도기업 키우고 규제 풀어야
정부는 작년 8월 ‘한식 진흥법’을 공포했다. 한식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고 관련 정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한식의 발굴과 복원은 물론 해외 우수 한식당을 지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CJ제일제당, 농심과 같은 선두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말 두부와 장류(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등 제조업 5개 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2025년까지 대기업은 해당 사업의 인수 및 개시, 확장을 원칙적으로 할 수 없게 됐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과 함께 위반 매출의 5% 이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수출용 제품 및 신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혼합장, 소스류, 가공 두부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식품기업들은 여전히 혁신 제품 개발에 제약이 크다고 지적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장류는 대기업 투자를 통해 한식 대표 제품으로 키울 수 있는 품목”이라며 “국내 출시가 어려워 투자 등이 위축되면 K푸드 세계화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한국 식품업계에 글로벌화를 위한 도약대가 되고 있다. 영화 ‘기생충’ 인기에 힘입은 짜파구리(농심)의 선전, 식을 줄 모르는 불닭볶음면(삼양식품) 열풍 등과 맞물려 세계 시장에서 ‘K푸드’가 유례없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 주도로 추진됐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던 한식 세계화가 드디어 민간의 힘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주도는 실패…첨병은 기업
한식 세계화는 2000년대부터 정부의 중점 사업이었다. 떡볶이 막걸리 비빔밥 등 한식 3대 수출 품목을 지정하기도 했고, 한식 재단을 설립해 예산을 쏟아붓기도 했다. 그러나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단일 품목, 장인 육성 등에서 해법을 찾다 보니 전파 속도에 한계가 있었다. 음식을 ‘산업’이자 ‘문화’로 보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한식을 전파한 첨병은 기업이다. 식품 기업들은 일찌감치 가공식품으로 승부했다. 더 빨리, 더 많이 한국의 맛을 전파하기 위해 오래 보존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에서 답을 찾았다. 농심과 풀무원은 30여 년 전부터, CJ제일제당도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렸다. 농심은 중국 미국 등 해외 4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연간 약 15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4년간 12개 해외 식품·바이오 기업을 인수했다.
기업들은 세계의 밥상을 점령하기 위해 유통망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여왔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내 최대 물류망과 냉동식품 공장을 보유한 1위 기업 슈완스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농심은 월마트 전 점포와 미 의회, 국방부 등에 신라면을 입점시켰다. ‘불닭볶음면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는 삼양식품은 중국 온오프라인 채널은 물론 이슬람 문화권과 미국, 유럽 등의 글로벌 판매 채널을 확보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크로거의 스콧 엘리스 구매담당 임원은 “한국 라면은 간식에서 식사 메뉴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며 “일반 가정에서 치즈 신라면을 끓여먹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세계 식품시장은 ‘무국적’ 전쟁터
전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연간 6조7342억달러에 달한다. 자동차, 철강, 정보기술(IT)산업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 성장 가능성도 연평균 3.6%로 여느 산업군보다 높다. 한국 식품기업은 그동안 내수 위주였다. 지난해 국내 매출 상위 15개 식품 회사의 실적(51조6433억원)을 다 합해도 세계 1위인 네슬레 매출(116조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K푸드 세계화’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한다. ‘한식’이 중요한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는 시점에 미국, 일본, 중국 등의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베트남 음식을 파는 ‘포호아’, 멕시칸 음식이 주메뉴인 ‘치폴레’와 ‘타코벨’ 등은 미국 브랜드다. 원조는 따로 있지만 모두 미국인들이 산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남성호 CJ제일제당 트렌드전략연구소장은 “한국 식문화는 이제 10년 이상 가는 메가 트렌드가 될 길목에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30년 이상 지속될 때 ‘문화’의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선도기업 키우고 규제 풀어야
정부는 작년 8월 ‘한식 진흥법’을 공포했다. 한식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고 관련 정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한식의 발굴과 복원은 물론 해외 우수 한식당을 지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CJ제일제당, 농심과 같은 선두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말 두부와 장류(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등 제조업 5개 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2025년까지 대기업은 해당 사업의 인수 및 개시, 확장을 원칙적으로 할 수 없게 됐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과 함께 위반 매출의 5% 이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수출용 제품 및 신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혼합장, 소스류, 가공 두부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식품기업들은 여전히 혁신 제품 개발에 제약이 크다고 지적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장류는 대기업 투자를 통해 한식 대표 제품으로 키울 수 있는 품목”이라며 “국내 출시가 어려워 투자 등이 위축되면 K푸드 세계화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