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요 급증으로 납기 준수에 어려움을 겪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의 긴급한 생산량 증대를 위해 삼성전자가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삼성전자의 ‘과외’를 받은 국내 진단키트 제조업체의 생산량은 다음달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와 함께 진단키트 업체를 방문해 제조 공정상 애로를 청취하고 생산성 개선을 지원했다고 11일 밝혔다. 중기부는 삼성전자와 올해 각각 100억원가량을 투입해 대·중소기업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감염병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쏠젠트는 이달부터 기존 생산량의 5배, 오는 8월부터 20배에 달하는 물량을 수출할 예정이었지만 자재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수주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진단키트용 플라스틱 튜브용기를 납품해 오던 독일 업체가 자국 내 수요 증가로 갑자기 수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쏠젠트가 수입해 쓰던 플라스틱 튜브용기를 도면도 없는 상태에서 겉모습만 보고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비슷한 제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제품을 보고 설계 디자인 기법을 추적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엔 삼성전자에서 사출, 금형 업무에만 20년 이상 종사한 배테랑들이 투입됐다. 삼성전자가 시제품 생산에 성공하면서 쏠젠트는 정상적인 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면역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SD바이오센서는 하루 30만 개의 키트를 생산하고 있지만 주문량이 갑자기 몰려 생산량을 단기간에 8배(240만 개)로 끌어 올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회사는 진단키트용 플라스틱 케이스를 생산할 때 기존 40개씩 찍어내던 금형을 80개씩 찍어내도록 바꾸는 작업에 나섰지만 기간이 45일이나 걸린다는 문제 때문에 삼성전자에 도움을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최신 금형기술을 동원해 7일 만에 새로운 금형을 제작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