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고용 참사…출구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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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안하고 구직도 포기 83만명 급증
4월 非경제활동인구 폭증
'그냥 쉬었다' 240만명 사상 최다
일시 휴직자도 150만명 육박
경영난 심화땐 실업자 전락 우려
4월 非경제활동인구 폭증
'그냥 쉬었다' 240만명 사상 최다
일시 휴직자도 150만명 육박
경영난 심화땐 실업자 전락 우려
“코로나발(發) 고용난은 예상됐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본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3월 고용 부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었다.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19만5000명 줄어 2009년 5월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지난달 고용 통계는 1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외환위기에 닿았다. 1999년 2월 이후 약 21년 만에 가장 큰 취업자 감소폭(47만6000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고용 위기가 언제 가라앉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용시장의 어두운 터널이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비경제활동인구 역대 최대폭 증가
전문가들은 “실업자가 줄고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한 게 더 심각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취업자가 줄면 실업자가 늘어야 정상인데 지난달 실업자(117만2000명)는 1년 전보다 7만3000명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통계상 실업자는 일은 안 하지만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며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고 사람들이 감염 우려에 집 밖으로 나서기를 꺼리다 보니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일도 구직도 안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83만1000명 불어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6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2009년 3월에 기록했던 최대 증가폭(59만9000명)을 20만 명 이상 경신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안에서도 ‘그냥 쉬었다’는 사람은 지난달 240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3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비경제활동인구 급증은 자영업자 비중(약 25%)이 지나치게 높은 한국 고용시장의 취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는 폐업·휴업을 하더라도 임금근로자로 재취업을 시도하기 쉽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한시 인하 등 필요”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고용 상황이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제조업까지 타격이 확대되는 조짐이 보인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달 21만2000명 줄었다. 전달(10만9000명)보다 감소폭이 약 2배로 확대됐다. 개학 연기와 학원 휴업 등 여파에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도 13만 명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과 교육서비스업의 취업자 감소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컸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았던 제조업마저 흔들리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 2월 3만4000명 늘었으나 3월 2만3000명 감소로 돌아섰고 지난달엔 감소폭이 4만4000명까지 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제조업은 수출 의존도가 큰데 수출 부진이 이어지다 보니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고용 상황이 더 나빠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일시휴직자’다.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무급휴직 등으로 일을 쉬는 일시휴직자는 지난달 148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3만 명 급증했다. 기업 경영난이 심해지면 언제든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만약 일시휴직자 가운데 100만 명만 실업자가 돼도 실업률은 현재 4.2%에서 7.8%로 치솟는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는 7~8월까지는 고용 지표가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저임금의 한시적 인하 등 과감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본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3월 고용 부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었다.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19만5000명 줄어 2009년 5월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지난달 고용 통계는 1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외환위기에 닿았다. 1999년 2월 이후 약 21년 만에 가장 큰 취업자 감소폭(47만6000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고용 위기가 언제 가라앉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용시장의 어두운 터널이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비경제활동인구 역대 최대폭 증가
전문가들은 “실업자가 줄고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한 게 더 심각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취업자가 줄면 실업자가 늘어야 정상인데 지난달 실업자(117만2000명)는 1년 전보다 7만3000명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통계상 실업자는 일은 안 하지만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며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고 사람들이 감염 우려에 집 밖으로 나서기를 꺼리다 보니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일도 구직도 안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83만1000명 불어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6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2009년 3월에 기록했던 최대 증가폭(59만9000명)을 20만 명 이상 경신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안에서도 ‘그냥 쉬었다’는 사람은 지난달 240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3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비경제활동인구 급증은 자영업자 비중(약 25%)이 지나치게 높은 한국 고용시장의 취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는 폐업·휴업을 하더라도 임금근로자로 재취업을 시도하기 쉽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한시 인하 등 필요”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고용 상황이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제조업까지 타격이 확대되는 조짐이 보인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달 21만2000명 줄었다. 전달(10만9000명)보다 감소폭이 약 2배로 확대됐다. 개학 연기와 학원 휴업 등 여파에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도 13만 명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과 교육서비스업의 취업자 감소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컸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았던 제조업마저 흔들리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 2월 3만4000명 늘었으나 3월 2만3000명 감소로 돌아섰고 지난달엔 감소폭이 4만4000명까지 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제조업은 수출 의존도가 큰데 수출 부진이 이어지다 보니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고용 상황이 더 나빠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일시휴직자’다.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무급휴직 등으로 일을 쉬는 일시휴직자는 지난달 148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3만 명 급증했다. 기업 경영난이 심해지면 언제든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만약 일시휴직자 가운데 100만 명만 실업자가 돼도 실업률은 현재 4.2%에서 7.8%로 치솟는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는 7~8월까지는 고용 지표가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저임금의 한시적 인하 등 과감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