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기계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를 뚫고 1분기에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 선주문을 받은 게 실적에 반영된 데다 온라인 판매 등 언택트(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농기계의 선전…비결은 언택트 마케팅·해외 선주문
국내 농기계 1위 업체인 대동공업의 올 1분기 매출(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18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6%, 영업이익은 18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2.6% 증가했다. 국내 매출이 1002억원으로 4.7%, 해외 매출은 823억원으로 73.9% 늘어났다. 해외 부문 중 북미법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북미법인의 1분기 매출은 709억원으로 전년 동기(286억원)보다 147.9% 늘어났다.

대동공업은 북미 지역에서 소형 트랙터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 법인을 설립하고, 승용잔디깎이인 제로턴모어를 출시하는 등 영업망을 강화했다. 그 결과 수출 브랜드인 ‘카이오티’ 딜러 수가 작년 1분기 380개에서 올 1분기 430개까지 늘어났다. 작년 말 북미법인에서 받은 사전주문 물량은 6220대로 전년 대비 378% 증가했다.

원유현 대동공업 총괄사장은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해 1분기에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하반기에 비대면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해외에선 신형 친환경 트랙터를 내놓고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동양물산기업도 해외에서의 성장세에 힘입어 올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5.7% 늘어난 107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기간 해외 매출 증가율은 15.0%로 나타났다. 북미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시점이 3월 이후여서 1분기 수출 물량에 영향을 적게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시장에선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인 1, 2월에 선주문을 받은 물량이 차질 없이 인도되면서 국내 매출은 1.0% 증가했다.

국제종합기계는 국내 시장에서 선방하며 1분기 매출 75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보다 약 7.1%(50억원) 증가했다. 내수 매출 증가율은 30% 이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농기계업계 최초로 지난해 10월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해 사전에 언택트 마케팅에 공을 들인 게 주효했다. 1분기 온라인 매출은 50억원에 이른다.

지난 2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면서 국내 농기계 업체들은 올해 영업에 차질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농번기가 시작되기 전 1분기에 전시회를 통해 그해 신상품을 알리고 한 해 마케팅 및 영업을 시작하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며 전시회를 모두 취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하고 해외 판매에 집중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는 평가다.

북미 시장에서 국내 농기계 업체들의 4월 트랙터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오면서 농기계 업체들은 올 상반기까지는 매출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