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는 인터넷으로 사는데 현대·기아차는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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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국은 제외다. 유럽과 미국, 중국,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만 가능한 얘기다. 한국에서 온라인 자동차 구매가 불가능한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노동조합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주요 브랜드들이 하나둘 온라인 판매를 도입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일부 브랜드가 시도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도 국내 온라인 판매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범유럽 온라인 판매시스템을 개발한다. 하반기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언택트(비대면) 판매 경로를 확보하자는 차원에서다. 기아차는 상반기 중 중국 내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싱가포르와 호주, 홍콩, 인도 등지에서 이미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기아차도 인도와 러시아 등에서 온라인으로 차를 팔고 있다.
다른 글로벌 브랜드들도 온라인 판매 채널을 늘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온라인 판매 비중을 25%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브리타 제에거 벤츠 승용부문 마케팅앤드세일즈 총괄은 "벤츠를 구입하는 일은 책 한 권을 주문하는 것만큼 쉬워야 한다"고 말했다. 볼보는 작년부터 영국 등지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모델을 골라 주문하면, 이틀 뒤 차를 배송받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업체들은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인 지프는 지난 3월부터 온라인 구매 채널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전체 계약의 약 10%가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BMW는 '샵 온라인'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판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한정판 차량은 샵 온라인에서만 살 수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와 인피니티, 폭스바겐 등도 온라인으로 견적을 내거나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기아차는 언제쯤 온라인으로 살까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12월 준중형 SUV 코란도를 CJ오쇼핑 방송에서 팔았다. 국산차를 홈쇼핑 방송에서 판매한 첫 사례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1시간 동안 1200여 건의 구매 상담 신청이 접수됐다고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차량을 온라인으로 팔 계획이 없다. 비대면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직 온라인 판매가 이르다고 판단한 것도 아니다.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면 전시장을 더 만들지 않아도 되고, 그 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영업사원에게 돌아가는 마진이 없어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도 내려간다.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5% 이상 차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업계에서는 노조 반발만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시대 흐름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업체들이 모두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고 있는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이런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하면 자칫 국내외 시장 일부를 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