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의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95㎡ 아파트를 갖고 있는 A씨는 최근 집을 급매로 내놨다. 호가는 6억원 정도지만 5억2000만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은행에서 대출 만기가 돌아온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기존 금액 그대로 연장해줄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A씨는 “아파트값이 떨어져 대출 한도액이 줄었다며 차액을 갚으라고 하는데 돈을 구할 길이 없어 집을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뿐만 아니다. 고양시에서는 집값 하락으로 금융회사들의 대출금 차액 상환 요구가 이어지자 급매물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매물 증가는 다시 가격 약세를 불러와 은행들의 상환 압박이 거세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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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은행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두산위브더제니스를 비롯해 식사동 위시티,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등 대단지 중대형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대규모 미분양이 생겨난 곳이다. 인기 지역이 아니다 보니 집값 하락 압력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들 아파트는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 대책 등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은행들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됐다. 은행들은 만기 일시상환 방식 대출의 경우 담보 가격 이하로 집값이 떨어지면 만기 시 차액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두산위브더제니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국민은행이 발표하는 KB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대출을 내준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두산위브더제니스의 객관적인 거래 가격을 정하기 어렵다며 시세를 공개하지 않았다. KB부동산 시세가 없으면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공동주택가격(공시지가)이나 외부 감정평가기관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담보 가치를 정한다.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는 실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서 형성되기 마련이다.

두산위브더제니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일산 지역에는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만기 일시상환 방식의 대출을 받은 집주인이 꽤 있다”며 “갑자기 은행에서 빚을 갚으라고 하면 대응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세 보증도 덩달아 어려워져

집값 하락은 전세 대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보증기관들이 보증을 거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보증보험(SGI)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선순위 채권 최고액과 임차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해당 주택 추정 시가의 각각 100%, 80% 이내일 때 보증을 해준다. 그러나 집값이 떨어지면서 이 조건을 만족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 얘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다른 지역으로 급격하게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분양가 이하로 집값이 급락한 지역이 많지 않아서다. 대부분 입주자가 분할상환식 주담대를 택하는 것도 우려를 줄이는 요인이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상황을 전체적인 것으로 확대할 필요는 없지만 부동산시장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소람/김대훈/신연수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