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수주 잭팟 환호 뒤에…佛서 '1조 로열티 청구서'가 날아오고 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냉정한 현실'
한 척 만들 때마다 100억 내야
국산 화물창 기술 개발 시급
한 척 만들 때마다 100억 내야
국산 화물창 기술 개발 시급
한국이 카타르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선 100척을 수주했다는 소식에 잭팟을 터뜨린 외국 회사가 있다. LNG 화물탱크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GTT다. LNG선 한 척을 건조할 때마다 로열티로 100억원을 국내 조선사에서 받아간다. 예상대로 카타르에 100척을 인도하면 1조원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조선업계도 반도체처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LNG 화물창 개발을 국책과제로 선정하기로 했다.
조선사 이익과 맞먹는 로열티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17만㎥ 이상의 대형 LNG 운반선 한 척을 건조할 때마다 배 값(약 2000억원)의 5%인 100억원을 프랑스 GTT에 로열티로 내고 있다. 작년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한 대형 LNG선이 51척인 것을 감안하면 로열티로만 약 51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사가 LNG 운반선 한 척을 건조할 때 남는 수익(5~7%)과 비슷한 금액이다.
조선 빅3는 지난 1일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23조원 규모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슬롯(배를 만드는 공간) 예약 계약을 맺었다. 100척을 모두 건조하면 로열티로만 1조1500억원을 GTT에 줘야 한다.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프랑스가 챙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화물창은 LNG 운반선의 핵심 기술이다. 영하 163도로 액화된 LNG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파도 등 외부 충격으로 선박이 흔들릴 때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이 1990년대까지 LNG선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일본을 밀어낼 수 있었던 것도 화물창 덕분이다. 일본이 구(球)형 모스형 LNG선을 고집하는 동안 한국은 박스 모양의 탱크를 장착한 멤브레인형을 도입해 시장을 장악했다. 멤브레인형은 모스형보다 적재량을 40%가량 늘릴 수 있다. 다만 특허를 프랑스 GTT가 쥐고 있어 비용 부담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조선사들이 GTT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것도 잠재적 위협 요인이다. 조선업계는 이번 카타르 초대형 수주로 한국의 기술력이 중국보다 크게 앞서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LNG선 초격차’를 자신했다. 하지만 원천 기술 자립 없이는 언제든 중국에 추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 화물창’ 후속 개발 시동
조선업계와 정부도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다. 중국과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로열티 지출을 줄여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이익률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조선 빅3는 발주사인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2014년 ‘한국형 화물창’인 KC-1을 개발해 LNG 운반선 4척을 건조했다. 하지만 설계 결함으로 화물창에 이슬이 맺히는 문제가 발생해 이 중 2척의 운항이 중단됐다. 현대중공업 ‘하이멕스’, 대우조선 ‘솔리더스’ 등 국내 조선업계가 독자 개발한 화물창 설계 기술도 아직 LNG선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물량을 선물로 계약하는 LNG 거래의 특성상 선주들은 LNG 운반선을 발주할 때 선박의 안전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며 “선주들이 검증된 GTT 기술을 원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국산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 빅3와 정부는 후속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차세대 LNG 화물창 연구개발 사업을 국책과제로 선정해 다음달 공고할 예정이다. KC-1의 품질을 개선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LNG 기화율(증발률)을 낮추고 생산 단가를 내리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라며 “이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비용과 기간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만수/구은서 기자 bebop@hankyung.com
조선사 이익과 맞먹는 로열티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17만㎥ 이상의 대형 LNG 운반선 한 척을 건조할 때마다 배 값(약 2000억원)의 5%인 100억원을 프랑스 GTT에 로열티로 내고 있다. 작년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한 대형 LNG선이 51척인 것을 감안하면 로열티로만 약 51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사가 LNG 운반선 한 척을 건조할 때 남는 수익(5~7%)과 비슷한 금액이다.
조선 빅3는 지난 1일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23조원 규모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슬롯(배를 만드는 공간) 예약 계약을 맺었다. 100척을 모두 건조하면 로열티로만 1조1500억원을 GTT에 줘야 한다.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프랑스가 챙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화물창은 LNG 운반선의 핵심 기술이다. 영하 163도로 액화된 LNG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파도 등 외부 충격으로 선박이 흔들릴 때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이 1990년대까지 LNG선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일본을 밀어낼 수 있었던 것도 화물창 덕분이다. 일본이 구(球)형 모스형 LNG선을 고집하는 동안 한국은 박스 모양의 탱크를 장착한 멤브레인형을 도입해 시장을 장악했다. 멤브레인형은 모스형보다 적재량을 40%가량 늘릴 수 있다. 다만 특허를 프랑스 GTT가 쥐고 있어 비용 부담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조선사들이 GTT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것도 잠재적 위협 요인이다. 조선업계는 이번 카타르 초대형 수주로 한국의 기술력이 중국보다 크게 앞서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LNG선 초격차’를 자신했다. 하지만 원천 기술 자립 없이는 언제든 중국에 추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 화물창’ 후속 개발 시동
조선업계와 정부도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다. 중국과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로열티 지출을 줄여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이익률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조선 빅3는 발주사인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2014년 ‘한국형 화물창’인 KC-1을 개발해 LNG 운반선 4척을 건조했다. 하지만 설계 결함으로 화물창에 이슬이 맺히는 문제가 발생해 이 중 2척의 운항이 중단됐다. 현대중공업 ‘하이멕스’, 대우조선 ‘솔리더스’ 등 국내 조선업계가 독자 개발한 화물창 설계 기술도 아직 LNG선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물량을 선물로 계약하는 LNG 거래의 특성상 선주들은 LNG 운반선을 발주할 때 선박의 안전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며 “선주들이 검증된 GTT 기술을 원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국산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 빅3와 정부는 후속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차세대 LNG 화물창 연구개발 사업을 국책과제로 선정해 다음달 공고할 예정이다. KC-1의 품질을 개선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LNG 기화율(증발률)을 낮추고 생산 단가를 내리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라며 “이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비용과 기간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만수/구은서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