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원을 넘었다. 8일 실직자들이 서울고용노동청 실업급여설명회장 앞에 몰려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원을 넘었다. 8일 실직자들이 서울고용노동청 실업급여설명회장 앞에 몰려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노량진의 월세 40만원짜리 원룸에서 생활하는 취업준비생 A씨(30)는 1년 넘게 해오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지난 4월 그만뒀다. 당장은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채용 공고조차 뜸해진 상황이라 하루하루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A씨가 받고 있는 실업급여도 8월이면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업급여 지급액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5월 한 달에만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직장에서 밀려나는 청년도 문제지만 취업이 안 돼 ‘실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청년이 늘면서 청년층(2030세대)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만5000명이나 급감했다.
2030 직장인 지난달 12.5만명 급감…'실직 충격' 제조업으로 확산
○취업 못하고 직장에서 밀려나는 2030

고용노동부가 8일 발표한 5월 고용행정 통계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총 1382만 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만5000명 늘어난 수치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 8월 전년 동월 대비 54만5000명까지 늘었으나 점차 쪼그라들다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1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고용보험 가입자 중 청년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에만 29세 이하에서 6만3000명, 30대에서 6만2000명 등 2030세대에서만 12만5000명 줄었다.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등 각종 대책으로 재직자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지만 단기 아르바이트 및 신입 직원부터 직장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사실상 막히면서 노동시장 진입을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29세 이하 중에서도 좀 더 세분화해보면 25세 미만의 가입자 수 감소폭이 더 크다”며 “해당 연령대의 인구 감소 영향도 있지만 아무래도 도·소매, 음식·숙박업의 단기 일자리가 감소한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고용, 외환위기 후 최대 충격

실직의 공포는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음식·숙박업에서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3000명 감소하긴 했지만 서비스업 전체적으로는 19만4000명 늘어 4월(+19만2000명)보다 상황이 소폭 호전됐다. 하지만 제조업 가입자 수는 올해 2월 2만7000명 감소한 데 이어 3월 -3만1000명, 4월 -4만 명, 5월 -5만4000명으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9만9000명) 후 최대 감소폭이다. 주력 산업인 전자통신과 자동차 제조업 가입자가 각각 1만2000명, 9000명 줄어들면서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9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도 제조업이 2만22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도소매업(1만4400명), 건설업(1만3500명), 사업서비스업(1만19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그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일부 효과를 내긴 했다. 지난달부터 재개된 직접일자리 등 공공행정 서비스업에서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4만3000명 늘어 서비스업 가입자 증가를 주도했다. 반면 긴급재난지원금과 부분 개학 효과는 미미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도·소매업 가입자는 8000명, 방과후 강사 등 교육서비스업 가입자는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월 2000명 늘었던 음식·숙박업에서는 가입자 수가 되레 3000명 감소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 직접일자리 사업 재개 등 정책 효과로 서비스업 분야 고용시장 상황이 바닥에 근접한 것 같다”며 “하지만 수출 부진 등으로 제조업 고용 충격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