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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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기업의 위기는 가계와 금융회사로 번져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 매출이 감소할 경우 실업자가 양산되고 자영업자의 벌이도 시원치 않은 탓이다. 최악의 경우 70만가구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이들에게 대출해준 금융회사의 건전성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와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핀셋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평가다.

한은이 24일 발표한 ‘2020년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충격이 깊어져 수입이 줄어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구수가 47만3000~75만9000곳에 이를 것으로 산출됐다. 올해 실업 증가폭이 외환위기 수준(상용직 실업률 3.7%포인트 상승, 임시일용직 실업률 12.3%포인트 상승)으로 치솟고, 코로나19 확산 직후 자영업자 매출 감소폭을 반영한 시나리오로 산출한 결과다.

한은은 이 같은 시나리오의 실업과 매출충격이 6개월 동안 지속될 경우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구가 47만3000만곳(자영업자가구·임금근로가구 합계)에 이른다고 봤다. 유동성 위기란 예·적금을 깨고 채권, 주식 등 금융자산을 팔아도 기본적 씀씀이와 만기도래 차입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이 같은 실업과 매출충격이 1년 동안 이어질 경우 75만9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봤다.

가계의 유동성 위기는 금융회사로 옮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의 시나리오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는 47만3000~75만9000곳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70조6000억~111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들이 금융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금융회사 대출건전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은 관계자는 "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 여건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나빠질 경우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되면서 금융회사의 대출금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종합적 고용안정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한편 자영업자 영업 여건에 따라 금융지원 정책의 연장·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