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출범한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합의문 내용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다. 3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도로 노사정 공동 선언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합의가 이뤄지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나오는 것이다.

관련 부처에 따르면 29일 열린 노사정 부대표급 회의에서 대타협 내용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다. 노사정은 합의문에 △근로자의 고용 보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임금 관련 협상은 사업장별로 진행한다 △고용보험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등의 내용을 담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단독] 22년 만에…민노총 참여 '노사정 대타협' 초읽기
정부 한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아 각계가 한발씩 양보해 위기 극복의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민주노총이 최종적으로 거부하지 않는다면 30일 대국민 선언을 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29일 상임집행위원회와 중앙집행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최종 합의 여부를 논의했다. 민주노총 일각에선 그간 요구해온 사항이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동결·해고 금지' 핵심은 빠질 듯
민주노총 내부 갈등에 최종 합의 불발 가능성도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출범한 것은 지난달 20일이다. 노사정 대표자회의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참여해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구성된 것은 22년 만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양대노총이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졌지만 민주노총은 이듬해 탈퇴했으며 지금까지 사회적 대화에 나선 적이 없다. 모든 노사정 대화는 한국노총만 참여한 경사노위 틀 안에서 이뤄졌다.

이번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는 지난 4월 17일 김명환 위원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코로나19 사태를 민주노총이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서다. 노사정 대화체는 6월 30일을 시한으로 정했다. 29일 부대표급 회의에서 합의문에 담을 내용에 대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 배경이다.

회의에 참여한 복수의 노사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고용 보장에 최대한 노력하고 △임금은 사업장별 임단협 교섭을 통해 원만하게 결정하며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가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경영계가 당초 주장했던 임금 동결 등의 사항은 빠졌다. 노동계가 요구해온 △전 국민 상병수당(근로자가 아플 때 지급하는 수당) 도입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전 국민 고용보험제 전면 시행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조건으로 해고금지 명시 등의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노사정 대화체는 30일 합의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29일 상임집행위원회와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격론을 벌였다. 전국금속노조,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등 주요 산별 노조와 현 김명환 위원장과 노선을 달리하는 계파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 국민 상병수당, 전 국민 고용보험제, 해고 금지 등 노동계의 핵심 요구사항이 빠졌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 270조원 중 250조원이 기업에 풀렸다”며 “고용유지가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데도 이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노총도 이번에 판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 국민이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고 있는데 민주노총만 자기 몫을 요구한다는 지적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안팎에서도 30일 합의문 선언이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많다. 민주노총이 조직 내 이견 해소에 성공하면 30일 정 총리가 주재하는 대표자회의에서 노사정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합의문이 나오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문’ 이후 두 번째 위기 극복 합의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당시 노사민정 합의문에는 ‘임금동결·절감 노력’ ‘일자리 나누기’ 등 노사의 고통 분담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민주노총을 지나치게 의식해 이번에는 고통 분담이라는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