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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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분양권을 주택 수에 포함해 중과세하기로 하면서 ‘1주택 1분양권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1주택자가 새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분양권을 가지고 있다가 기존 주택을 3년 안에 팔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주상복합 등 건설 기간이 오래 걸리는 주택 분양권을 가진 사람은 꼼짝 없이 '세금 폭탄'을 맞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다.

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

21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고용진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원안을 받아 의원 13명과 공동 발의했다. 여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입법 절차를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만큼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의 핵심은 조정대상지역의 주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양도세를 계산할 때 분양권을 주택으로 보는 것이다. 예컨대 1주택과 1분양권을 소유한 사람의 경우 현행 세법 기준에서는 1주택자이지만 내년부터는 2주택자로 간주된다. 지금까지는 대출·청약을 할 때만 분양권을 주택으로 간주했다.

1주택과 1분양권을 보유한 사람은 시기별로 양도세가 제각각이다. 우선 올해 말까지 기존 주택을 팔면 9억원까지는 비과세가 적용된다. 내년 1월부터 5월 말까지 팔 때 3년이 지난 분양권이라면 2주택자가 돼 16~52%의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마찬가지로 분양권을 소유한 지 3년이 지났고 내년 6월 이후 기존 주택을 팔면 26~62%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정부는 다만 새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분양권을 일시적으로 취득한 1주택자에게는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분양권 취득일로부터 3년 안에 주택을 매각하는 경우일시적 2주택자로 보고 9억원까지는 비과세를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멀쩡한 집 팔고 세 살다 들어가란 거냐" 분노 폭발

법안 내용이 공개되자 ‘1주택 1분양권자’들이 즉각 강력히 반발했다. 대부분 분양권을 갖고 있다가 주택에 입주할 시점이 되면 지금 사는 집을 팔고 새 집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택이 완공될 때까지 3년 넘게 남은 경우에는 원래 살던 집을 먼저 팔고 다른 집에 세를 살다 들어가거나 세금 폭탄을 맞으라는 얘기냐”며 분노하고 있다.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온 A씨는 “비슷한 피해자 3000여명이 카카오톡 ‘오픈톡방’을 만들어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자에게 연락해온 B씨의 사연이다. 그는 대구 달서구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다가 지난 6월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돼 계약을 했다. 입주일에 맞춰 이전 집을 팔고 분양받은 새 집으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B씨는 정부가 7·10 대책을 발표한 뒤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시공기간은 일반적으로 4년이 넘고, B씨가 들어갈 집도 5년 뒤에야 완공된다. 그는 “주상복합을 실입주할 목적으로 산 사람은 세금 폭탄을 맞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법적 논리로 봐도 분양권을 집으로 간주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입주권은 이미 주택 수에 포함해 계산하고 있는데, 대출이나 청약을 할 때는 분양권과 입주권을 이미 동일하게 주택 수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형평을 맞추자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주권과 분양권은 다르다”는 반박이 만만찮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분양권과 입주권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분양권은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해당 아파트에 입주할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반면 입주권은 정부 주도의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 택지개발사업구역 등으로 인해 주택이 철거되는 소유주에게 주어지는 입주 자격을 뜻한다.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재건축 관련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입주권을 주택으로 보고 '1주택 1입주권자' 등에게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가 분양권과 달리 입주권을 주택으로 계산하는 이유로 든 핵심 기준은 '땅 소유 여부'였다. 재건축 입주권을 가진 조합원은 기존의 주택이 철거되더라도 남은 땅에 대한 권리는 여전히 갖고 있다. 따라서 취득에 따른 취득세와 보유에 따른 재산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분양권의 경우 건설사 등이 땅을 갖고 있어 분양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준공 이후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까지 갖고 있는 게 없는 상태다. 따라서 분양권 취득에 따른 취득세나 보유 중 양도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일부 세법 학자 등이 이 같은 논리를 거스르면서까지 '집에 있는 권리'나 '집을 갖고 있는 상태'에 대해 과세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을 제기하는 이유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대출이나 청약시 분양권을 1주택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 기준에 따르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정부가 예시로 든 입주권의 경우 중과세 제도를 도입할 당시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대책과의 차이점이다. 2005년 당시 정부는 2006년 이후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는 입주권부터 주택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안에서는 분양권 중과세에 대해 내년 '양도분'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분양을 받은 집에도 적용된다는 얘기다.

정부 "구제책 마련할 것"

정부는 이 같은 불안에 대해 “‘1주택 1분양권자’에 대한 추가 구제책을 시행령을 통해 공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시적 1주택 1입주권자'에 대한 중과세 예외 규정과 유사한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세법은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취득한 주택이 완공되고 나서 2년 이내에 세대 전원이 신규 주택으로 이사하고 △이들이 신규 주택에서 1년 이상 거주하며 △신규 주택이 완공된 후 2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파는 경우 비과세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시행령이 확정되면 주택이 4~5년 뒤 완공되는 '일시적 1주택 1분양권자'들도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주택이 완공된 뒤 2년 내에 기존 주택 매매' 등 사례에는 비과세 특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다만 이번 7·10 대책을 두고 “세금 폭탄을 떨어트리면서 설명은 한없이 불친절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서초동의 한 세무사는 "정부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수준까지 부동산 관련 세금을 급격히 올리면서 이를 알리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세무업계에서도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가 너무 어려워 수임을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정부 관계자는 “행정편의주의적이었던 태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추후 정책 등을 발표할 때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소급적용도 하지 않겠다"

'소급적용'에 대한 반발 여론이 갈수록 격화되자 정부는 방침을 바꿔 올해 소득세법 개정 이후 새롭게 취득한 주택 분양권부터 양도소득세 산정 시 주택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당초엔 소득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시점에 보유 중인 모든 분양권을 주택 수에 넣기로 했지만 ‘소급 적용’이라는 반발이 거세자 방침을 바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기재부는 22일 국회에서 ‘2020년 세법 개정안’ 당정 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해 오후 2시에 발표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