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중국 내 유일한 노트북·PC 공장의 대규모 감원을 진행한다. 연구개발(R&D) 조직만 남기고 생산처는 중국 밖으로 이전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31일 삼성전자와 중국 언론 신즈쉰에 따르면 중국 쑤저우삼성전자컴퓨터유한회사(SESC)는 최근 직원 설명회를 열고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설명회에서 SESC는 "최근 몇 년 사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SESC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축소됐다"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전략 조정이 있었고, PC 산업의 업그레이드에 맞춰 SESC도 연구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9월 쑤저우에 설립된 SESC는 2003년 생산에 돌입한 이후 주로 노트북PC 연구개발과 제조를 맡아왔다. 2005년 5월에는 한국 노트북PC 생산라인을 모두 쑤저우로 이전하고 다른 생산 공장도 철수해 SESC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노트북PC 제조 기지 역할을 담당해왔다.

업계에서는 SESC의 감원 배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 내 삼성전자 PC·스마트폰 점유율을 꼽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중국에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0%대를 기록 중이다. 때문에 지난해엔 중국 광둥성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폐쇄하는 등 중국 내 인력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SESC의 약세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SESC는 지난해 '2019년 중국 수출 기업 톱200' 기업 중 155위로 선정됐으며 수출액은 75억6000만위안(한화 약 1조2903억 원)이었다. 이는 몇년 사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2013년엔 22위로 264억 위안(약 4조5059억원)에 달했다. 6년 새 수출액이 3분의 1 가량 줄어든 셈이다. SESC의 영업력이 크게 약화했음을 보여준다.

2016년 1961명이었던 직원 수도 지난해 말 기준 1701명으로 260명 가량 쪼그라들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직원 감원은 1000명 이상이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감원 대상인 현지 직원들에 대한 보상 방안 준비와 함께 협력사 재배치 등을 도울 예정이다.
중국 쑤저우 SESC 공장 전경. [사진=신즈쉰]
중국 쑤저우 SESC 공장 전경. [사진=신즈쉰]
업계는 이번 감원을 두고 삼성전자가 PC사업 외주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쑤저우 외에도 노트북과 PC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많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쑤저우 외 브라질에서 노트북·PC를 생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공장을 두고 있는 베트남이 차기 노트북 공장 후보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마트폰 공장 라인을 노트북 생산라인으로 개조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쉰즈쉰은 "과거 삼성전자의 노트북PC가 주로 쑤저우 공장에서 생산됐지만 이미 많은 중저급 모델이 OEM/ODM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이번 감원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이후 노트북 생산은 모두 외주화될 것으로 보여 노트북PC OEM/ODM 기업엔 호재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