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빚 독촉은 막고 빚 탕감은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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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신용법 제정 추진…또 금융 포퓰리즘 논란
채권추심 1주일 7회로 제한
금융권 "빚 제대로 못받게 하면 누가 대출해주려고 하겠느냐"
채권추심 1주일 7회로 제한
금융권 "빚 제대로 못받게 하면 누가 대출해주려고 하겠느냐"
채권추심회사의 빚독촉 가능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법안이 발의된다.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로 규정돼 있는 추심 금지 시간대는 세 시간 더 늘어난다. 연체 채무자가 두 번까지 빚을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생긴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개인 연체채권을 채권추심회사에 넘긴 뒤에도 빚독촉 과정에서 생긴 채무자 손해에 대해 300만원까지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을 마련해 올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소비자신용법안은 현행 대부업법과 신용정보업법을 통합한 것으로 개인대출과 관련한 금융 채무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입법 작업이 구체화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빚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면 누가 대출해주려고 하겠느냐”며 “이자율 제한처럼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포퓰리즘 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채권추심회사는 하루에 두 번만 빚독촉을 할 수 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사람이 응답하지 않으면 추심 횟수에 포함하지 않는다. 소비자신용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빚독촉 연락은 1주일에 일곱 번만 가능하고 채무자의 무응답도 추심 행위로 인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개인들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은행이나 추심회사 등에 두 번까지 채무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 규제는 강화된다. 불법 추심이 우려되는 채권추심회사에는 아예 개인 연체채권을 팔 수 없도록 했다. 채권을 사들인 추심업체가 법을 어기고 빚을 받아냈다면 금융회사는 추심업체와 함께 최대 300만원을 물어줘야 한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빚독촉' 하루 2회 → 1회로…어기면 은행·추심업체 같이 배상해야
은행 등 금융회사는 개인이 빚을 갚지 못했을 때 두 가지 방법으로 대응했다. 빚을 대신 받아달라고 누군가에게 맡기거나 연체채권의 소유권을 아예 팔아버렸다. 채권 매각은 단순하다. 경매에 부쳐서 가장 비싼 값을 치르겠다는 업체를 골랐다.
소비자신용법이 제정되면 금융회사들은 이런 연체채권 해소방안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추심을 위탁했거나 채권을 매각한 경우 모두 추심업체의 위법으로 발생한 채무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출금을 갚지 못했을 때 부과하는 연체가산이자도 함부로 물리지 못한다. 금융회사로선 모두 부담이 커지는 요인이다.
추심업체가 채권을 살 때 어떤 방식으로 돈을 마련했는지까지 살펴보도록 한다. 남의 돈을 빌려서 연체채권을 사면 이자를 갚기 위해 빚독촉이 더욱 거칠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연체채권을 사들인 추심업체는 원채권자의 동의 없이는 다른 추심업체에 재판매할 수 없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추심 관리 책임을 지속적으로 묻겠다는 의미다. 금융회사는 연체채권을 팔기 전에 추심업체들이 재양도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채권추심업체들이 연체채권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채무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추심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내용이다. 금융회사의 부탁을 받아 빚을 받아주는 수탁추심업체도 또 다른 업체에 재하청을 주면 안 된다.
금융회사는 고의 과실 등을 입증하지 못하면 채권추심이 일어나는 모든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에 대해 300만원까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은 채권추심업체의 빚독촉이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접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에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구상 중인 소비자신용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실제로 연체가 발생한 돈에만 연체가산이자를 붙일 수 있다. 이달에 1000만원이 연체됐으면 1000만원에 대해서만 이자를 더 물게 된다는 얘기다.
다만 개인채권의 연체로 관리와 회수 비용이 생길 때는 이 돈을 채무자에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채권추심과 관련한 자금은 대출업무에 쓰인 비용과 별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소비자신용법안은 채무자가 빚독촉 시간과 방법을 조정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하고 있다. ‘개인 채무자는 채권추심자의 영업활동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특정한 시간대 또는 특정한 방법을 통해 연락을 하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통해서다. 채무자가 하루 3시간 정도 빚독촉을 거부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연락방법을 제한할 때는 문자메시지 대신 이메일을 보내도록 한다든가 직장에서 만나지 않고 다른 장소를 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을 마련해 올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소비자신용법안은 현행 대부업법과 신용정보업법을 통합한 것으로 개인대출과 관련한 금융 채무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입법 작업이 구체화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빚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면 누가 대출해주려고 하겠느냐”며 “이자율 제한처럼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포퓰리즘 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채권추심회사는 하루에 두 번만 빚독촉을 할 수 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사람이 응답하지 않으면 추심 횟수에 포함하지 않는다. 소비자신용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빚독촉 연락은 1주일에 일곱 번만 가능하고 채무자의 무응답도 추심 행위로 인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개인들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은행이나 추심회사 등에 두 번까지 채무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 규제는 강화된다. 불법 추심이 우려되는 채권추심회사에는 아예 개인 연체채권을 팔 수 없도록 했다. 채권을 사들인 추심업체가 법을 어기고 빚을 받아냈다면 금융회사는 추심업체와 함께 최대 300만원을 물어줘야 한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빚독촉' 하루 2회 → 1회로…어기면 은행·추심업체 같이 배상해야
한경 '소비자신용법 제정안' 초안 단독 입수
은행 등 금융회사는 개인이 빚을 갚지 못했을 때 두 가지 방법으로 대응했다. 빚을 대신 받아달라고 누군가에게 맡기거나 연체채권의 소유권을 아예 팔아버렸다. 채권 매각은 단순하다. 경매에 부쳐서 가장 비싼 값을 치르겠다는 업체를 골랐다.소비자신용법이 제정되면 금융회사들은 이런 연체채권 해소방안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추심을 위탁했거나 채권을 매각한 경우 모두 추심업체의 위법으로 발생한 채무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출금을 갚지 못했을 때 부과하는 연체가산이자도 함부로 물리지 못한다. 금융회사로선 모두 부담이 커지는 요인이다.
연체채권 함부로 팔면 안 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은 개인 연체채권을 처음에 갖게 되는 원채권자(금융회사)의 의무를 대폭 강화했다. 연체채권을 파는 것부터 까다로워진다. 연체채권을 사겠다는 채권추심업체의 채무자 보호와 민원처리 체계 등 비가격적 요소를 반드시 따져야 하는 의무가 담기면서다.추심업체가 채권을 살 때 어떤 방식으로 돈을 마련했는지까지 살펴보도록 한다. 남의 돈을 빌려서 연체채권을 사면 이자를 갚기 위해 빚독촉이 더욱 거칠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연체채권을 사들인 추심업체는 원채권자의 동의 없이는 다른 추심업체에 재판매할 수 없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추심 관리 책임을 지속적으로 묻겠다는 의미다. 금융회사는 연체채권을 팔기 전에 추심업체들이 재양도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채권추심업체들이 연체채권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채무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추심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내용이다. 금융회사의 부탁을 받아 빚을 받아주는 수탁추심업체도 또 다른 업체에 재하청을 주면 안 된다.
금융회사는 고의 과실 등을 입증하지 못하면 채권추심이 일어나는 모든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에 대해 300만원까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은 채권추심업체의 빚독촉이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접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에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가산이자는 연체된 금액에만
연체가산이자를 붙일 수 있는 대상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금융회사들은 연체가 생기면 한 달쯤 기다려보고 가산이자를 부과한다. 가산이자는 대부업법 시행령에서 연 3%로 제한하고 있다. 연체가산이자는 대출 잔액 전체에 물린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빌리고 3000만원을 상환한 상태에서 한두 달이 지나면 채무자는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채무까지 모두 포함한 7000만원 전부에 대해 연체가산이자를 내야 했다.정부가 구상 중인 소비자신용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실제로 연체가 발생한 돈에만 연체가산이자를 붙일 수 있다. 이달에 1000만원이 연체됐으면 1000만원에 대해서만 이자를 더 물게 된다는 얘기다.
다만 개인채권의 연체로 관리와 회수 비용이 생길 때는 이 돈을 채무자에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채권추심과 관련한 자금은 대출업무에 쓰인 비용과 별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소비자신용법안은 채무자가 빚독촉 시간과 방법을 조정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하고 있다. ‘개인 채무자는 채권추심자의 영업활동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특정한 시간대 또는 특정한 방법을 통해 연락을 하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통해서다. 채무자가 하루 3시간 정도 빚독촉을 거부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연락방법을 제한할 때는 문자메시지 대신 이메일을 보내도록 한다든가 직장에서 만나지 않고 다른 장소를 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