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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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고용을 유지하던 기업들 중 상당수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연간 최장 지원 일수를 넘기는 기업들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일부 업종에만 기간 연장을 허용해서다. 유급 휴직·휴업 중인 근로자들 중 상당수가 무급휴직 또는 해고로 내몰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항공, 관광 등 8개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제외한 일반업종의 고용유지지원금 최대 지급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감원 대신 유급휴업·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정부가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를 지원하는 제도다. 휴업·휴직 일수를 기준으로 연간 180일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된 2월말~3월부터 휴직에 들어간 것을 고려하면 이르면 다음달말부터 지원 일수인 180일을 모두 소진하는 곳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지원금으로 고용을 유지하던 기업들 중 상당수는 무급휴직으로 전환하거나 감원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일시휴직자는 68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만9000명 증가했다. 이들은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유급 또는 무급 휴직 중이라 일은 하지 않는 인구다. 고용유지지원금 중단으로 이들이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되면 실업률이 급등하고, 경제활동참여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용부가 일반업종의 지급기간 연장을 하지 않은 것은 과도한 지원금 지급으로 고용보험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서다.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누적 지급액은 지난달말 1조213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1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지급액은 총 669억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계속 증액해 2조1632억원까지 확대한 상태지만 지원금 지급이 지금처럼 계속 이어지면 이마저도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 고용부 안팎의 예상이다.

정부는 10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의 지원한도도 낮출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당의 최대 90%로 높였던 우선지원기업의 지원 한도를 67%로 감액한다. 대기업 지원 한도는 67%에서 50%로 낮춘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는 점을 감안해 특별고용지원업종의 지원기간은 60일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3~4월 지정된 여행업, 관광운송업, 관광숙박업, 공연업, 항공지상조업, 면세점업, 전시·국제회의업, 공항버스업 등이 대상이다. 하지만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업 7만7237개 중 8개 업종은 약 6400개(8%)에 불과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중단되는 기업들에게는 무급 휴직 지원금, 고용안정 협약 지원사업 등을 소개해 대량 실업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