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항로 알려주고 'IT 전쟁터'된 바다…항만 창고 3D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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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마트 해운' 경쟁
英, 완전자율운항 여객선 출항
한국조선해양, AR로 항해 지원
광물운반선 호주 4회 왕복
삼성SDS, AI로 항만물류 관리
5년 후 첨단선박 시장 1550억佛
英, 완전자율운항 여객선 출항
한국조선해양, AR로 항해 지원
광물운반선 호주 4회 왕복
삼성SDS, AI로 항만물류 관리
5년 후 첨단선박 시장 1550억佛
“선박에 프로펠러 파울링(막힘)이 감지됐습니다. 이상 탐지 요청하겠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디지털관제센터.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스마트선박 관련 기술이 집약된 곳이다. 300인치 대형 스크린에 ‘통합 스마트선박 솔루션(ISS)’이 적용된 60여 척의 위치와 상태가 보였다. 위성통신으로 선박 이상이 관제센터에 실시간 보고되고, 관제센터는 조치사항을 즉시 선박에 전달했다. 최소한의 연료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항로를 시시각각 추천하기도 한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바다가 첨단 정보기술(IT)의 전쟁터로 떠올랐다”며 “바다에서 IT 주도권을 갖기 위한 글로벌 조선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전통 선박의 글로벌 수주량 감소, 국제해사기구(IMO)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한 신(新)선박 수요 증가가 통신 인프라 고도화와 맞물린 결과다.
삼성중공업의 에스베슬 솔루션은 엔진 출력, 선박 기울기 등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최적 경로를 선박에 알려준다. 선주들은 언제 어디서나 선박 정보를 클라우드 서비스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모든 신규 선박에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의무 장착하는 e내비게이션사업도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e내비는 자율운항선박 확산에 필요한 인프라다. 선박 내 각종 장비를 LTE 단말기로 한데 모은 ‘바다 위 스마트폰’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e내비에 사용될 해상 무선통신망(LTE-M) 기지국과 단말기 검사를 이달 초 마쳤다. IMO가 지난해 관련 표준을 마련하면서 e내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이 뛰어든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경남 거제조선소 인근에서 자율운항 모형선박 이지고의 시험 운항에 성공했다. 250㎞ 거리의 대전 제어센터에서 이지고를 원격으로 제어했다.
해상 사고의 법적 책임, 보험 문제 등이 남아있지만 자율운항선박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선박의 항만 접안을 돕는 AI 시스템 개발업체 씨드로닉스의 박별터 대표는 “자율운항선박을 구성하는 요소 기술은 선원들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어 부가가치가 아주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운항선박 시장 규모는 2025년 1550억달러(약 18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항만도 IT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트윈으로 물류 창고를 3차원(3D)으로 재현하는 기술, 항만물류 관리, 솔루션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을 적용한 물류 플랫폼 첼로를 개발한 삼성SDS는 지난 2월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유럽의 관문 중 하나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 물류센터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한정된 공간에 화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적재하는 ‘첼로 로딩 옵티마이저’, 가상현실에 실제 창고를 3D로 구현해 공간 분석을 할 수 있는 ‘첼로 버추얼 웨어하우스’ 등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자율운항선박, 원격 항만관리 기술은 조선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관련 연구개발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연구개발비는 2018년 1418억원이었다. 2014년 3855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연구인력은 1738명에서 822명, 특허 출원 건수는 3521건에서 1766건으로 절반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기업 연구개발비가 49조8545억원에서 68조8344억원으로 38% 뛴 것과 대조적이다.EU "5년 내 대형선박도 완전 자율운항"
해외 선진국은 10여 년 전부터 자율운항선박 기술 확보를 위해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해왔다. 선체 길이 60m 이상 대형 선박을 자율운항선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6~8m 소형 정찰용 선박에 국한된 국내 자율운항 실증사업과는 규모와 속도 면에서 차이가 크다.
유럽연합(EU)은 10여 개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모여 자율운항 핵심 기술 개발을 마쳤다. 올해 연안에서 중소형 선박을 위주로 시험한 뒤 2025년 원양 대형 선박까지 운항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은 2030년까지 원양 선박 전면 무인화를 목표로 한 AAWA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롤스로이스마린은 2017년부터 구글과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운항 기술을 개발해왔다. 지난해엔 핀란드와 함께 개발한 첫 완전 자율운항 여객선 팔코의 시험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노르웨이는 완전 자율운항 기능에 탄소 배출이 전무한 적재용량 120TEU(1TEU=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비료 운반선을 올해 바다에 띄울 예정이다. 네덜란드는 자율운항 기능을 갖춘 길이 52m, 24TEU급 바지선 5척을 지난해 8월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등에 투입해 시험 중이다.
일본은 선박 간 데이터 통신을 최적화하는 IoT 플랫폼을 2015년 개발해 국제인증을 받았다. 심야에 식별이 어려운 장애물 등과의 충돌 회피를 위한 딥러닝 기반 그래픽처리장치도 개발 중이다.
부산=최한종/이해성 기자 onebell@hankyung.com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디지털관제센터.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스마트선박 관련 기술이 집약된 곳이다. 300인치 대형 스크린에 ‘통합 스마트선박 솔루션(ISS)’이 적용된 60여 척의 위치와 상태가 보였다. 위성통신으로 선박 이상이 관제센터에 실시간 보고되고, 관제센터는 조치사항을 즉시 선박에 전달했다. 최소한의 연료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항로를 시시각각 추천하기도 한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바다가 첨단 정보기술(IT)의 전쟁터로 떠올랐다”며 “바다에서 IT 주도권을 갖기 위한 글로벌 조선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전통 선박의 글로벌 수주량 감소, 국제해사기구(IMO)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한 신(新)선박 수요 증가가 통신 인프라 고도화와 맞물린 결과다.
AI가 바닷길 인도한다
한국조선해양의 ISS는 레이더는 물론 위성통신망 원격제어(IMIT), 전자해도표시시스템(ECDIS), 추진제어시스템(BMS), 선박식별장치(AIS), 기상해양정보시스템(MEIS) 등 기존에 따로 움직이던 선박 내 장비를 통합 제어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이다. ISS를 지원하는 항해지원 AI 시스템인 하이나스는 지난 4월 처음 선보였다. 하이나스는 주변 물체와 충돌 위험을 감지해 증강현실(AR)로 표시해준다. 초단파(VHF)로 충돌 위험을 감지하는 기존 선박식별장치(AIS)보다 진일보한 첨단 장비다. 하이나스를 적용한 SK해운의 25만t급 광물 운반선이 한국과 호주를 이달까지 4회 왕복했다.삼성중공업의 에스베슬 솔루션은 엔진 출력, 선박 기울기 등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최적 경로를 선박에 알려준다. 선주들은 언제 어디서나 선박 정보를 클라우드 서비스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모든 신규 선박에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의무 장착하는 e내비게이션사업도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e내비는 자율운항선박 확산에 필요한 인프라다. 선박 내 각종 장비를 LTE 단말기로 한데 모은 ‘바다 위 스마트폰’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e내비에 사용될 해상 무선통신망(LTE-M) 기지국과 단말기 검사를 이달 초 마쳤다. IMO가 지난해 관련 표준을 마련하면서 e내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이 뛰어든 상태다.
자율운항선박 상용화 눈앞에
스마트선박은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위한 전초전으로 평가된다. IMO는 △원격 제어하며 선원이 타는 선박 △원격 제어하지만 선원이 타지 않는 선박 △무인 선박 등 몇 단계 상용화 과정을 거쳐 자율운항선박이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했다.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경남 거제조선소 인근에서 자율운항 모형선박 이지고의 시험 운항에 성공했다. 250㎞ 거리의 대전 제어센터에서 이지고를 원격으로 제어했다.
해상 사고의 법적 책임, 보험 문제 등이 남아있지만 자율운항선박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선박의 항만 접안을 돕는 AI 시스템 개발업체 씨드로닉스의 박별터 대표는 “자율운항선박을 구성하는 요소 기술은 선원들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어 부가가치가 아주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운항선박 시장 규모는 2025년 1550억달러(약 18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항만도 IT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트윈으로 물류 창고를 3차원(3D)으로 재현하는 기술, 항만물류 관리, 솔루션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을 적용한 물류 플랫폼 첼로를 개발한 삼성SDS는 지난 2월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유럽의 관문 중 하나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 물류센터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한정된 공간에 화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적재하는 ‘첼로 로딩 옵티마이저’, 가상현실에 실제 창고를 3D로 구현해 공간 분석을 할 수 있는 ‘첼로 버추얼 웨어하우스’ 등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자율운항선박, 원격 항만관리 기술은 조선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관련 연구개발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연구개발비는 2018년 1418억원이었다. 2014년 3855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연구인력은 1738명에서 822명, 특허 출원 건수는 3521건에서 1766건으로 절반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기업 연구개발비가 49조8545억원에서 68조8344억원으로 38% 뛴 것과 대조적이다.
EU "5년 내 대형선박도 완전 자율운항"
한국은 6~8m 정찰선 연구 그쳐
해외 선진국은 10여 년 전부터 자율운항선박 기술 확보를 위해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해왔다. 선체 길이 60m 이상 대형 선박을 자율운항선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6~8m 소형 정찰용 선박에 국한된 국내 자율운항 실증사업과는 규모와 속도 면에서 차이가 크다.유럽연합(EU)은 10여 개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모여 자율운항 핵심 기술 개발을 마쳤다. 올해 연안에서 중소형 선박을 위주로 시험한 뒤 2025년 원양 대형 선박까지 운항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은 2030년까지 원양 선박 전면 무인화를 목표로 한 AAWA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롤스로이스마린은 2017년부터 구글과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운항 기술을 개발해왔다. 지난해엔 핀란드와 함께 개발한 첫 완전 자율운항 여객선 팔코의 시험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노르웨이는 완전 자율운항 기능에 탄소 배출이 전무한 적재용량 120TEU(1TEU=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비료 운반선을 올해 바다에 띄울 예정이다. 네덜란드는 자율운항 기능을 갖춘 길이 52m, 24TEU급 바지선 5척을 지난해 8월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등에 투입해 시험 중이다.
일본은 선박 간 데이터 통신을 최적화하는 IoT 플랫폼을 2015년 개발해 국제인증을 받았다. 심야에 식별이 어려운 장애물 등과의 충돌 회피를 위한 딥러닝 기반 그래픽처리장치도 개발 중이다.
부산=최한종/이해성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