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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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 칭호를 얻은 가상자산 비트코인이 '진짜 금(金)'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각종 호재에도 불구하고 금 시세가 주춤하자 덩달아 약세를 보이는 모양새입니다.

과거 비트코인은 전통 금융시장과 별개의 움직임을 보이며 '대안 자산'의 일종으로 각광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금과 커플링(동조화)되며 전통 금융 시장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많은 기관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습니다만, 이 같은 커플링 현상으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에 쌓이는 호재가 시세에 반영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금 시세와 커플링된 비트코인

지난 17일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연중 최고점인 1438만2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최저점인 548만9000원 대비 약 2.62배 상승한 금액입니다.

이 같은 시세 급등이 가능했던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기 시작하며 막대한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됐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은행들의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허용하고,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나스닥 상장사 최초로 3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등 여러 호재도 나왔죠.

여기에 치솟는 국제 금 시세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국제 금 시세는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혜택으로 지난 3월 이후 약 4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지난 6일에는 사상 최초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과 금의 지속적인 동반 상승은 두 자산 간의 강력한 동조화 현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특히 한동안 금값 상승이 '디지털 금'으로 부각받아온 비트코인의 수요를 견인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니콜라오스 파니지르조글루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국면 이후 늘어난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관련해 "연령대가 높은 투자자들은 금을, 젊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사들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지난 11일 금 선물 시세가 일시적으로 2000달러선을 반납하며 약 5개월만에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지난 18일 다시 2000달러선을 회복했지만 재차 무너져 1920~1970달러선 내외에서 조정을 받으며 횡보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 비트코인도 하락세를 나타내며 지난 27일 1324만5000원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열흘 간 약 8% 가까이 하락하며 그동안의 상승분을 상당 부분 내준 겁니다. 금 시장에 뚜렷한 호재가 없는 반면 이 기간 가상자산 시장에는 비트코인 시세를 견인할만한 초대형 호재가 잇따라 터졌는데도 말이죠.

쌓이는 호재…금 시세와 '디커플링'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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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미 경제지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가 '비트코인 인덱스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피델리티는 2020년 기준 3조3190억달러(약 3926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명실 상부한 금융 공룡 중 하나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피델리티는 '피델리티 디지털 펀드'라는 새 회사를 통해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인덱스 펀드I(Wise Origin Bitcoin Index Fund I)'을 준비중입니다. 해당 펀드 운영은 피델리티 컨설팅의 수장인 피터 주버가 맡게 되며, 가입자의 최소 투자금액은 10만달러(약1억1846만원) 입니다.

비록 피델리티 측 대변인은 해당 사안에 대해 논평을 거부하며 "피델리티는 투자자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자산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남겼습니다만, 업계는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 펀드를 운영하는 미국 기업 그레이스케일은 지난 2분기에만 9억달러(약 1조657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유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 분기 최대치의 2배 가량에 해당하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헤지펀드 등의 기관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호재가 쌓이는 것을 지켜보며 금 시세와의 디커플링(동조현상이 사라지는 것)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금 시장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어 호재가 반영되지 않고 있지만, 어느 정도 임계점을 넘기게 되면 금 시장과 별개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또 당장 비트코인 시세가 반응하지 않더라도 금 시세가 반등할 때 한꺼번에 호재가 반영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은 금 시세가 견뎌줄 때 더 많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여전히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투자자도 있습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금 옹호론자인 피터 쉬프 유로퍼시픽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주식이 미 연준(Fed) 때문에 오르듯이 비트코인도 똑같다. 다만 주식보다 더 큰 버블이 끼었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편집자주] 국내외 증권시장과 코인, 선물을 가리지 않는 적극적 성향의 개인투자자 '불개미'들이 주목하는 글로벌 금융시장 이슈를 들여다봅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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