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따돌린 아우" 산업부보다 덩치 커진 중기부…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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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中企과'로 출발…60년만 '母부처'인력 능가 예산도 2배
스마트공장 동행세일 등 정책 흥행뒤엔 4선 출신 '박영선의 힘'
견제도 심해…"영역 침범" "독자 성과 포장" 등 산업부 불만 커져
스마트공장 동행세일 등 정책 흥행뒤엔 4선 출신 '박영선의 힘'
견제도 심해…"영역 침범" "독자 성과 포장" 등 산업부 불만 커져
올해 초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물 경제에 충격이 가해지자, 대규모 내수 진작 행사인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6~7월에 열기로 하고, 주관 부처를 놓고 고심했다. 보통 이런 행사는 국내 최대 쇼핑 축제 ‘코리나 세일 페스타’를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유통산업 주무부처로서 맡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중소벤처기업부가 맡게 됐다. 중기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전통시장 스마트화와 라이브커머스 등을 통한 비대면 판로 개척이라는 정책 아이템으로 문재인 대통령까지 행사장에 초대하며 ‘동행세일’흥행몰이에 나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행사기간 신용·체크카드 승인액이 전년 동기 대비 4.6%증가한 38조3000억원을 기록하고 전통시장 매출도 일평균 대비 10.7%, 동네슈퍼 매출이 7% 깜짝 증가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산업부가 코로나19로 행사 개최의 어려움이 있다며 미적거리는 사이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내가 해보겠다”고 가져온 행사”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해 6월 서울 시내 한 회의실에서 스마트공장 정책 주도권을 놓고 언쟁이 벌어진 박영선 중기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을 말리느라 진땀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고성이 회의실 밖에 까지 들렸다는 후문이다. 박 장관은 당시 산업부가 섬유패션산업과 관련한 제조공정을 혁신하는 정책을 발표하자 중기부 영역을 침범했다며 항의했다. 박 장관은 “아직도 중기부가 산업부의 ‘작은집’인 줄 아느냐”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공장 정책 주도권은 결국 중기부가 가져오게 됐다. 중기부는 작년까지 1620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대기업 협력을 이끌어내기위해 박영선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로 통했던 이미지도 버렸다. 박 장관이 직접 발로 뛴 결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 대기업의 협력을 이끌어내 대·중소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동행세일과 스마트 제조 혁신 정책은 중기부와 산업부의 위상 변화가 명확히 드러난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31일 산업부와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현재 중기부 공무원 수(정원)는 1383명으로 산업부(1373명) 보다 10명 많다. 2017년 7월 ‘부’로 승격되기 전 중기부 인력은 1245명으로 산업부(1288명)보다 적었지만 작년 처음 엇비슷한 수준으로 오른 뒤, 올해 산업부를 확연히 따돌린 것이다. 중기부는 출범 초기 산업부로부터 산업인력 양성과 지역산업 육성, 기업협력 촉진 업무를 이관받고, 중견기업 정책 업무를 넘겨줬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창조경제 진흥, 금융위원회로부터 기술보증기금 관리 업무를 넘겨받았다.
지난 7월 기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중기부 2020년 예산도 19조9880억원으로 산업부 예산(10조2574억원)의 두배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본예산 기준으로 산업부보다 22.4% 높았던 중기부 예산이 부로 승격하면서 매년 커져, 3년 반만에 두 배 수준으로 껑충 뛴 것이다. 정부 19개 부처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부’로 승격한 ‘막내 부처’ 중기부 예산이 19개 부처 중 9위 정도의 예산을 거머쥐게 된 셈이다. 중기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기부 인력은 다른 부처와 달리 국립공고 소속 인력도 상당하고, 예산 역시 코로나발(發) 긴급 대출, 투자 등 형태가 많아 산업부와 단순 비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대기업이 정책의 대상에서 벗어나고 정치권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벤처·스타트업 등으로 정책의 축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 근로자의 88%를 차지한다. 여당 중진 의원 출신인 박영선 장관의 역할도 컸다는 분석이다. 경제부 기자 출신으로 경제계 인맥이 막강한데다 당 원내대표, 헌정 사상 첫 비법조인·여성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역임해 국정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박 장관을 잘 아는 한 관료는 “박 장관이 정무적으로 힘이 세다기보다 이슈마다 정책 아이템 발굴을 잘하고 미래 비전을 선제적으로 잘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스마트 제조 혁신’,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등 정책 방향도 전 부처 가운데 가장 먼저 제시했다”고 말했다.
견제의 목소리가 가장 큰 부처는 ‘맏형’부처인 산업부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단위 정책을 펼쳐야할 중기부가 산업단위 정책 측면에서 산업부를,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영역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업무협력의 성과를 중기부 독자 성과처럼 포장하는 사례도 많아 타 부처 공무원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한 전직 산업부 관료는 “이렇게 중기부에 정책과 인력, 예산을 몰아줄거면 차라리 산업부를 없애라”는 불만까지 터뜨렸다. 그는 “다른 부처의 권한을 과도하게 가져오다 각 부처로부터 원성을 사 결국 부처 자체가 폐지된 정보통신부 사례를 중기부가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며 “현재 힘있는 장관 체제하에선 문제가 없겠지만, ‘포스트 박영선‘체제 이후 중기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부 업무 영역에 대한 논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산하 기관 조정 과정에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초 금융위원회로부터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을, 산업부로부터 코트라를 넘겨받는 방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산업부와 금융위의 극렬한 반발로 기술보증기금만 넘겨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현재 국회에선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업은행과 신보를 중기부로 이관하는 법안 개정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의 수출을 촉진하기위해 코트라를 가져오는 방안도 수면 아래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해외 업무를 강화해 코트라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중복 행정'논란이 있고 중소기업 입장에서 코트라 해외 조직의 도움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나도성 중소기업정책개발원장은 “중기부 장관이 ‘부’승격 이후 열심히 하려다보니 다른 부처 업무까지 영역을 넓히는 사례가 있었다”면서도 “산하기관 조정 문제는 부처간 조직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국민 관점에서 무엇이 이득인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해 6월 서울 시내 한 회의실에서 스마트공장 정책 주도권을 놓고 언쟁이 벌어진 박영선 중기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을 말리느라 진땀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고성이 회의실 밖에 까지 들렸다는 후문이다. 박 장관은 당시 산업부가 섬유패션산업과 관련한 제조공정을 혁신하는 정책을 발표하자 중기부 영역을 침범했다며 항의했다. 박 장관은 “아직도 중기부가 산업부의 ‘작은집’인 줄 아느냐”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공장 정책 주도권은 결국 중기부가 가져오게 됐다. 중기부는 작년까지 1620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대기업 협력을 이끌어내기위해 박영선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로 통했던 이미지도 버렸다. 박 장관이 직접 발로 뛴 결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 대기업의 협력을 이끌어내 대·중소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동행세일과 스마트 제조 혁신 정책은 중기부와 산업부의 위상 변화가 명확히 드러난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인력과 예산에서 ‘형’ 뛰어넘은 ‘아우’
올해들어 중소벤처기업부는 산업통상자원부보다 공무원 정원이 많아지고, 예산도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1960년 당시 상공부(현 산업부)의 ‘중소기업과’로 출범한 중기부 조직이 60년 만에 인력과 예산면에서 확연히 모(母) 부처를 따돌렸다는 평가다.31일 산업부와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현재 중기부 공무원 수(정원)는 1383명으로 산업부(1373명) 보다 10명 많다. 2017년 7월 ‘부’로 승격되기 전 중기부 인력은 1245명으로 산업부(1288명)보다 적었지만 작년 처음 엇비슷한 수준으로 오른 뒤, 올해 산업부를 확연히 따돌린 것이다. 중기부는 출범 초기 산업부로부터 산업인력 양성과 지역산업 육성, 기업협력 촉진 업무를 이관받고, 중견기업 정책 업무를 넘겨줬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창조경제 진흥, 금융위원회로부터 기술보증기금 관리 업무를 넘겨받았다.
지난 7월 기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중기부 2020년 예산도 19조9880억원으로 산업부 예산(10조2574억원)의 두배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본예산 기준으로 산업부보다 22.4% 높았던 중기부 예산이 부로 승격하면서 매년 커져, 3년 반만에 두 배 수준으로 껑충 뛴 것이다. 정부 19개 부처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부’로 승격한 ‘막내 부처’ 중기부 예산이 19개 부처 중 9위 정도의 예산을 거머쥐게 된 셈이다. 중기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기부 인력은 다른 부처와 달리 국립공고 소속 인력도 상당하고, 예산 역시 코로나발(發) 긴급 대출, 투자 등 형태가 많아 산업부와 단순 비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대기업이 정책의 대상에서 벗어나고 정치권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벤처·스타트업 등으로 정책의 축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 근로자의 88%를 차지한다. 여당 중진 의원 출신인 박영선 장관의 역할도 컸다는 분석이다. 경제부 기자 출신으로 경제계 인맥이 막강한데다 당 원내대표, 헌정 사상 첫 비법조인·여성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역임해 국정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박 장관을 잘 아는 한 관료는 “박 장관이 정무적으로 힘이 세다기보다 이슈마다 정책 아이템 발굴을 잘하고 미래 비전을 선제적으로 잘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스마트 제조 혁신’,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등 정책 방향도 전 부처 가운데 가장 먼저 제시했다”고 말했다.
◆견제 심해져…기업銀, 신보, 코트라 가져올까
중기부가 스마트 공장 구축, 비대면 등 디지털 경제, 내수 진작 등 정책 이슈를 주도하면서 존재감이 커진 반면, 다른 부처의 견제도 많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정부 여당내 ‘차기 서울시장 차출설’까지 나오면서 중기부 내부에선 “박 장관이 떠나면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견제의 목소리가 가장 큰 부처는 ‘맏형’부처인 산업부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단위 정책을 펼쳐야할 중기부가 산업단위 정책 측면에서 산업부를,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영역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업무협력의 성과를 중기부 독자 성과처럼 포장하는 사례도 많아 타 부처 공무원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한 전직 산업부 관료는 “이렇게 중기부에 정책과 인력, 예산을 몰아줄거면 차라리 산업부를 없애라”는 불만까지 터뜨렸다. 그는 “다른 부처의 권한을 과도하게 가져오다 각 부처로부터 원성을 사 결국 부처 자체가 폐지된 정보통신부 사례를 중기부가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며 “현재 힘있는 장관 체제하에선 문제가 없겠지만, ‘포스트 박영선‘체제 이후 중기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부 업무 영역에 대한 논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산하 기관 조정 과정에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초 금융위원회로부터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을, 산업부로부터 코트라를 넘겨받는 방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산업부와 금융위의 극렬한 반발로 기술보증기금만 넘겨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현재 국회에선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업은행과 신보를 중기부로 이관하는 법안 개정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의 수출을 촉진하기위해 코트라를 가져오는 방안도 수면 아래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해외 업무를 강화해 코트라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중복 행정'논란이 있고 중소기업 입장에서 코트라 해외 조직의 도움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나도성 중소기업정책개발원장은 “중기부 장관이 ‘부’승격 이후 열심히 하려다보니 다른 부처 업무까지 영역을 넓히는 사례가 있었다”면서도 “산하기관 조정 문제는 부처간 조직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국민 관점에서 무엇이 이득인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