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보유한 데이터를 거래소에 등록하고 이를 사들인 기업들이 데이터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 데이터를 등록하지 않은 기업들도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른 업종 기업과의 '합종연횡'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금융 데이터거래소 출범 이후 데이터 거래건수는 477건에 달한다. 5월 출범 당시 22건에서 이달 들어서만 110건으로 5배 증가했다. 판매액으로 보면 3억5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출범하고 4개월동안 월평균 거래액(1억100만원)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출범 이후 데이터를 거래한 기업은 83곳이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데이터 판매액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라며 "연구 목적이나 중소기업과는 무료로 거래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있다"고 말했다.
금융 데이터거래소는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 등을 누구의 정보인지만 알아볼 수 없도록 해서 사고팔 수 있는 중개 플랫폼이다. 데이터 3법 시행을 세 달 앞둔 지난 5월 출범했다.
데이터 3법에 따르면 기업들은 각자 보유한 데이터를 타사의 데이터와 합칠 수 있게 됐다. 데이터는 데이터 결합 전문기관인 신용정보원과 금융보안원에서 결합할 수 있다. 데이터 결합 전문기관은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한 기업들이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는 일종의 데이터 '조립공장'이다.
비금융 산업의 데이터도 거래소에 등록되고 있다. 주로 유통·통신 정보다. 지난달에는 BGF리테일이 CU편의점의 지역별·연령대별·상품분류별 데이터 3종을 등록했다. 예컨대 신한카드의 결제 데이터를 편의점의 상품 데이터에 붙이면 어느 연령대의 소비자가 주로 무슨 상품을 샀는지 알 수 있다. 신한카드 사용자인 30대 아무개가 CU편의점에서 신한 딥드림 카드로 2만5000원 어치의 맥주와 냉동 만두 등을 샀다고 하자. 신한카드는 CU편의점에서 2만5000원을 결제한 사실만 알 수 있다. 여기에 CU편의점의 데이터를 붙이면 맥주와 냉동 만두 등을 사들인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통신사의 이동 데이터를 더하면 맥주와 냉동 만두 등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얼마나 머물렀고, 이후 어디로 이동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카드 소비데이터를 SK텔레콤의 이동동선 데이터와 합친 결합 데이터를 데이터거래소에 내놓기도 했다. 등록된 데이터를 중소기업이나 핀테크사들이 사서 또다른 사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금융 데이터거래소를 통해서 가명정보를 결합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확보하는 데 카드 결제데이터와 동선 데이터를 활용한 사례가 다른 업종간 데이터 결합의 유용성을 나타낸 사례다.
주택정보회사인 공감랩은 주소기반 시세정보와 거래 사례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서 받아볼 수 있도록 API 방식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다른 업종과의 데이터 결합에 앞서 계열사끼리 데이터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결합 대상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5개 지주 계열사들의 데이터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계열사 전체 가명정보를 합해서 마케팅에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달 말께 결합 대상 데이터와 결합 기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핀테크사와 신용평가사, 중소기업 등 3개 기업이 데이터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며 "4개 기업이 데이터 결합을 준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소득·소비·자산 정보를 CJ올리브네트웍스가 가진 온라인 판매채널 정보, LG유플러스의 IPTV 시청정보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