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11년 만에 임금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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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함께 극복하자"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합의
성과급 150%·격려금 120만원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합의
성과급 150%·격려금 120만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11년 만의 임금 동결이다.
현대차 노사는 21일 교섭에서 기본급을 동결하고 경영성과급 150%를 지급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 노사가 기본급을 동결한 건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빠지자 노사가 힘을 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년 연속 파업하지 않고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지은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13일 상견례를 한 뒤 40일 만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상견례부터 잠정 합의까지 걸린 시간은 40일로 역대 두 번째로 짧다. 노사는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경영성과급 150% 외에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품질격려금 명목으로 노조원에게 우리 사주 10주와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도 지급하기로 했다. 노사는 또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국내 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 안정 △전동화 확대 등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 대응 △미래산업 변화에 대비한 직무전환 프로그램 운영 △고객·국민과 함께하는 노사관계 실현 등이 포함됐다.
노조는 22일 대의원과 조합원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오는 25일 찬반투표를 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의 최대 사업장인 데다 정치적 의미도 크다”며 “다른 완성차업체의 노사도 기본급을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도 “코로나19 위기와 자동차산업의 대전환기를 맞아 생존을 위한 합의안 마련에 주력했다”며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노사가 합심해 위기를 극복하고,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대의 선두주자로 도약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예상보다 상황이 나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상반기 판매를 견인했던 개별소비세 인하와 원·달러 환율 인상(원화가치 하락)이라는 호재가 사라진 데다 해외 시장 회복도 더디다는 판단에서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이 노조와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올해 적자를 낼 수 있을 정도로 회사 상황이 어렵다”고 호소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려면 202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며 “GM과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5903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1.7% 줄었다.
현대차 노사는 별도 합의를 통해 지역 부품사 고용유지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업계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위기의식을 노사 모두 공유하고 있다”며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았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무리한 파업을 자제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노조는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해야 한다”고 ‘공개 반성문’을 냈고, 4월 공장 간 물량 전환 및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혼류 생산’ 도입을 검토하자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7월 내놓은 소식지를 통해 “회사가 생존해야 조합원도, 노동조합도 유지될 수 있다”며 노조가 앞장서 제품 품질을 높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대차 노사의 잠정합의안이 오는 25일 예정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노조 내 일부 강경파는 기본급을 동결하자는 잠정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것은 조합원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파업을 하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합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다른 제조업체의 노사도 결국 기본급을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인 데다 현대차 노조가 기본급 동결에 동의한 만큼 “임금 인상을 할 여력이 없다”는 회사 측 호소를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도병욱/울산=하인식 기자 dodo@hankyung.com
현대차 노사는 21일 교섭에서 기본급을 동결하고 경영성과급 150%를 지급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 노사가 기본급을 동결한 건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빠지자 노사가 힘을 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년 연속 파업하지 않고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지은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13일 상견례를 한 뒤 40일 만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상견례부터 잠정 합의까지 걸린 시간은 40일로 역대 두 번째로 짧다. 노사는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경영성과급 150% 외에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품질격려금 명목으로 노조원에게 우리 사주 10주와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도 지급하기로 했다. 노사는 또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국내 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 안정 △전동화 확대 등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 대응 △미래산업 변화에 대비한 직무전환 프로그램 운영 △고객·국민과 함께하는 노사관계 실현 등이 포함됐다.
노조는 22일 대의원과 조합원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오는 25일 찬반투표를 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의 최대 사업장인 데다 정치적 의미도 크다”며 “다른 완성차업체의 노사도 기본급을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도 “코로나19 위기와 자동차산업의 대전환기를 맞아 생존을 위한 합의안 마련에 주력했다”며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노사가 합심해 위기를 극복하고,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대의 선두주자로 도약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강성' 현대차 노조도 고용 위기 실감..."車 생태계 무너진다, 생존이 우선"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고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회사 측 제안에 동의했다. ‘강성 노조’의 대표격인 현대차 노조가 기본급 동결에 동의하면서 다른 제조업체 노사의 교섭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대표하는 노조”라며 “현대차 노조가 임금을 동결하면 다른 대부분 노조도 기본급을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휘청이는 車산업 생태계
현대차 노조가 기본급 동결에 동의한 것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자칫하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마비됐고,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올 1~8월 국내 자동차업체의 생산량은 22만671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줄었다. 수출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9% 감소했다.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예상보다 상황이 나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상반기 판매를 견인했던 개별소비세 인하와 원·달러 환율 인상(원화가치 하락)이라는 호재가 사라진 데다 해외 시장 회복도 더디다는 판단에서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이 노조와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올해 적자를 낼 수 있을 정도로 회사 상황이 어렵다”고 호소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려면 202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며 “GM과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5903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1.7% 줄었다.
현대차 노사는 별도 합의를 통해 지역 부품사 고용유지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업계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위기의식을 노사 모두 공유하고 있다”며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았다”고 평가했다.
합리적인 노조 집행부도 힘 보태
현대차 노사가 예상보다 빠르게 2020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것은 노조 집행부의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상수 노조위원장은 합의안 타결 직후 교섭위원들에게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품사들이 도산위기에 처했고,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제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 기본급을 올려달라고 파업을 하면 여론이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한다는 보장을 받았다는 게 중요하다”며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무엇보다 고용 규모를 지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이 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무리한 파업을 자제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노조는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해야 한다”고 ‘공개 반성문’을 냈고, 4월 공장 간 물량 전환 및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혼류 생산’ 도입을 검토하자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7월 내놓은 소식지를 통해 “회사가 생존해야 조합원도, 노동조합도 유지될 수 있다”며 노조가 앞장서 제품 품질을 높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대차 노사의 잠정합의안이 오는 25일 예정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노조 내 일부 강경파는 기본급을 동결하자는 잠정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것은 조합원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파업을 하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합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다른 제조업체의 노사도 결국 기본급을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인 데다 현대차 노조가 기본급 동결에 동의한 만큼 “임금 인상을 할 여력이 없다”는 회사 측 호소를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도병욱/울산=하인식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