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액화석유가스(LPG) 시장 1위 업체인 SK가스가 액화수소 사업을 추진한다. 주력인 LPG 유통 사업이 저유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진하자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기존 사업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수소전기차 시장과 함께 성장이 예상되는 ‘수소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액화수소 기술 확보 나서

11일 경제계에 따르면 SK가스는 지난달 ‘수소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액화수소 기술을 확보하고, SK가스의 기존 사업 노하우를 수소 사업에 접목하기 위한 조직이다. 액화수소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하이리움산업과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2014년 설립한 하이리움산업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액화수소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기체수소를 액화하려면 온도를 -253도까지 떨어뜨려야 하는데, 이 회사는 냉매와 전기를 이용해 빠르게 냉각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K가스는 향후 수소차 시장이 커지면 수소도 액화 상태로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액화수소가 기체수소에 비해 부피가 8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수소를 연료로 쓰려면 액화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액화수소의 핵심은 경제성이다.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빠르게 냉각하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SK가스는 ‘액화천연가스(LNG) 냉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LNG의 경우 -163도까지 온도를 낮춰야 하는데, 여기서 나온 냉열을 활용하면 값싸게 액화수소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SK가스 관계자는 “2024년 완공 예정인 울산 LNG터미널을 활용해서 수소 충전소에 공급할 액화수소 생산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가스는 석유공사와 KET를 설립하고 울산 북항에 총 270만 배럴 규모 LNG 저장탱크와 3대의 연료 수송선이 한번에 정박·하역할 수 있는 부두 등을 건립 중이다.

LPG 충전소를 수소 충전소로 전환, 비용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전국 510여 곳의 SK가스 LPG 충전소가 대상이다. 액화수소 충전소는 기존 수소 충전소 규모 대비 4분의 1 면적으로 지을 수 있다. 회사 측은 “액화수소 충전소에 필요한 면적은 330㎡밖에 안 돼 도심 내 안전거리 규정을 충족하는 데 유리하다”며 “희망 점주를 대상으로 전환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가스는 시범적으로 작년 11월 인천 남동구에 LPG와 수소 충전이 동시에 가능한 충전소(사진)를 설립한 바 있다.

신규사업으로 LPG사업 한계 돌파

SK가스가 수소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기존 LPG 사업이 한계에 부딪힌 탓이다. 국내 LPG 수요는 최근 10년 새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LPG 자동차가 2000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탓이 크다.

수송용 LPG 수요는 최근 10년 새 연평균 3.8% 감소했다. 식당, 가정에서 쓰는 LPG(프로판)도 점차 쓰임새가 줄고 있다. LNG 보급으로 각 가정에 가스 배관이 연결된 영향이다. 가정·식당용 프로판 수요는 최근 10년 새 연평균 4%씩 줄고 있다.

SK가스는 이 같은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합작법인 형태로 SK어드밴스드를 설립하고 2016년부터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프로필렌을 생산 중이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 7808억원, 영업이익 955억원을 거둬 사업을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SK가스는 세계 최초의 LPG·LNG 복합발전 사업도 진행 중이다. 울산 남구에 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해 1GW급 발전소를 짓는 중이다. 2024년 말께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에 필요한 LNG 조달을 위해 KET 사업에도 참여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